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재근 한국유교문화진흥원장

"공무원 교육기관으로 거듭날 터"

2023-05-11 11:20:23 게재

충청국학진흥 거점 넘어

유교문화 진흥 산실로

"유교문화의 선비정신을 잇는 '공무원 전문 교육·연수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려 합니다."

정재근(사진) 원장이 구상하는 한국유교문화진흥원(한유진)의 방향이다. 한유진은 지난해 10월 기호유학의 본향이자 유교문화의 산실인 충남 논산에 설립됐다.

정 원장은 "영남에 한국국학진흥원이 있고 호남엔 한국학호남진흥원이 있지만 그동안 충청권엔 관련 전문기관이 없었다"며 "한유진은 앞선 기관들처럼 지역의 국학진흥 역할도 하지만 유교문화 진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유진의 역할은 우선 국학의 진흥이다. 국학진흥은 사라져가는 문화를 찾아 발굴, 보존하고 전승하는 것이다.

국학진흥은 한유진 뿐 아니라 영남과 호남 진흥원도 수행하는 역할이다. 여기서 한유진은 한발 더 나아간다. 유교문화 진흥이다. 기관 명칭에도 '유교문화'를 처음으로 명시했다.

하지만 2023년에 왜 유교문화일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정재근 원장은 "유교문화 가운데 선비정신이 있다. 선비의 삶은 수기치인(修己治人)하는 삶으로 자신을 수양하고 나아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삶"이라며 "현대의 선비를 양성하는 것을 우리 기관의 주요 역할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 원장이 주목하는 집단은 공무원이다. 그 역시 행정자치부 차관 등 평생을 공무원으로 살아왔다. 공무원은 시작부터 반은 선비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 원장은 "요즘 공무원은 처음엔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려고 하지만 국민들은 공무원들에게 높은 도덕성, 봉사정신, 책임감 등을 요구하고 있다"며 "공무원은 시작부터 치인하는 삶을 살고 있는 만큼 끊임없이 수기를 해야 한다. 옛 왕과 신하들이 경연을 통해 계속 공부를 한 이유"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한유진이 정약용 세종대왕 이순신 등과 같은 선비정신을 현대적으로 가르친다면 더욱 나은 공직자들로 변화할 것이며 이는 세상을 더욱 빨리 변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한유진을 향후 우리나라 대표적인 선비마을로 만들려 한다. 공무원 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목민심서 성학십도 등 고전을 공부하고 수양하는 곳이다. 정 원장은 "최근 한유진 제2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의 한유진을 뛰어넘기 위해 충남도에서도 새로운 구상을 하고 있다"며 "내년에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유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안타까워했다. 정재근 원장은 "공무원이나 언론인이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갖는 것은 우리 사회가 공공에 기여하는 것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지만 우리 사회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정신문화는 유교문화"라고 강조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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