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인터뷰

"반공 얘기하면 꼰대? 하수인? 북한 독재왕조국가 막자는 것"

2023-05-02 11:09:45 게재

문재인정부 5년간 북한 규탄도 못해 '유명무실'

MZ세대에 '북한은 독재왕조국가' 실태 알려야

한국자유총연맹의 전신은 1964년 설립된 한국반공연맹이다. 시대 변화를 반영해 1989년 한국자유총연맹(이하 자총)으로 변신했다. 2023년 자총이 내건 슬로건은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안보 지킴이'다. 보수 이념단체로서 색깔을 분명히 드러낸 것. 문재인정부 시절에는 정체성 혼란이 있었고, 윤석열정부로 바뀐 뒤에는 집안갈등도 불거졌다.
사진 이의종


지난 1월 자총의 지휘봉을 잡은 강석호(사진) 총재를 지난달 27일 남산 자유총연맹 본부에서 만나 윤석열시대 자총이 걸어갈 길을 들어봤다. 강 총재는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중진 정치인이다.

■문재인정부에서 자총의 정체성 혼란이 있었다고 들었다.

자총은 봉사단체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안보 지킴이를 지향하는 이념단체다. 문재인정부도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했지만 개념이 달랐다. 북한에 대한 정책도 판이하게 달랐다. 문재인정부 시절에는 정치중립심사평가위원회라는걸 만들어서 (자총이) 정치 행위를 할 때는 중립위 허락을 받도록 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안보를 위협하면 자총이 곧바로 규탄성명 내고 항의시위에 나서야하는데 중립위 때문에 못했다. 자총이 유명무실해졌다.

■윤석열정부 들어, 일부 대의원이 문재인정부 국방장관 출신인 송영무 전 총재의 해임을 요구했다.

문재인정부 5년간 (자총이) 북한에 맞서는 이념단체가 아니라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 날라주는 봉사단체로 전락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안보를 중시하는 (윤석열)정부가 들어섰으니, 우리 회원들도 들고 일어난거다. 지난해 송영무 전 총재에게 '나가라'고 요구했다. 그때는 잠시 소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 정리됐다.

■윤석열정부에서 자총의 역할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다. 반공방첩해야한다. 자총은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안보 지킴이 역할을 해야한다. 17개 시도지부, 240개 시군구지회, 3400개 읍면동분회가 국민에게 자유민주주의와 안보의 중요성을 홍보해야 한다. 이게 자총의 기본임무다. 시도지부에서는 안보통일관을 운영해 청소년들에게 북한의 실태를 알리고 있다. MZ세대는 반공, 방첩, 간첩 이런 얘기하면 구닥다리나 꼰대 취급하는데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다. 대한민국은 5년마다 대통령 뽑고, 4년마다 국회의원·단체장 뽑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하지만 북한은 뭐냐. 3대째 권력을 세습하는 독재왕조국가다. 중국도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지는 않는다. 이런 체제 비교를 MZ세대에게 정확히 알리는게 자총의 역할이다.

■MZ세대에게 자유민주주의와 안보의 중요성을 알리는게 쉽지 않아 보인다.

(MZ세대는) 자총이 겉으로는 자유민주주의 수호한다고 하면서 관제데모나 하고 정부 하수인 노릇이나 하고 정권 도우미 역할이나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MZ세대에게는) 정치 얘기는 꺼내면 안된다. 북한은 독재왕조국가이고 세습국가이다,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저들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안보의식을 투철히 해야하지 않겠냐, 이렇게 논리적으로 얘기하면 MZ세대도 충분히 이해한다. 강압적 교육은 먹히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국빈방미 중이다. 한미간 핵협의체인 NCG(Nuclear Consultative Group)를 합의했는데.

문재인정부 5년간 북한에 굴종적인 정책을 펼치지 않았나. 그 결과 북한에게 핵을 고도화할 시간만 벌어줬다. 눈만 뜨면 미사일 쏘고, 실험한다고 하고. 핵에는 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재래식무기로는 대응할 수 없다. 이번에 만든 NCG는 핵무기는 없지만 나토식 핵공유와 같은거다. 과거에는 말로 했지만 이번에는 문서로 남겼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지금은 한미간 협의체이지만 앞으로 일본도 들어올거다. 북한이 핵을 쏜다? 우리도 쏴야한다. 누가 손해냐. 가진 자가 손해다. 조기에 응징해야한다. 북한이 핵을 쓸 조짐을 보이면 우리가 먼저 쳐야 한다.

■시민들을 상대로 '아스팔트 토론회'도 열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매주 금요일 아스팔트 토론회를 열고 있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주요 현안을 놓고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는 식이다. 전문가가 발제하고나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낸다. 일본과의 관계정상화 등이 주제다. 28일(인터뷰 다음날)에는 송영선 전 의원이 북한 인권을 주제로 강연을 한 뒤 김정은정권의 북한 주민 인권유린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도 갖는다.

■3선 의원을 지냈고, 기업 경영도 해봤기 때문에 윤석열정부에서 다른 역할도 요구됐던 걸로 들었다. 굳이 자총을 택한 이유는.

20대 국회 뒤 밖에 나와서 전직의원 80여명이 참여하는 마포포럼을 만들어 공동대표를 지내면서 정권교체를 위해 전력투구했다. 윤석열정부 출범을 위해 정말 열심히 뛰었다. 사실 공기업 가서 월급 받으며 부담없이 지낼 수도 있겠지만, 3선 의원이던 20대 국회에서 외교통일위원장과 정보위원장을 거치면서 안보의 중요성을 절감했고 여기에 나 자신을 던졌으면 싶었다. 안보 지킴이를 하는게 내게 주어진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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