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스타트업 몰락, 공급망 역사 바꿔

2023-06-14 11:34:01 게재

블룸버그 "미국 'A123' 파산, 10년 지난 현재 미국 근심거리 … 늦은 산업정책, 상황 바꿀지 불확실"

포드자동차는 미국 미시간주 남서부의 약 5㎞ 길이 농지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포드가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은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 CATL이 제공할 예정이다. 포드는 250만평방피트(ft2) 규모 공장에 35억달러를 투자, 수천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 2026년 공장이 문을 열면 연간 40만대의 전기차에 공급할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BBW) 최신호는 "하지만 미국에겐 아이러니한 순간"이라며 "배터리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BBW에 따르면 현재 CATL과 중국 대부분의 배터리회사에서 사용하는 1차 배터리 화학물질인 리튬인산철(LFP) 화합물은 1990년대 중반 미국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대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몇년 후 매사추세츠주 워터타운에 있는 스타트업 'A123시스템즈'가 이를 상용화했다. 2009년 A123은 오바마정부로부터 수억달러를 지원받았다. 하지만 너무 이른 시기였다. 전기차 수요가 없었고, 기존 자동차회사들은 검증되지 않은 스타트업에 의존하는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았다.


2012년 A123은 파산을 신청했다. 2011년 5억달러의 연방대출보증을 받은 후 파산을 신청한 캘리포니아 태양광패널 제조업체 '솔린드라'와 함께 정부예산 낭비의 상징으로 언급됐다. A123의 최고경영자였던 데이브 뷰는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한다. "당신은 정부돈을 훔친 사람"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고 한다.

BBW는 "LFP가 발견된 지 거의 3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자체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식 조립라인의 선구자인 포드는 21세기 엔진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이는 미국이 A123에서 잘못된 교훈을 배웠다는 것을 은연중에 상기시킨다"고 전했다.

2013년 당시 중국 최대 자동차부품회사 '완샹'이 파산위기에 몰린 A123을 인수했다. 그해 중국정부도 국내 전기차시장을 구축하기 위한 계획을 놀라운 속도로 실행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10년 후인 현재 중국은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58%, 전체 리튬이온배터리 제조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각종 산업·환경정책이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는 데 성공하더라도 배터리 제조 분야에선 중국에 최소 10년 뒤처진 상황을 바꾸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배터리협회(NAATBatt) 차기회장 브라이언 엥글은 "중국은 지난 20년 동안 매우 일관된 전략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며 "미국은 정말 멋진 기술을 개발했다가 포기했다"고 말했다.

A123이 무너진 직후, 엔지니어 중 일부는 중국의 급성장하는 배터리 산업의 부름에 응했다. 그중 한명은 중국 탄소소재 제조업체 '장쑤 톈나이커지'를 이끌며 억만장자가 됐다. 지금도 A123의 전직 임원 중 일부는 당시 미국이 정부공급계약이나 다른 미국기업에 매각하는 등 회사를 계속 유지할 방법을 찾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한다. 시간과 지원이 주어졌다면 A123은 수십억달러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배터리 대기업으로 성장해 전기차 공급망의 핵심이 될 수 있었을까.

"멋진 기술 개발했다가 포기"

2001년 초 26세의 미국 기업가 릭 풀롭은 배터리회사를 창업하는 데 도움을 줄 사람을 찾기 위해 MIT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중 한명이 재료과학 교수 옛밍 치앙이었다.

치앙 교수는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친구 바트 라일리를 초대해 정기적으로 함께 만났다. 이들은 '자가조립배터리'(self-assembling battery)에 대한 치앙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배터리는 전하를 저장하고 방출하는 '음극'과 '양극'이라는 두개의 전극, 전극 사이에서 전하를 이동시키는 '전해질'이라는 세가지 기본 구성요소로 이뤄져 있다. 배터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재료에 따라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과 비용이 결정된다. 치앙의 꿈은 적절한 조건에서 배터리의 정확한 구조에 맞는 세가지 재료를 찾는 것이었다.

그해 여름 이들은 'A123'을 설립하고 곧 800만달러 투자금을 받았다. 로드아일랜드 전력장비회사의 임원 출신인 뷰를 CEO로 영입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자 이들은 자가조립배터리를 현실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사이 치앙의 연구실은 LFP가 우수한 소재라는 과학논문을 발표했고, 치앙은 뷰에게 "A123이 이 소재를 사용해 상업용 배터리를 개발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LFP는 1995년 존 구디너프 교수 연구팀이 발견했다. 수십년 후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구디너프 교수는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연구팀에 과제를 내줬다. 리튬이온배터리셀을 각기 다른 금속들로 교체했을 때 불이 나지 않고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굿이너프 팀은 철과 인 화합물을 선택해 테스트셀을 만들었다. 이 화합물을 충전하자 리튬이온이 쉽게 왕복할 수 있는 원자결정구조가 형성됐다. 연구진은 기존 기술보다 더 저렴하고 안정적인 새로운 양극 물질을 우연히 발견했다.

