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도 집밖도 '불안한 대한민국' … 여야·정부는 뒷북 대응
묻지마 칼부림·폭우 피해로 외출 겁나 … 철근 누락으로 집안도 공포
국민 안전 책임진 여야·정부 뒤늦게 부산 … "국회 책임 다하지 못해"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해놓았다. 헌법과 달리 현실은 행복은커녕 '생존'을 걱정할만큼 위태롭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집밖은 물론 집안에서조차 안전을 우려할 처지가 됐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여야와 정부는 뒷북 대응으로 일관해 비판을 자초하는 모습이다.
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일대에서는 또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벌어졌다. 범인은 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한 뒤 백화점으로 들어가 흉기를 휘둘렀다. 범인과 일면식도 없는 시민 1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불과 13일 전인 지난달 21일에는 서울 신림동에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발생해 길을 걷던 시민 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잇따른 '묻지마 칼부림' 사건은 불특정 시민을 상대로 한 잔혹 범죄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시민 입장에서는 집밖으로 나와 다중이용시설을 찾거나 길거리를 걷는 것조차 무섭게 된 것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3일 사건 직후에야 "다중밀집 장소를 중심으로 가시적인 경찰 활동을 강화해달라"고 지시했다. 당정도 뒤늦게 '묻지마 칼부림' 사건을 겨냥한 대책을 내놓았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4일 SNS를 통해 "(비공개 당정회의를 통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 신설도 논의했다"며 "가해자 인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반 국민의 일상"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집중호우로 인해 47명이 사망했고 3명이 실종됐다. 충북 오송 지하차도에서만 14명이 숨졌다. 1만4000여곳이 주택침수와 도로 훼손, 산사태 등 피해를 입었다. 1만960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관계당국의 '태만'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무조정실이 뒤늦게 감찰을 벌여 36명을 수사의뢰하고 63명에 대한 징계를 추진했지만 사후약방문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3일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행복도시건설청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번 참사가 관계당국에 의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주장이다.
아파트 철근 누락 사건은 국민이 내 집조차 안심하고 머물 수 없도록 만드는 상황을 초래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가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공포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이 역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은 4일 '아파트 무량판 부실공사 진상규명 및 국민안전 태스크포스' 첫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다. 전날 국토교통부는 '무량판 공법'이 적용된 민간아파트를 전수조사한 뒤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부실시공에 대한 처벌 강화와 건설 감리업체의 안전 책임 강화 등 법안들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며 "중요한 건 국회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국민의 불안감을 극대화시키는 참사가 잇따르는데도 정치권과 정부가 뒷북 대응에 급급한 모습을 노출하면서 국민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정치권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하는 무당층이 증가하기 십상이다. 전국지표조사(7월 31일∼8월 2일,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32%, 민주당 23%, 무당층 37%로 나타났다. 무당층이 가장 많은 것. 2월 셋째주 조사(국민의힘 39%, 민주당 26%, 무당층 27%)보다 무당층이 10%p나 늘어났다.
여권 인사는 4일 "정치권이 국민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쟁에만 매달린다는 인상을 줄 경우 (국민의) 정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무당층이 급증하는 (여론조사)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정치권이 각성하지 않으면 극대화된 정치 불신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