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사고 책임 운전자? 제조사?

2023-05-15 11:10:43 게재

기술 고도화로 책임소재 문제 야기

경찰, 자율주행 교통사고 법안 추진

운전자의 조작 없이 차량이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차가 주행하다가 사고를 내면 운전사와 차량 제조사 중 누가 책임을 져야할까.

경찰이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대비해 사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한 법안 마련에 나선다.

경찰청 관계자는 15일 "자율주행차가 고도화되면 현행 법률로는 사고 책임을 운전자에게 물어야하는지, 제조사에 물어야하는지 가리기가 어렵다"며 "이에 따라 자율주행차량 사고 발생시 형사책임 소재 관련 법안 마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기능 단계는 운전자의 개입 정도에 따라 0~5단계로 구분된다. 0단계는 위험 경고만 하는 수준이고, 1~2단계는 운전자가 방향전환이나 속도 조절 등 운전보조 시스템의 지원을 받아 제어하는 단계다.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한 3단계에서는 비상시나 시스템 요청시에만 운전자가 제어한다. 4~5단계에서는 운전자가 목적지만 입력하면 운전 조작을 차량이 알아서 제어해 목적지까지 주행한다.

현재 자율주행차량 기능은 2단계까지 도입됐다. 자동차 업계는 2024년 3단계, 2027년 4단계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도 자율주행차 규제혁신 로드맵(2.0)을 통해 범정부 차원에서 자율주행차 도입을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자율주행차량 교통사고 발생에 따른 운전자와 제조사간 형사책임소재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지난해 4월부터 자율주행차량 정의와 자율주행차 운전자의 의무규정 등을 신설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3단계 자율주행까지는 교통사고에 대한 책임을 운전자에게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운전자가 직접 조작하지 않는 4단계 자율주행이 도입되면 운전자와 제조사간 형사책임 규명, 처벌 방법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우선 연구용역을 통해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 추진 중인 자율주행차 교통사고 관련 형사법 개정 동향을 파악하고 법령과 양형기준 등을 우리나라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다. 또 운전자가 아예 승차하지 않는 자율주행차가 교통사고를 유발한 경우 형사책임 주체가 어떻게 되는지, 유인 자율주행차 사고시 운전자와 제조사 과실이 중첩됐을 때 책임 정도를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완전 자율주행차 교통사고시 탑승자에게도 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지 등 자율주행차 교통사고와 관련해 제기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문제에 대해 분석한다. 무과실책임 인정 여부, 인식가능성 여부 등 제조사에게 형사책임을 부과하기 위해 고려할 요건과 자율주행차 결함에 따른 형사책임 부담 정도에 대해서도 검토한다.

자율주행차 결함으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가능한지, 제조사가 충분한 주의의무를 기울였음에도 소유주가 관리를 소홀히 한 경우 소유주에 대해 서도형사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지, 자율주행관제센터 운영의 문제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센터 직원들에게도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등도 검토사항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이다보니 자율주행차량 교통사고에 대해 기존 법률을 적용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법률안을 마련해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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