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바람 부는데 … 공공성 확보는?
조합·주민들, 공공기여 줄이려 안간힘
서울시, 늘린 용적률 절반은 임대주택
시대흐름따라 공공기여방식 변화 필요
◆창신·숭인 10년만에 재개발로 전환 = 서울시는 5일 종로구 창신동23·숭인동56 일대에 대한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창신숭인은 서울시 도시재생 1호 지역이다. 서울 도심의 대표적 낙후지역으로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정체됐던 해당 지역이 신통기획을 선택하면서 10년만에 재개발로 전환하게 됐다.
용적률도 큰 폭으로 상향된다. 최대 28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등 2000세대 대규모 도심 주거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용적률은 거저 주어지는 건 아니다. 그에 상응하는 공공기여(기부채납) 몫을 부담해야 한다. 서울시는 늘어난 용적률의 약 47%를 임대주택으로 요구한다. 여기에 △입체보행로 조성 △1만㎡ 규모 공원 확보 △채석장공원 지하에 자원순환센터 구축 등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다른 재건축 현장에도 만만치 않은 공공기여를 요구한다.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경우 상향 용적률의 20%를 임대주택으로 내놔야 한다. 입체보행로 도로 공원 기타 공공시설도 별도로 지어야 한다.
신통기획 대열에 합류한 신반포2차는 임대주택 비율을 12.5%로 줄인 대신 공공청사와 서릿개공원부터 한강을 연결하는 나들목(입체보행교)을 새로 지어야 한다. 강남구 대치 미도아파트는 용적률 상향으로 늘어난 세대수의 25%를 임대주택으로 제공해야 한다.
◆사업성·공공성 균형이 관건 = 공공기여에 대한 반발이 큰 곳은 서울 재건축 시장을 주도하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다. 서울시는 공공기여로 임대주택과 공공시설을 요구한다. 주민들은 공공시설을 늘려 임대주택 수를 어떻게든 줄이려 한다. 아파트가격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강남 재건축에선 임대아파트 한 채가 늘고 주는데 따라 사업수익이 수억에서 십수억원씩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서울시 입장은 단호하다. 법적 상한까지 용적률을 올릴 경우 그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짓는 것은 이미 법에서 정하고 있고 재건축으로 기반시설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공공성 확보는 당연한 절차라는 입장이다.
건설업계 일각에선 오세훈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1기가 실패한 원인을 '한강을 사유화하려는 기득권의 저항'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당시에도 서울시는 한강변 아파트들에 20~25% 규모의 공공기여를 요구했다. 한강 조망과 접근성을 서울시민 전체와 공유하지 않으려는 한강변 거주자들이 사업성 악화를 명분으로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공공성 확보 노력은 평가할 만하지만 공공기여 방식에는 대대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법상으론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지으면 무조건 어린이집을 짓도록 돼있다.
하지만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필요한 시설이 바뀌었다. 자치구 관계자들은 "어린이집이 아니라 시니어센터 등 어르신 이용시설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자치구와 서울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강남 모 재건축 단지에 서울시가 보훈회관을 공공시설로 넣으려 하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그렇지 않아도 노인들이 많이 오가는데 타 단지 노인들까지 드나들면 아파트 분위기를 해친다는 것이다.
전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성이 부족하면 재건축 사업이 다시 정체될 수 있고 공공성이 방치되면 임대주택과 공공시설 확보에 차질이 생겨 도시계획 전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공공성과 사업성 사이에서 얼마나 균형을 잡을 수 있는지가 서울 재건축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