처음에 LFP 배터리의 충전과 방전 속도는 느렸다. 캐나다의 한 전력회사 소속 과학자들이 LFP 양극입자를 탄소로 코팅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상용화의 길을 여는 혁신이었다. 비슷한 시기 A123의 치앙은 과학저널 '네이처 머티어리얼즈'에 LFP 음극에 '도핑'(결정의 물성을 변화시키기 위해 소량의 불순물을 첨가하는 공정)을 하거나 니오븀 등 소량의 금속화합물을 주입하면 전자가 더 빨리 이동해 배터리가 더 많은 순간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나노인산염'이라고 불리는 이 발견은 A123의 핵심 혁신제품이 됐다. 시중에 나와 있는 비슷한 크기의 다른 배터리보다 2~3배 더 많은 순간전력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A123이 리튬이온배터리의 응용분야를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스타트업은 공구제조기업 '스탠리 블랙앤데커'와 새로운 전동공구 라인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3200만달러를 추가로 조달했다.

제한된 현금으로 18개월의 마감기한을 앞둔 A123은 비용이 저렴한 국가로 아웃소싱하기로 결정했다. 대만의 한 회사를 고용해 전극과 셀을 만들었고, 이후 전극 부문을 한국으로 옮겼다. 이웃국가들의 전자제품 생산능력을 따라잡기 위해 경쟁하던 중국도 미국의 신생기업을 받아들이고 싶어 했다. A123은 중국정부가 상하이 외곽에 설립한 저세율의 경제가공구역에 양극재공장을 건설했다.

빠르게 치고 나간 중국

중국정부가 전기차산업을 적극 육성하면서 현지 기업가들이 등장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서 41번째로 부유한 쩡위췬은 가전제품용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다가 2011년 CATL을 설립했다. CATL은 BMW와 중국 현지 전기차기업들을 위해 자동차용 전지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CATL뿐만이 아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델을 결합해 이미 테슬라를 능가하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비야디(BYD)도 휴대폰용 배터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설립자인 왕촨푸는 2003년 자동차회사를 인수했다. BYD는 5년 후 베이징모터쇼에서 한번 충전으로 300㎞를 달릴 수 있는 LFP 배터리 장착 전기차 E6를 선보였다. 현재는 자체 제작한 배터리로 660㎞를 주행할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이 전기차 꿈을 현실로 만들 회사를 설립하는 동안, A123 경영진은 행복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A123이 개발한 블랙앤데커 드릴의 배터리성능은 다른 잠재고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질레트는 전기면도기에, 마텔은 고급장난감에 A123 배터리를 탑재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당시 사업개발담당 부사장이었던 풀롭은 아시아의 거대 배터리업체들을 상대하려면 A123이 자동차용 배터리 분야에 진출해야 한다고 봤다.

2008년 1월 풀롭은 미시간주 디어본에 있는 포드의 전기차 공장에서 일하던 엔지니어 무지브 이자즈를 접촉했다. 당시 이자즈는 포드사에서 내적 갈등을 겪고 있었다. 1년 전 워싱턴DC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포드는 수소와 배터리로 작동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 '엣지'라는 획기적인 제품을 공개한 바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발 경기침체가 다가오면서 결국 포드는 전기차 부서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15년 동안 포드에 몸담았던 이자즈는 풀롭의 이직제안에 흥미를 느꼈다. 배터리를 연구하는 일을 자신의 운명처럼 느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이민자의 아들로 핵물리학자이자 태양광패널 사업가인 이자즈는 버지니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버지니아공대 교수였고, 어머니는 이 학교를 졸업하고 2개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풀롭의 연락을 받은 지 일주일 만에 이자즈는 A123의 자동차사업을 이끌게 됐다. 곧 포드에서 함께 일하던 팀원 여러명도 합류했다. A123은 이미 BMW와 다임러 트럭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또 GM의 새로운 하이브리드 세단인 '쉐보레 볼트'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한국 LG화학과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크라이슬러가 전기차 사업부를 신설하자 A123도 크라이슬러의 공급업체가 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2008년 말 미국경제가 흔들리면서 상황이 A123에 유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GM과 크라이슬러를 살리기로 합의한 지 4개월 뒤, 크라이슬러 경영진은 A123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정부는 2009년 6월 GM과 크라이슬러의 지분을 인수했고, 수천억달러의 경기부양자금을 풀기 시작했다. A123은 미시간에 두 개의 제조시설을 짓는 데 에너지부로부터 2억4900만달러 보조금을 받았다. 크라이슬러 전기차 계약과 정부지원은 그해 9월 A123이 3억8000만달러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배터리 대량생산에 투자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제조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A123의 전기차 베팅이 흔들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탈리아 자동차회사 피아트 오토모빌스 CEO 세르지오 마르치오네가 연비 좋은 소형차를 만들겠다며 크라이슬러를 인수했다. 마르치오네는 크라이슬러를 죽음에서 구해낸 협상가이자 전략가였지만, 전기차 부문을 탐탁잖게 여겼다. 2009년 늦여름 크라이슬러의 전기차 사업부는 폐쇄됐다.

