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 풍경
기간제 방과후선생님의 말 못하는 아픔
#. 화창한 5월, 충남의 한 청소년수련관 야외 농구장에서 아이들이 땀을 흘리며 경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들을 응원하는 방과후 아카데미 선생님들. 이 중 한명인 A씨는 말 못할 고민이 있다.
A씨가 일하는 청소년수련관은 회의실 체육관 댄스연습실 음악활동실 등 다양한 공간을 갖추고 있다.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방문해 공간과 장비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및 맞벌이 자녀들을 돌보는 '방과후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팀장이다. 방과후 아카데미 교실은 A팀장을 비롯해 담임교사 2명이 평일 저녁 9시까지, 주말에는 저녁 6시까지 돌봄교육을 한다.
A팀장은 올해 초 기간제 근로자로 들어왔다. 담임교사 B씨는 4년 전 기간제로 입사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정규직 근로자다. 또 다른 담임교사 C씨는 A팀장과 마찬가지로 올해 초 들어온 기간제 근로자이다.
업무의 본질적 차이가 없으면 비교 가능
A팀장(기간제)은 B담임교사(정규직)를 비교대상으로 "자신이 상여금, 가계보조비, 근속가산금, 시간외 수당에서 차별을 받았다"며 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냈다.
사용자는 근로자 A씨는 방과후 아카데미 사업 운영을 목적으로 채용된 근로자인 반면, B씨는 방과후 아카데미 사업 외에 청소년수련관 운영업무도 보조하고 있으므로 이 둘을 비교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동위는 업무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고 업무 범위나 책임 권한 등에 차이가 있어도 업무 내용에 본질적 차이가 없다면 비교 대상자로 봤다.
A씨와 B씨가 방과후 아카데미 강사 지원, 프로그램 평가, 연간 사업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나눠 수행하면서 일정기간 후 업무분장을 서로 바꾸는 등 둘의 업무에 명확한 구분이 없었으며 서로가 업무 대행자로 지정돼 업무대체성도 있었음을 인정했다.
임금 성과금 복리후생 등은 차별금지 영역
판례는 원칙적으로 불리한 처우라고 주장하는 임금의 세부 항목별로 비교해 판단한다. 임금이 서로 다른 항목으로 구성됐고 특정 항목은 비교대상 근로자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거나, 다른 항목은 유리한 대우를 받는 경우에는 항목별 비교가 곤란하므로 상호 관련된 항목들을 범주별로 구분해 판단하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도 기본급은 정규직인 B씨가 많지만, 교통비와 중식비 등은 기간제인 신청인 A씨가 더 많이 받고 있어 세부 항목별 비교는 적절하지 않아 서로 관련된 항목들을 범주로 묶어 비교했다.
이 청소년수련관은 상여금과 가계보조비를 기본급에 연동해 주고 있었다. 즉 상여금은 '최근 3개월간 기본급의 평균금액'으로, 가계보조비는 '기본급의 30%'로 계산해 주고 있어 기본급과 같은 범주로 묶였다. 그 결과 A씨는 비교대상인 B씨보다 기본급 상여금 가계보조비를 적게 지급받은 것으로 인정됐다.
노동위는 이러한 불리한 대우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봤다. 방과후 아카데미 운영지침 상 팀장은 담임교사보다 자격수준이 높고 임금 기준도 (예산 기준을 보더라도) 더 높게 책정돼 있다.
실제 A씨는 청소년지도사 2급 자격증을, B씨는 3급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두 근로자가 생산한 전자문서들을 보면 문서 생성건은 B씨가 조금 더 많지만 매월 반복되는 지급요청 문서들 위주임을 고려할 때 B씨의 업무량이 더 많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사용자가 B씨는 방과후 아카데미 외에 수련관 업무보조도 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내용은 방과후 아카데미 업무와 중복이 많고 비교대상 기간 동안 해당업무를 수행한 기록도 없었다. 또한 B씨가 더 오래 근무했다면 그 차이는 근속가산금에 반영되는 것으로 상여금이나 가계보조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노동위, 상여금 가계보조비 차액 지급하라
노동위는 신청인 A씨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개선하라는 시정명령과 함께 향후 유사한 차별적 처우의 발생을 근원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차별적 처우의 근거 규정도 손을 보도록 제도개선 명령을 내렸다.
비정규직 차별시정 제도는 2007년도에 도입됐다.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하는 기간제·단시간·파견 근로자가 다른 근로자에 비교해 합리적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 받았을 경우 신청할 수 있다. 시정신청은 차별처우가 발생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