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 82% "폭염에도 중단없이 일한다"

2023-08-11 11:34:02 게재

건설노조 옥외작업자 설문조사

체감온도, 기상청·현장 6.2℃ 차이

#. 충청북도 LH 아파트 건설현장, 7월 27일 오후 2시 기상청에서 발표한 인근 지역 습도는 54%, 온도는 32.3℃로 체감온도는 32℃였다. 반면 현장에서 실제 측정한 온도는 48.3℃, 습도는 87%로 체감온도가 52℃였다. 22℃나 차이가 났다.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해 강풍·호우를 동반한 채 북상하며 지나갔다. 이제 폭염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물 그늘 바람 휴식'을 중심으로 하는 '폭염 대비 근로자 건강보호 특별 대응지침'을 만들고 9월 말까지 예방수칙 준수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옥외작업하는 건설노동자들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인식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가 10일 서울 영등포 국회도서관에서 이은주 의원(정의당·비례)과 공동주최한 '폭염기 건설현장 옥외작업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국회토론회'에서 전국 31개 현장 체감온도 실측 결과를 발표했다.

건설노조는 7월 11일부터 8월 7일까지 31개 건설현장에서 222건의 체감온도를 기록했다. 작업자의 눈높이에 온·습도계를 설치해 측정했다.

그 결과 기상청이 발표하는 체감온도는 현장과 평균 6.2℃ 차이가 났다. 10℃ 이상 차이나는 현장이 34곳으로 전체 현장 가운데 15%를 넘었다. 크게는 22℃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고용부 예방 가이드에 따르면 체감온도에 따라 주의(체감온도 33℃ 이상)·경고(35℃)·위험(38℃) 단계별로 매시간 10~15분씩 그늘(휴식공간)에서 휴식을 제공하는 등의 대응조치를 해야 한다. 사업주는 근로자가 온열질환 발생 우려 등 급박한 위험으로 작업중지 요청을 하면 즉시 조치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건설노조가 8월 1~2일간 형틀목수 철근 타설 등 토목건축 현장 노동자 32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구글독스 스마트폰 설문조사 결과 "폭염이어도 별도 중단 없이 일하고 있다"는 응답이 81.7%였다. 체감온도 35℃ 이상일 경우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옥외작업을 중지하게 돼 있었지만 강행규정이 아니어서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휴게실은 없거나 멀리 있었고 그마저도 충분하지 않았다. 작업위치에 휴게실이 없다는 응답이 24.9%나 됐다. 20.8%는 100미터 이내에, 7.9%는 200미터 이내에 있다고 답했다. 급기야는 물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20.3%에 달했다. 폭염 단계별로 매시간 10~15분씩 휴식시간 제공에 대해서는 25.4%가 규칙적으로 쉬고 있다고 답했고 54.7%는 재량껏 쉬고 있었다.

정부의 폭염 대책이 건설현장에서 적용되지 않은 이유(중복응답)에 대해서는 '폭염 대책이 강제성이 없어서'(61.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정부의 관리감독 부실'(47.0%) '물량도급으로 쉬는 시간 없이 일하는 건설현장 관행'(40.8%) '최저가 낙찰제 등으로 공기연장 사실상 불가능'(33.1%) 등이었다.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산업안전보건법에 '폭염기 건설현장 옥외작업 온열질환 예방대책'을 반영해 법제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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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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