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년만에 어업구조개혁 … 각론이 성패 가른다

2023-08-04 18:09:04 게재

TAC 중심으로 규제 바꾸면서 금어기·금지체장 없애

2027년까지 … 조업구역·방식, 감척보상 등 합의 난제

정부와 여당(국민의힘)이 2일 민간전문가와 청년어업인이 참여한 민·당·정 협의회를 열고 1500여개에 달하는 어업규제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국민의힘과 해양수산부는 민간 전문가와 청년어업인 등과 함께 2일 국회에서 '어업 선진화를 위한 민·당·정 협의회'를 갖고 오는 2027년까지 1500여개 어업규제를 절반으로 줄이고 대신 총허용어획량(TAC)제도를 전 어종 및 업종에서 시행하기로 했다. 사진 연합뉴스


대신 어선이 한 해동안 잡을 수 있는 총어획량을 정하고 이 범위 안에서만 잡을 수 있게 하는 총허용어획량(TAC)제도를 모든 어선에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 규제를 줄이고 TAC중심으로 전환하는 일은 2027년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당·정은 관련 법안 제·개정과 예산확보 등을 통해 이르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지만 성공여부는 각 어종 ·업종 ·지역별로 적용할 내용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협의회에서는 어업 선진화를 위해 △현행 규제는 대폭 철폐하고 △어획량 중심의 어업관리체계로 전환 △국제기준에 맞는 어업모니터링 체계 도입 등을 논의했다.

◆TAC중심으로 규제개선, 윤석열정부에서 속도 더해 =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날 협의회를 통해 불필요한 어업규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2027년까지 모든 어선·어법에 TAC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당정은 모든 어선·어법에 TAC제도가 도입되면 현재 41개 업종에 적용하고 있는 1500여 규제가 절반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당정은 현재 15개 어종 17개 업종에 적용하고 있는 TAC를 2027년까지 모든 어종·업종으로 확대한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1999년 처음 도입된 후 28년만에 전면 시행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업인들이 기존 규제에 더해 TAC까지 이중규제를 받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기존 규제 중 절반은 페지한다.

해양수산부는 그동안 어업규제를 TAC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지난 2019년 초 수립한 '수산혁신 2030 계획'에서 'TAC 기반 자원관리형 어업구조 정착'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고, 이후 대상 어종과 업종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또, TAC 참여어업인에 대해서는 규제완화 시범사업을 실시해 감척 등 어업인 지원정책도 우선 적용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TAC중심 어업규제 개선은 속도를 더했다. 해수부는 지난해 10월 민간위원들로 '수산자원정책혁신 현장발굴단'을 구성해 두 달간 전국 5개 권역을 돌며 현장 어업인 토론회를 열었다. 현장발굴단은 이 과정을 통해 정책개선안 138건을 발굴해 이 중 약 60%에 달하는 83건을 즉각 정부정책에 반영해 개선할 것을 지난해 12월 정부에 권고했다.

권고안에는 잡을 수 있는 물고기 크기를 제한(금지체장)하거나 조업시기를 제한(금어기)하는 정책을 개선하고, 1년에 잡을 수 있는 총어획량을 허가하고 이를 지키면 다른 규제를 완화하는 TAC정책도 개선할 것을 포함했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당시 현장발굴단의 권고안을 받으면서 "(정책에) 권고안을 적극 반영하고, 지속가능하고 어업인이 공감할 수 있는 수산자원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당정협의도 이런 흐름 속에 마련됐다. 다만, △정책시행 목표시점을 명확히 하고 △해수부 중심으로 진행해 오던 일을 당과 정부 전체 과제로 격상해 진행하는 식으로 어업규제개혁 중요성을 격상했다.

당정은 규제전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어선이 할당된 어획량 한도 안에서 잡은 물고기를 자율로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개별양도성어획할당제(ITQ)도 도입하기로 했다.

협의회 이후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금어기, 휴어기를 어민 자율에 맡기고 총허용어획량 기준으로 관리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도 "115년 만의 어업에 대한 총체적 개혁을 하는 과정"이라며 "규제를 풀기 위한 준비 단계가 많이 필요하고, 단기·중기·장기과제로 해서 2027년까지 완료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6일 부산 서구 공동어시장에서 휴어기를 끝낸 대형선망수협 고등어 조업 선박들이 출어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 후쿠시마원전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국내산 수산물 안전성을 알리기 위해 배마다 현수막을 내걸고 출항했다. 사진 연합뉴스


◆업종별·지역별 어업인 이해관계 조정해야 = 당정은 2027년까지 제도개선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지만 계획대로 시행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어업계가 총론은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어종별 업종별 지역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전체 정책에서 우선순위를 높이고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정영훈 한국수산회장은 3일 "과학을 기반으로 수산자원관리를 TAC 중심으로 가는 것은 맞는 방향이지만 전통적인 조업관리방안으로 시행해 온 금어기 금지체장 등을 TAC중심으로 전환하는 완충기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수산자원정책혁신 현장발굴단장'을 역임했다.

정 회장은 특히 "우리나라는 41개에 이르는 다양한 연근해 업종이 있어 TAC 하나로 통합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며 "현장 어업인들 의견을 잘 듣고 어업인들이 할당된 어획량만 잡아도 생활할 수 있게 경영안정대책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영안정대책은 직불제 확대, 어선감척확대를 통한 어선당 생산력 향상 등을 제시했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도 연근해 어업의 특성을 반영할 것을 주문했다. 노 회장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려면 (10톤 이상 큰 선박으로 조업하는) 근해어업과 달리 5톤 미만 소형어선은 TAC제도가 잘 될지 세밀히 검토해 봐야 한다"며 "연안어업인들이 할당된 어획량과 규격에 맞게 조업해 오면 고부가치로 만들어 파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감척작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제도개선을 위해 선박척수를 줄이는 감척작업을 성공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감척보상비가 현실적 가격으로 책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연안어업인들은 조업구역을 놓고 연안어업과 근해어업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을 제거하지 못한 채 TAC제도를 전면화하면 연안어업이 소멸할 것을 우려했다.

김대성 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장은 "연안어업인은 더 멀리 나가려 하고, 근해어업인은 연안 쪽으로 들어오려 하는데, 연안·근해 조업구역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하면 100% 실패할 것"이라며 "선박이 큰 근해어업이 연안어업에 비해 고기잡는 기술·강도, 어구(설비)능력 등이 모두 앞서 있는데 연안과 근해어업 어장을 구분하지 않으면 연안어업이 다 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실효성 있는 감척을 강조했다. 김성호 한수연회장은 "어장은 줄었는데 어선이 너무 많다"며 "어촌뉴딜사업이 끝났으니 2조~3조원 규모 감척자금을 만들어서 정부가 실감정가로 배를 사들이고, 남은 어업인들은 총선박 척수를 줄여 먹고 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훈 부경대학 교수(대통령직속 농어업특별위원회 미래수산특별위원장)는 "이번 당정협의에서는 TAC전면화를 위해 실시간 조업모니터링과 양륙항모티터링을 강화하고, 원양어업에서 하고 있는 조업관리센터(FMC)도 연근해에 적용하기로 해 조업량을 제대로 파악할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게 진전된 내용"이라며 "총론에서 각론으로 들어가면 할 게 많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현장어업인들과 전문가들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용석 해수부 수산정책실장은 "현장 전문가들과 어업인들 지적은 매우 중요하고 쉽지 않지만 가야할 길"이라며 "올해 안에 법안 제·개정, 관련 예산마련 등을 하고 내년에는 시행해야 2027년까지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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