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부풀리기 안돼 … 강수 둔 서울시
압구정 재건축 수주 나선 업체 고발
법적상한 넘어선 360% 용적률 제시
업체측 시에 '고발 철회' 공문 발송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압구정에선 초대형 재건축을 앞두고 설계업체 간 수준전이 한창이다. 국내 1·2위로 꼽히는 희림건축과 해안건축이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쟁 중이다.
서울시 신통기획에 통과되면서 재건축에 속도가 붙는 듯 싶었지만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시가 지난 11일 희림 컨소시엄 소속인 희림과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 대표를 사기미수와 업무방해 입찰방해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희림 컨소시엄측이 시가 제시한 용적률 등에 부합하지 않는 설계안을 제시, 조합원을 현혹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설계안을 두고 특정 업체를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종의 가이드라인 성격인 신통기획안은 변동이 가능한데 형사고발까지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용적률 상향은 공공성 기여 대가 = 시가 이처럼 강수를 둔 것은 희림측 행위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신중한 행보로 버텨온 서울시 재건축 플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수주전에 나선 두 업체 중 희림은 최대 360%까지 용적률을 적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해안측은 서울시 신통기획 범위 안인 300%에 맞춰 설계안을 만들었다.
시는 "현행 서울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따르면 희림이 제안한 360% 용적률은 도저히 나올 수 없다"며 "재량 범위를 넘어서는 제안으로 주민을 현혹하는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희림측도 쉽게 물러나지 않아 이후 고발전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희림은 서울시에 고발을 철회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재건축 업체 선정에 시가 왜 개입하냐는 여론을 조성, 시를 압박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시가 경쟁사인 해안을 도와주려 한다는 루머까지 퍼진 상황이다.
업계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그간 재건축 재개발사업 수주 과정에서 과장·허위 제안은 관행처럼 이뤄져왔다. 향후 모든 정비사업장마다 시가 들여다보겠다는 것인지 입장을 밝히라는 불만도 나온다.
서울시 입장은 단호하다. 오세훈표 재건축 방안인 신통기획이 흔들릴까봐 '오버'한다는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시 고위 관계자는 "허황된 용적률을 주민에게 제시하고 일단 수주부터 하고 보자는 명백한 사기행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용적률로 주민을 현혹해 설계를 따낸 후엔 조합원들 요구라는 명분으로 임대주택 수를 줄이고 공공기여 몫도 대폭 축소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강남 재건축에서 공공임대아파트를 짓지 않는 방안은 한번도 승인된 적이 없다. 공공성 확보를 위해 불법행위에 제동을 건 것일 뿐 이례적인 상황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압구정 필두로 강남 집값 꿈틀 = 서울시가 초강수를 둔 배경에는 압구정 아파트 가격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인 점도 작용했다. 실제 50층 이상 초고층, 1만2000세대 규모 미니 신도시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가뜩이나 높았던 집값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6월 압구정동 아파트 매매 건수는 52건으로 지난해 전체 매매량의 1.5배에 달했다. 강남구 전체 거래량도 증가세다. 올 1월 95건에서 2월 186건으로 두배가 뛰었고 3월(180건), 4월(188건)에도 거래량이 유지되다가 5월 들어 255건으로 크게 늘었다.
신통기획에 포함된 압구정동 한양4차(전용면적 208㎡)는 지난달 64억원에 팔려 신고가를 기록했다. 직전 최고 가격인 52억9000만원보다 11억1000만원(21%)이 뛴 가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