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문화정책│인터뷰 - 이원재 문화연대 집행위원장
"표현의 자유 '후퇴' … 현장 소통도 거의 사라져"
초고령화, 기후위기 등 삶의 변화에 대응할 문화정책 필요 … 예술과 지역의 자율성 높여야
■윤석열정부 문화정책을 평가한다면.
문화정책의 사유화라고 볼 수 있다. 합리적인 기준이나 국가적 책임을 갖고 정책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정책화한다는 의미다.
지나치게 선택적으로 정책을 펼친다. K-콘텐츠산업, 관광 등 위주이며 그 중에서도 이벤트 정책 위주다.
5월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에서 보도자료를 살펴봤는데 예술 분야는 언급이 거의 없다. 그나마 문재인정부에서 준비했던 5개년 계획의 결과들이 나와 발표된 자료들이 있다. 아니면 작가가 저작권 관련 극단적 선택을 했던 '검정 고무신' 사건처럼 사건 사고가 있었던 경우다. 국가 정책으로서 수행해야 할 기본 정책이 있는데 이를 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문체부의 역할이 과거 공보처의 기능으로 국한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문체부 장관이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등 주요 인사들이 캠프 홍보 담당자 출신이다. 특히 문체부가 윤정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 했던 업무보고를 보면 절반이 청와대 관련 사업인데 이는 결국 청와대 홍보정책이나 다름없다.
■현 정부는 '자유와 공정'을 강조하는데 문화정책과 어떻게 연결되나.
'자유와 공정'의 기치는 윤정부 국정운영의 핵심 개념인데 문화정책을 어떻게 '자유와 공정'와 연결시켜 개념화할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여러 정부를 거쳐왔는데 노무현정부에서 '창의한국'을, 문재인정부에서 '사람이 있는 문화'를 철학과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다. 윤석열정부에서도 이와 같은 철학과 비전을 내세우려면 문화비전 관련 거버넌스를 구성해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팀조차 구성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
'공정'의 하나로 장애인 예술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장애인 예술을 다루는 것은 긍정적일 수 있다. 그렇지만 소수자에 관심이 있다면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등의 인권과 문화권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과 관련 정책이 필요하다.
문화정책을 정치적 이해관계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문화 분야는 진보 성향의 분야이기 때문에 다루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린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정권 홍보와 문화예술계 통제에 치중하게 되고 산업적 성격이 강한 한류에 집착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사실, 콘텐츠 산업은 민간이 하는 분야이고 중앙 정부가 나설 일은 많지 않다. 투명하고 공정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일은 중앙 정부가 하는 게 맞지만 그와 관련된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지는 않다.
■현장과 소통은 어떠한가.
윤정부가 각종 위원회를 없애면서 문체부도 위원회를 무리하게 없앴다. 지역문화진흥법에 기반한 협력위원회가 있었는데 위원들을 임명하고 한달이 지나 대통령실의 위원회 폐지 관련 발표가 있으면서 없어졌다. 사실 지역이야말로 거버넌스를 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기 어려워서 정책이 제대로 만들어지기 어렵다.
지역뿐 아니라 문화 분야는 기본적으로 다양성에 기반을 하며 현대 사회의 문화는 더욱 복합적이다.
거버넌스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정책을 펼치기가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고 현장에 권한을 주면 되는데 그 당연한 과정이 잘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불과 1년 사이에 문화정책의 수준이 너무 퇴행했다.
■관료 중심으로 정책이 펼쳐지겠다.
점점 더 공무원 중심으로 정책을 펼치게 된다. 이런 모습은 문재인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차관급과 각종 기관장 등에 공무원 출신들을 배치하게 된다. 관료들은 무리하지 않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정책을 펼친다. 상대적으로 개혁, 혁신 의지는 약하다.
문화정책은 창의적이어야 하고 실험적이어야 하는데 관료주의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비전문가인 공무원들이 전문가들을 가르치고 하향 평준화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면 손해를 보는 것은 국민들이다. 우리 국민들의 문화 수준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세계적인 트랜드에 익숙하다. 국가의 자원을 국민 눈높이에서 상식적이고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정치인의 필요와 공무원들의 눈높이에 맞춰 진행하니 국민들이 외면하는 거다. 문화정책에 대한 국민과 문체부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가 벌어진 이후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제정됐다.
블랙리스트 사태가 반복되면 안되기 때문에 문체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에서 예술인권리보장법을 제안했다. 수년 동안 모든 문화 관련 공공기관에서 특정 예술가들을 지원에서 배제하는 반헌법적 행위가 이뤄졌다. 1~2건이 아니라 수만건의 문화예술인들을 대상으로 검열이 시스템으로 진행됐다.
이에 블랙리스트의 재발을 방지하고 예술인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고자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표현의 자유와 함께 불공정 문제, 성폭력 문제를 다루는 법으로 완성됐다. 그런데 당시 더불어민주당도 이 법을 통과시킬 의지가 없어서 국회 회기까지 넘기며 간신히 통과가 됐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최소한의 성찰과 사과조차 한 적이 없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문재인정부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 제정 이후 변화가 있나.
문체부에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가 발족이 됐는데 블랙리스트 문제, 표현의 자유 등 관련 전문가는 참여하지 못한 채 부실하게 구성됐다.
윤정부 들어 '윤석열차'로 시작해 언론에 보도된 표현의 자유, 검열 논란만 해도 1달에 1건씩은 된다. 이런 검열을 대통령의 지시로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각 기관들이 자기 검열을 하는 거다.
정부가 바뀌면 이런 검열들이 조사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정부는 취임 초기 영화인들을 만나 '블랙리스트는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결국은 블랙리스트특별법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국가범죄에는 많은 시일이 지나야 드러나는 것들이 있다. 블랙리스트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문화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김영삼정부 때 '문화의 집'을 만드는 등 생활문화의 개념이 시작됐고 김대중정부 때 문화산업 5개년 계획이 시작됐다. 노무현정부에서는 '창의한국' 등 본격적으로 문화정책을 펼쳤다. 이후 20년 정도 문화정책의 흐름이 있는데 초반 10년은 문화정책의 형성기라면 이명박, 박근혜정부 등 10년 정도 혼돈과 퇴행의 시간이 있었다고 본다. 윤정부도 이를 반복하고 있다.
우선, 예술정책을 보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예술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예술의 자율성을 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 전문기관에 대한 통제와 관리만 하고 있는 문체부의 예술 관련 부서를 없애고 현재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국가문화예술위원회로 격상해 예술정책을 펼치는 방안이 있다. 이에 더해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예술 관련 기관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통합하며 각 기관들과 현장에 자율성을 줘야 한다.
지역의 경우 지역문화진흥원이 아니라 지역문화위원회가 필요하다. 이는 자문위원회를 넘는 권한과 책임을 가진 행정위원회가 돼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지역문화는 단순히 예술에 국한한 것이 아니다. 기후위기 초고령사회 등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지속가능한 삶의 생태계를 의미한다. 인구소멸 등이 지역문화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지역문화위원회가 정부 부처들, 지방자치단체 등과 소통하고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화의 범위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문화정책은 삶을 기반으로 각 부처의 여러 정책들을 연결해야 한다. 국가와 공동체의 삶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 초고령화, 기후위기,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은 인간 중심의 삶의 형태를 본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렇게 달라지는 사회와 문화에 대한 각 부처 간 정책적 연결과 통합을 할 수 있는 것이 문체부다. 유엔이나 다른 나라들이 문화정책을 강조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