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3.50%로 네 차례 동결
물가 2%대 진입, 경기 '상저하고' 불투명
주담대 7조원 급증, 한미 금리격차 확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동결했다. 물가 오름세가 꺾이고, 외환시장도 비교적 안정화됐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여기에 경기 하방압력과 금융불안정이 지속되는 점도 통화정책방향결정의 배경이다.
한국은행은 13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연 3.50%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은 올해 1월 0.25%p 인상한 이후 이번까지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는 물가 수준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7%로 전달(3.3%)에 비해 비교적 큰폭으로 내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올해 하반기 2% 중반대의 물가상승률을 유지할 것"이라며 "터널의 끝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13일 금통위 회의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물가 오름세가 안정화되고 있음을 밝혔다. 한은 통화정책의 최대 목표인 물가목표치(2% 전후)에 대한 자신감이 이날 기준금리 동결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풀이다.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점도 작용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미 지난 5월부터 통화정책결정문에서 '물가'보다 '경기'를 우선순위에 두는 듯한 표현을 썼다. 한은은 당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하향 수정했다. 정부도 이달초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1.6%)보다 0.2%p 낮췄다.
문제는 정부와 한은이 예상한 경로대로 경기가 살아날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한은은 상반기(0.8%) 낮은 수준의 성장률을 하반기(1.8%)에 만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당장 1분기 성장률(0.3%)을 보면 이른바 '상저하고'에 따른 회복세를 자신하기 어려운 상태다.
하지만 이날 기준금리 동결이 불러올 향후 파급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당장 가계대출이 다시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줄수 있어서다. 한은이 12일 발표한 '6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62조3000억원으로 전달보다 5조9000억원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7조원이나 증가해 2020년 2월(7조8000억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큰폭으로 늘었다.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가 불러올 외환시장 동향도 우려된다. 한은이 이날 동결하면서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는 현재 1.75%p에서 2.00%p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연준이 이달 26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0.25%p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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