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회계법인, 미국 감사의무 확대안에 강력 반발

2023-08-01 11:27:14 게재

"새로운 규정 비현실적 … 감사비 치솟을 것"

미 SEC, 감사인 책임 대폭 늘리는 개정안 예고

빅4 회계법인들이 미국정부의 새로운 감사규정 개정예고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감사대상 기업들의 회계조작을 근절하고자 회계법인에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위쪽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딜로이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언스트앤영(EY) KPMG. 사진출처:big4accountingfirms.org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제안한 감사규정 개정안 협의기간이 오는 7일(현지시각) 종료된다. PCAOB의 새로운 규정은 회계법인의 책임을 대폭 늘리는 내용이다. 감사대상기업이 법과 규정을 지키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에 대해 기업 이사회에 알리는 등의 책임을 지운다.

기존 규정에 따르면 감사인들은 재무제표의 정확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비위에 대해서만 적발하고 고발해야 한다. 반면 새로운 규정은 간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기업의 행위, 예를 들어 감사대상 기업이 거액의 벌금을 낼 잠재적 위험이 있는 행위 등에 대해서도 회계법인이 점검해야 하는 의무를 담고 있다.

FT는 "개정안은 회계법인들이 고객사의 잘못으로부터 투자자들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미국정부의 판단에 기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회계법인들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감사수수료가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고객사들에 개정안 반대에 동참해달라고 독려하고 있다. 딜로이트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언스트앤영(EY), KPMG 등 빅4 회계법인을 대표하는 '감사품질센터'(CAQ)는 고객사들에게 개정안을 비판하는 의견서에 서명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감사품질센터가 작성한 서한의 골자는 '감사인들은 변호사가 아니다. 회계법인의 핵심역량을 벗어나는 지식과 경험을 포함하도록 회계법인의 역할을 확대하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혜택은 없고 감사비용만 대폭 늘리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 감사품질센터는 개정안 취지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개정안 범위가 지나치게 방대한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PCAOB 내에서도 찬반 논쟁이 일었다. 개정안에 찬성한 이는 5명의 위원 중 3명에 그쳤다. 반대한 2명의 위원은 빅4 회계법인에 몸담은 바 있다. 반대 입장의 한 위원은 "회계법인의 의무를 숨이 멎을 만큼 확장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 수석감사인을 지냈고 현재 PCAOB 자문위원인 린 터너는 "현재 규정은 감사인에게 너무 많은 재량권을 부여한다. 따라서 감사인들은 잠재적으로 불법 소지가 있는 기업의 행위를 볼 때 경영진과의 갈등을 피하려 한다"며 "현재 규정은 자본시장에 그 어떤 방식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터너는 "나는 PCAOB 사람들에게 '이는 전쟁이다. 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 전쟁은 개정안에 찬성한 3명의 위원들을 시험대에 올릴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기개를 가졌는지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계법인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밀러&슈발리에 소속 변호사 샌드라 해나는 "개정안은 감사인들을 '사기조사관'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감사인들에게 범죄과학수사 수준의 기준을 요구한다. 극히 미미한 의혹도 조사해야 한다는 식이다. 나는 회계법인들이 개정안을 지키지 못할 것으로 우려한다"고 말했다.

PCAOB 3명의 찬성 위원 중 하나인 토니 톰슨은 FT에 "우리는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특히 빅4 회계법인만큼 인적·물적 자원을 갖지 못한 소규모 회계법인들의 의견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규정안의 원칙은 적극 방어했다. 톰슨 위원은 "우리는 감사인들에게 변호사가 되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 또한 그들에게 전문가가 되라며 막대한 자원을 써야 한다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 만약 감사대상 기업에 우려할 만한 대목이 있다면, 못본 척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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