크라이슬러가 뒤돌아서면서 A123은 고군분투했다. 2010년 9월 새 공장이 문을 열 예정이었기에 이 공장을 계속 가동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야 했다. 고정식 전력망 배터리 생산, 미국 국방부와의 소규모 계약, 중국 자동차회사와의 합작투자 등 각종 일감을 따냈다. GM은 소형차 쉐보레 스파크의 전기차 버전에 A123배터리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A123의 사업전망은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생존 여부는 전적으로 전기차 판매에 달려 있었다.

하지만 2012년 3월 큰 문제가 발생했다. A123은 유명 자동차 디자이너 헨릭 피스커가 만든 10만달러짜리 세단 '피스커 카르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배터리팩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컨슈머리포트 매거진의 테스트드라이브 도중 피스커 카르마의 시동이 갑자기 꺼졌다. 이자즈는 결함 조사를 위해 공장으로 달려갔다. 파우치형 셀 몇개에서 전해액이 누출돼 전기합선을 일으킨 것이었다.

A123은 피스커에 배송된 모든 배터리팩을 전량 리콜해 교체하기로 했다. 이자즈는 고통스러웠지만 리콜을 통해 정직한 공급업체라는 명성을 되찾기를 바랐다. 하지만 리콜은 회사를 벼랑끝으로 내몰았다. 품질이 의심받으면서 A123의 다른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조달도 끊겼다. 피스커 배터리팩 리콜비용은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적게 들었고 배터리화재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건 중요치 않았다.

한번의 결함이 치명적 결과로

2011년 9월 태양광패널 제조사 솔린드라가 파산신청을 하면서 오바마정부의 청정에너지 어젠다가 정치권의 공방소재로 부각됐다. 2012년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기에 공화당은 오바마정부의 실패작이라며 강공을 퍼부었다. A123은 에너지부로부터 4억6500만달러의 대출을 받은 테슬라와 함께 '루저'(패배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뷰는 백악관에 구명 요청을 했지만 '우리는 역할을 다했으니 이제부턴 알아서 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피스커 배터리의 결함이 발견된 지 7개월 뒤, 그리고 창업한 지 10년이 지난 뒤 A123은 결국 파산을 신청했다. A123은 자체 배터리사업을 운영하는 밀워키 소재 자동차 공급업체 '존슨 컨트롤스'에 자산매각 입찰을 의뢰했다. 하지만 존슨 측의 입찰가는 중국 자동차부품 대기업 '완샹'의 입찰가에 비해 턱없이 적었다. 미의회 공화당 의원 몇명이 납세자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기술스타트업이 외국기업에 매각되는 것에 반대했지만, A123 채권자들은 가장 많은 금액을 제시한 업체를 원했다.

완샹의 인수거래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인수합병을 검토하는 미 재무부 산하 '미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퇴역 미 해군사령관이자 오바마정부에서 국가정보국장을 역임한 데니스 블레어 제독이 이 거래를 검토했다. 그는 2012년 12월 20일 '폴리티코'에 완샹의 입찰을 지지하는 기고문을 올렸다. 그는 "CFIUS가 결함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완샹의 입찰을 지지한다"며 "정책입안자들이 국가안보와 국제상거래 모두를 위해 이 거래를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미국이 보호해야 할 민감한 기술이 많이 있지만 리튬이온배터리 제조는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완샹에 매각된 뒤 A123의 자산과 특허, 기술혁신 등 거의 모든 것이 중국으로 넘어갔다. 이자즈도 마찬가지였다. 완샹의 자체 배터리사업은 A123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됐고 이자즈는 새로운 A123의 최고기술경영자(CTO)에 임명됐다.

