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도서관에서 마음상담·복지서비스
강남구 종합복지관마다 특성화사업
시대변화 맞는 역할·공동체 활성화
수요일 오후가 되면 서울 강남구 세곡동 작은씨앗도서관이 다른 날보다 북적인다. 책놀이지도사인 동네 엄마들이 이웃 초등학생들과 함께 '북마마 책놀이'를 하는 시간이다. 그림책을 함께 읽고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은 친구·이웃 어른을 사귀고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조금씩 드러낸다. 전상숙(48·율현동)씨는 "친구가 없거나 어려서 우울증을 앓던 아이도 책을 통해 소통하면서 달라졌다"며 "자연스럽게 치유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소는 도서관이지만 책놀이 자체는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 이웃사이복지센터 문화프로그램이다.
18일 강남구에 따르면 취약계층 주민들에게 종합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사회복지관이 변화하고 있다. 1인가구 증가와 고령화 코로나19 등 사회·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천편일률적인 서비스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구 관계자는 "대부분 종합복지관은 영구임대아파트와 함께 들어섰는데 30년이 지나면서 주민들은 고령화되고 코로나19 시기 마음돌봄 등 복지 수요가 다변화되고 있다"며 "지역을 넘어 미래사회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능과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관별로 특화된 사업을 시행하면서 맞춤형 통합지원을 하고 궁극적으로는 강남공동체를 활성화한다는 목표다. 2021년 문을 연 태화이웃사이복지센터가 선두에 섰다. 주민 갈등으로 운영이 중단됐던 도서관에 둥지를 틀고 다자녀수급가정과 한부모가정 등 젊은 엄마들이 스스로 힘을 키우고 이웃과 관계하도록 지원한다.
엄마들 독서모임에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까지 시작되면서 도서관이 활성화됐고 어느새 동네 주민들 거점으로 자리잡았다. 주 2회 사서 지원에 더해 50플러스센터에서 1인가구 상담인력을 파견하면서 서비스도 한층 강화됐다. 이사라 팀장은 "복지관에서 시간 약속을 하면 엄마만 나오는데 도서관은 가족 구성원이 함께 방문한다"며 "가정상황 파악이 쉬워진다"고 말했다.
도서관 운영 방향은 주민들과 함께 결정한다. 입주자·임차인 대표와 관리사무소 복지관이 분기별 회의를 열어 주민 수요를 빠르게 반영한다. 이아진 관장은 "복지관이 문을 닫는 주말에 도움을 요청할 곳이 있어야 한다"며 "취약계층 중심이지만 공동체를 지향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장애인복지관에서는 서비스를 요구하기만 하던 장애여성 한부모가 센터에서는 공동체 일원 역할을 하는 등 주민들도 달라진 모습"이라며 "장기적으로 도서관 운영도 주민들이 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태화복지관과 함께 능인복지관은 빈곤·한계 계층을 우선 돌본다. 위기가구 발굴과 돌봄체계 구축, 지역밀착형 거점 조성 등을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도록 지원한다. 영구임대주택단지와 가까운 강남 대청 등 나머지 네곳은 고령화 1인가구 정신장애인에 초점을 맞춘 특화사업을 한다. 구는 올해 한곳에 1억원 기능보강 보조금을 지원해 특화사업을 위한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2곳, 2025년에는 6곳 모두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강남구형 종합사회복지관'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각 동주민센터와 연계해 현재 양재천 남쪽에 쏠린 종합사회복지관이 지역 전체를 아우르도록 민·관 협력도 강화한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변화하는 복지환경에 따라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계속 고민하고 발전시켜 선도적인 복지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