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메콩지역을 공급망 구축 잠재적 후보지로 육성해야

2023-08-18 10:51:01 게재

미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등 개발협력 각축장 … 메콩지역 생산역량 강화가 필수조건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전략실장

메콩(Mekong)지역은 동남아의 젖줄인 메콩강이 관통하는 동남아 5개국(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을 지칭한다. 메콩지역은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와 남아시아를 연결하는 통로로서 중요할 뿐 아니라 연평균 6% 이상의 경제성장률, 풍부한 천연자원, 젊은 노동력 등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2000년대 들어 많은 해외직접투자가 이 지역으로 유입되면서 경제가 역동적으로 성장했다.

메콩 지역은 새롭게 부상한 경제력과 지리적 강점을 활용하는 중국과 동지역에 대한 오랜 협력 역사를 지닌 일본, 그리고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 동아시아와 경제교류를 확대하고자 하는 인도와 호주 등 경제 및 개발 협력의 각축장이 되었다. 특히 최근 들어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그 가치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일본, 중국 영향력 확대 견제 목적 = 미국, 일본, 중국 등 메콩 지역의 주요 이해당사국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니셔티브를 전개하고 있다. 일본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대주주로서 확대 메콩지역 개발프로그램(GMS: Grea ter Mekong Sub-region)을 주도하는데, 일본의 신성장동력 확보와 현지 진출기업 비즈니스 환경 개선 등 경제적 성과로 GMS의 추진을 연계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메콩 지역 협력은 프로젝트 간 연결성을 중시하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확실한 목적을 드러낸다. 2012년부터 아시아 지역 생산 거점을 분산하기 시작하여 '중국+1' 전략을 본격화했고 2022년 '아시아 미래투자이니셔티브(AJIF)'를 통해 메콩 지역을 포함한 아세안을 글로벌 공급망의 허브로 육성할 계획을 수립하였다. 또한 자국 기업들의 해외 공급망 다원화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메콩강 하류지역에 위치한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지난 1월 31일 수송선이 메콩강을 건너는 승객과 차량을 수송하고 있다.


중국도 란창-메콩협력(Lanchang Mekong Cooperation)을 출범하고 정례화된 외교장관회의(매년)와 정상회의(격년)를 통해 주요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중국 위협론을 불식하고 자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한다. 특히 중국은 자국 서남부 지역의 대외 개방과 경제발전에 메콩 지역 개발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띈 것으로 파악된다.

◆외교·안보적 목적에 더 집중하는 미국 = 미국은 2009년부터 '하부메콩이니셔티브(Lower Mekong Initiative)'를 추진해오다가 2020년에 이를 확대 개편하여 '메콩-US 파트너십'을 출범하였다. 이를 통해 메콩 지역에서의 경제통합과 인적자원 개발, 비(非)전통 안보 분야에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미국의 메콩지역 협력은 경제적 이익에 관심을 둔 일본이나 중국의 협력 목적과 달리 외교·안보적 목적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메콩 지역과 인접한 인도도 2000년 메콩-강가 이니셔티브(Mekong-Ganga Cooperation Initiative)를 출범하고, 관광, 문화, 교육, 운수·통신 등을 중심으로 메콩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정권이 교체되어도 메콩지역에 대해 높은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도와의 협력도 관심을 둬야 한다. 필자가 지난 7월에 인도 옵서버재단(ORF)을 방문하여, 한-인도 협력 방안을 논의할 때 인도 학자들은 메콩지역 개발에 양국이 함께 협력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해 왔다.


한편 메콩지역 개발을 위해 메콩 5개국도 다자협력체를 형성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 중이다. 태국이 주도하는 에야와디-짜오프라야-메콩 경제협력전략(ACMECS)는 2003년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태국 4개국이 역내 격차 해소와 지속가능 개발을 위해 설립한 역내 경제협력기구이다. 2004년에 베트남이 가입하면서 명실상부하게 메콩지역을 대표하는 역내 협력체로 자리매김했다.