이자즈는 A123에서 1년여 근무한 뒤 2014년 애플의 비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2020년 7월 이자즈는 애플을 떠나 '아워넥스트에너지'(ONE)를 설립했다. A123에서 중단된 여러가지 일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전기차 대중화를 가로막는 세 가지 장벽, 즉 △한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주행거리에 대한 지속적인 불안 △니켈이 포함된 리튬이온배터리의 화재 위험성 △미국에는 아직 CATL이나 LG, 파나소닉과 경쟁할 만한 자체 배터리 대기업이 없다는 것 등이다. 서구시장을 지배하는 니켈기반 배터리보다 더 저렴하고 안정적인 LFP배터리에 집중하는 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면, 그는 이 세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ONE의 315명 직원 중 거의 6분의 1이 A123 출신이다. 현재 이자즈의 목표는 CATL과 BYD가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LFP배터리의 주행거리 개선이다. ONE은 니켈-코발트 배터리와 동일한 크기와 에너지 사양을 가지면서도 가격이 비싸지 않고 강제노동 이슈가 없는 간소화된 배터리팩을 설계했다. 보다 야심찬 제품인 '제미니'는 테슬라 모델S 주행거리(560㎞)의 두배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ONE에 대한 투자열기는 뜨겁다. 빌 게이츠와 BMW, 프랭클린 템플턴 등의 투자자로부터 3억5500만달러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12억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가을 미시간주는 디트로이트 교외에 16억달러 규모의 셀 제조공장을 짓는 ONE에게 최소 2억2000만달러의 보조금과 세금감면 혜택을 부여했다. 내년부터 이곳에서 배터리 생산을 시작하는 ONE은 2100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 민주당 주지사, 미시간주 의회 대표단 등 정치권 인사들이 잇따라 ONE을 방문해 격려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미국정부는 ONE이 생산하는 105킬로와트시 배터리팩 당 6500달러를 지급할 계획이다. 또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북미에서 생산하고 미국 또는 그 동맹국에서 원자재를 조달해야 한다'는 규정 덕분에 각종 자동차기업들이 ONE과 거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ONE은 바이든정부가 기후법안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의 상징으로 부각됐다.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 필요"

BBW는 "하지만 미국의 배터리 챔피언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베팅이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자즈가 A123에서 경험한 것처럼, 위험하고 수익성이 낮은 배터리사업에서는 단 한번의 제조결함이 스타트업의 운명에 치명적일 수 있다. CATL과 LG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배터리 대기업들은 정부 보조금이나 거대 대기업을 배후에 두고 있다. 때문에 LG는 2021년 쉐보레 볼트 배터리 리콜로 19억달러의 손실을 입었지만 사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아르곤 국립연구소에서 10년 이상 배터리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한 뒤 2016년 벤처기업을 창업한 제프 체임벌린은 "미국에 산업정책이 있다면 그건 바로 산업정책은 없다는 정책"이라며 "우리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가 돼야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들이 수십년에 걸친 산업정책으로 우리의 먹거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BBW는 "중국의 국가안보 위협은 오늘날 워싱턴 정가에서 초당적 합의를 이루는 몇 안되는 분야 중 하나처럼 보인다. 하지만 많은 미국인은 정부가 기술상용화에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선뜻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12년 상황을 되풀이하듯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정부의 청정에너지 의제를 '납세자 돈 낭비'이자 '승자와 패자를 뽑으려는 잘못된 시도'로 공격하고 있다. 그들은 IRA에 투입될 예산이 지나치게 과소평가됐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에너지부 대출 수혜 기업들을 면밀히 조사해 '제2의 솔린드라'를 찾고 있다.

이자즈는 2007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포드 엣지를 선보이기 위해 중국을 처음 방문했다. 당시만 해도 중국에서는 전례가 없던 새로운 배터리 기술이었다. 이제 중국은 이 기술을 만들 수 있는 각종 수단을 지배하고 있다.

이자즈는 미국이 이대로 간다고 해도 전기차 분야에서 경쟁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유럽과 남미의 새로운 시장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규모를 확장해 비용을 낮출 수 있다. 그가 몸담았던 포드가 CATL 대신 ONE과 같은 미국 공급업체를 활용하고 싶다고 해도 아직은 현실적이지 않다. 포드는 대부분의 주요 자동차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전기차 부문에서 이미 절망적으로 뒤처진 상태다. 신생 스타트업인 ONE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이자즈는 "미국정부가 투입하는 돈은 이전에 본 적 없는 수준이고 IRA 역시 이전에 본 적 없는 산업정책"이라며 "올바른 정책과 올바른 결정으로 상황을 바꿀 수 있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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