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이후 종합전형

2023년 '대입 공정성 강화' 완료한다

2023-07-19 11:05:05 게재

'자기소개서 폐지' 등 서류평가 변화 … '전공 적합성' 중심으로 진로 역량 평가

올해 고3이 치르는 2024학년 대입은 단계적으로 진행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이 완성된다. 자기소개서 폐지와 함께 학생부의 수상 실적, 독서 목록, 개인 봉사 실적, 자율동아리 등이 대입에 미반영된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서류평가에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 서류평가 요소와 항목이 변화되고 전공 연계 교과목 이수 현황을 면밀히 살피겠다는 대학도 적지 않다. 진작 예고됐지만 본격적인 적용이 시작되는 시기가 올해인 데다 전문가들은 2026 대입까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2024 종합전형의 학생부 평가를 고3은 물론 고1, 2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종합전형의 학생부 평가가 어떻게 달라질지, 주요 대학의 2024학년 수시모집 요강과 '학생부종합전형 가이드북'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짚어본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2007년 도입된 종합전형은 대학별로 인재상과 평가 기준이 다른 것이 특징이었다. 이로 인해 학생을 지도하고 대입 지원을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2017년 종합전형 평가 요소를 표준화하는 연구 작업을 통해 학업역량, 전공(계열) 적합성, 인성, 발전 가능성이라는 평가요소와 평가항목을 도출했고 실제 평가에 광범위하게 활용해왔다.

최근 들어 또다시 종합전형의 평가 환경이 변했다. 대입 자료로 제공되는 학생부의 항목과 내용이 줄어들었고 교사추천서에 이어 자기소개서도 폐지되는 등 종합전형을 평가할 전형자료가 급격히 축소됐다.

지난해 건국대 경희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 5개 대학은 종합전형의 새로운 평가요소와 평가항목을 발표했다. 전형자료에 없어 평가가 어려운 항목은 배제하고 유사한 항목은 통합하고 명칭을 변경해 보다 평가의 타당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한 것이다.

연구 책임자인 임진택 경희대 책임입학사정관은 "연구의 가장 큰 변화는 평가요소 중 '전공 적합성'을 '진로역량'으로 변경한 점"이라고 밝혔다.

진수환 강원 강릉명륜고 교사는 "5개 대학의 종합전형 공통 평가요소 발표 이후 교실수업과 학생부기록이 많이 달라졌다"며 "지금은 교과수업에 관한 내용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교사들이 수업에서 관찰한 내용으로 학생 개별의 성취와 성과를 기술하려는 경향"이라고 말한다.

◆공통 평가요소의 다른 반영 비율 = 표준화된 공통 평가요소를 사용한다 해도 대학마다 반영비율은 각기 다르다. 2024학년 경희대는 진로역량이 5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임 책임입학사정관은 "평가 요소별 반영비율은 대학마다 평가의 강조점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로 경희대는 변별력의 관점에서 학업역량보다 진로역량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5개 대학은 아니지만 반영비율이 같은 대학은 동국대가 있다. 진로역량 대신 전공 적합성으로, 공동체 역량 대신 인성 및 사회성을 평가요소로 설정했으나 평가 세부사항은 유사하다.

이재원 동국대 책임입학사정관은 "동국대의 입학전형은 고교 교육과정과 연계가 높다"며 "교과전형에서도 30% 서류 종합 평가를 반영하는데 평가항목이 종합전형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한해 앞서 2023학년 서류평가부터 공통 평가요소를 적용했던 건국대는 공동체 역량이 30%로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김경숙 건국대 책임입학사정관은 "다른 대학보다 유독 더 중요하다는 의미보다는 전형의 안정성 측면에서 변화 없이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종합전형은 대학마다 다른 평가요소와 세부항목, 그에 따른 반영비율을 살펴보고 자신의 강점에 맞게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 진 교사는 "경희대 중앙대 중에서 고민한다면 평가요소별 반영비율의 차이를 면밀하게 살펴 대학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에서 발표하는 합격자 사례를 잘 살펴보면 전형이 우선하는 역량을 찾을 수도 있다. 수시지원을 앞둔 여름방학부터는 대학 입학처에서 제공하는 상담 기회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권장 선택과목 미이수하면 감점? =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이 자리를 잡아가고 고교학점제도 1단계 적용을 시작으로 점진적인 확대를 앞두고 있다.