◆메콩 직접투자, 일본 한국 미국 중국 순 = 한국도 메콩지역 협력에 대해 최근 공을 들이고 있다. 2013년 한국은 '한-메콩협력기금'을 신설하고 메콩연구소(Mekong Institute)를 통해 우선협력 분야인 △문화·관광 △인적자원개발 △농업·농촌개발 △인프라 △정보통신기술(ICT) △환경 △안보협력에 대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9년 한-메콩 외교장관회의를 격상하여 2020년까지 두 차례의 한-메콩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2021년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이후 한-메콩 정상회의를 개최하지 못하고 있지만, 한국은 2023년 4월에 공식적으로 공표한 한-아세안 연대구상 (KA SI: Korea-ASEAN Solidarity Initiative)을 통해 메콩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KASI를 통해 한국정부는 한-메콩 고위급 협의체 정상화를 모색하고, 메콩지역이 실질적으로 높은 수요를 나타내는 수자원·환경·농업·농촌개발·산림 분야 중심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하였다. 또한 ACMECS, 메콩우호국회의(FOM) 등 메콩협의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으며, 미국·일본 등 주요 파트너국과의 연계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메콩지역 5개국에 대한 FDI 규모를 투자국별로 보면 일본, 한국, 미국, 중국 순이다. 주요 투자 분야는 광업·채굴업 등이 포함된 에너지 부문과 건설업, 정보통신·전자 부문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대 메콩지역 투자는 캄보디아에 대해서는 금융 및 보험업, 라오스에 대해서는 전기·가스·공조 공급업, 미얀마에 대해서는 광업, 태국 및 베트남에 대해서는 제조업의 비중이 높았다. 이러한 해외직접투자의 유입은 메콩 지역 국가들의 수출 부가가치 향상에 기여했다. 그러나 수출에 활용된 자국 부가가치는 여전히 낮게 나타나 제조업 부문에서 기술이전 요구가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 개선위해 ODA를 확대해야 = 필자가 현지조사 기간에 만났던 우리기업 관계자는 생산 활동에 메콩지역 기업의 원료, 부품이나 중간재를 조달받아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납기 미준수와 품질 요구조건 미충족을 꼽았다. 결국 메콩 지역을 공급망 후보지로 연계하기 위해서는 메콩지역의 생산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추가로 필자는 2022년에 생산망과 공급망 다각화에 관심이 있는 메콩지역 진출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조달 및 생산구조 변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수행했다. 현지기업과 한국 기업 간 공급망 연계 시 발생하는 주요 애로사항으로 메콩 현지기업들의 품질경쟁력과 기술력 부족, 그리고 원자재와 부품 부족을 꼽았다. 즉 메콩 지역의 기술이전 요구에 대해 적절한 수준의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 기업과 공급망으로 연계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기술이전(지원)의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정부 간 협력을 통해 메콩 역내에 기술이전을 위한 법률 및 제도적 조건을 먼저 완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어져야 우리 기업의 기술은 보호받을 수 있고, 새로운 공급망도 마음 놓고 구축할 수 있다. 또한 우리 기업은 메콩지역의 열악한 물류 인프라를 공급망 구축의 애로사항을 꼽고 있었다. 이점은 우리 정부가 메콩 지역의 인프라 개선을 위해 ODA를 확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설문조사에서도 우리 기업들은 ODA를 활용한 물류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점에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경제협력 넘어 사회문화 교류 확대해야 = 한편 동일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기업의 40% 이상이 미·중 패권 경쟁과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자신들의 공급망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고, 부정적 영향은 2~3년 뒤에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즉 우리 기업들은 중장기적으로 공급망 상황이 더욱 불안정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상대적으로 미국과 중국에 중립적인 메콩지역에 관심을 둔 것으로 판단된다.

메콩지역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경제협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문에서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자유로운 시장경제 질서 속에서 공동이익을 모색하고, 전통적·비전통적 안보 위협으로부터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양 지역 국민 간 상호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사회·문화적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더하여 메콩지역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와 가장 긴밀하게 경제협력을 추진한 베트남에서의 성과를 다른 메콩지역으로 확산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메콩 소사이어티(가칭)' 설치를 고려할 수 있다. 한국 정부와 메콩 5개국 정부, 현지에 진출한 한국의 민간기구, 공공기관 대표 사무소, 한국 지자체 등 모든 이해당사자가 참여하여 양 지역 간 포괄적 협력 창구로서 경제·산업 및 사회·문화 교류, 그리고 교육·기술협력까지 논의하는 포괄적인 협력 플랫폼을 형성할 수 있다면, 사업간 연계를 통해 다양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