종합전형 공통 평가요소에서는 학업역량과 진로역량을 통해 교육과정에 따른 학생의 자기 주도적 과목 선택을 한층 더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

2021년 7월, 서울대는 '2024 입학전형 예고'에서 '전공 연계교과 이수과목'을 발표했다. 올해 고3이 이 기준을 적용받는다. 서울대는 안내자료를 통해 "지원자격과는 무관하지만 모집단위가 권장하는 과목은 전공을 공부하는 데 필요한 과목이므로 이수 여부를 서류 평가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에는 경희대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가 공동연구를 통해 '대학 자연계열 전공 학문 분야의 교과이수 권장과목 안내' 자료를 발표했다(표 3).

임 책임입학사정관은 "전공에 적합한 과목을 선택해 이수했는지는 이미 전공 적합성 차원에서도 반영해왔다"며 "5개 대학 공동연구를 통해 권장과목을 다시 한번 명시한 것으로 권장과목을 모두 이수했을 때 가장 바람직하게 평가받고, 모두 이수하지 않았다면 감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5개 대학이 공동연구해 발표한 자료지만 서류평가에서의 반영 여부는 대학 자율에 따른다.

인문계열은 상경계열이나 사회과학 일부 모집 단위에서 수학적 역량을 강조하는 것 외에는 국어 영어 사회 과목들을 두루 이수하면 된다. 교과의 특성이 강하지 않고 인문사회계열 전반에 대한 소양이 전공공부의 기초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고교 수학 과학 교과가 전공공부의 바탕이 되는 자연계열은 전공 연계과목의 구분이 분명하고 위계가 뚜렷하다. 당장 '물리학I·II'를 이수하지 않았다면 공대에서 수학하는 것이 쉽지 않다.

서류평가를 넘어 입학 후 실제 대학에서 공부할 때 필요한 지식이자 역량인 만큼 전공 관련 수학 과학 교과를 이수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는 중앙대 2023학년 수시 일반고 지원자들의 진로선택과목 이수 현황을 봐도 알 수 있다(표 4).

◆간소화된 학생부 평가, 대비는? =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이 시행된 2021학년부터 블라인드 서류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학생부 기재와 반영 항목이 하나씩 축소되고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기소개서도 폐지됐다.

대학들은 이에 따른 평가 변화는 크게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학생들이 스스로를 설명한 기회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했다.

김 책임입학사정관은 "자기소개서 폐지는 아쉬움이 있다"며 "대학에 지원하며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의견을 밝히는 창구였기 때문"이라고 토로한다.

학생부 기재 항목이 축소되고 대입 미제공 항목이 늘면서 남아있는 항목, 즉 교과 세특과 창체, 종합의견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일선 고교에서는 다양한 활동과 프로그램을 개발하려 노력한다.

창체는 단체활동을 진행하고, 공통적인 내용으로 기록하는 편이었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특색활동들을 개발해 학생마다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기록하며 활동역량을 부각시킨다는 후문이다. 독서 역시 목록 자체는 반영되지 않지만 교과와 연계된 교육 활동을 했다면 도서명을 포함한 내용을 다른 영역에 입력할 수 있기에 세특이나 창체와 연계해 기록하고 있다.

종합전형 평가의 기반은 학생부이고, 학생부는 학생의 학교생활에 대한 기록이다. 달라진 학생부 평가는 학생들이 교과수업 본연의 역할과 목표에 집중하고, 보다 넓은 시야로 진로를 고민할 수 있도록 이끈다.

학생과 학부모들도 이 방향을 이해하고, 고교 수업·활동 전반을 과거처럼 특정 전공·직업으로 집중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김기수 기자·윤소영 내일교육 리포터 yoonsy@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