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동행버스' 공공정책 전환 이끄나
표심만 공략하면 공감대 형성에 한계
전문가들 '좁지만 깊은 정책'에 주목
22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전날 서비스를 시작한 동행버스에 대한 시민들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포털 등에선 관련 검색어가 급상승하고 있고 동행버스를 소개하는 기사들엔 공감 댓글이 줄을 잇는다.
경기 화성시 동탄과 김포시 풍무동에서 각각 강남역과 김포공항역을 오가는 동행버스 이용객은 사실 많지 않다. 혜택을 보는 이들은 서울시민도 아니다. 오세훈 시장이 공략할 유권자가 아닌 셈이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서울시 일이 아니고 정책 수혜자가 너무 적어 이른바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이유다. 자신이 수혜를 누리는 것도 아니고 서울시민을 위한 사업도 아닌데 시민들이 호평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상급식, 피해자는 초등생들 뿐인데 = 전문가들은 이를 '좁지만 깊은 정책의 힘'이라고 표현한다. 서울시 정책자문 역할을 했던 한 관계자는 "정책의 수혜를 입었다고 모두 지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대상자는 넓지만 공감 정도는 낮은 수많은 정책들이 시민들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고 말했다.
공공정책 전문가들은 좁지만 깊은 정책이 영향력을 발휘했던 사례로 10년 전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꼽는다. 무상급식 중단 피해자는 초등생뿐이다. 하지만 반대 의견은 나이 계층을 넘어 큰 폭으로 확산됐다.
정책 입안자들 고정관념과 달리 최근 서울시 사업 가운데 높은 관심을 끈 것들도 좁지만 깊은 정책들이다. 지하철 10분 내 재승차는 시행 한달이 되지 않아 시민들 교통비를 12억5000만원이나 아껴줬고 한창 일해야 할 청년기에 가장 역할을 하는 '가족돌봄청년'을 돕는 일에는 일반 시민들 호응이 컸다.
서울시는 저출생 극복 대책 일환으로 아이 낳을 의향이 있는 가정을 집중 지원한다. 근본적인 저출생 해결책 여부를 떠나 난임 부부들이 실제 겪는 어려움인 시술비를 지원해주거나 넉넉치 않은 가정에 산후조리비용을 지원하는 시도가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시민 삶 구체적으로 살펴야 = 좁지만 깊은 정책의 중요성이 새로운 게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능한 정치 지도자, 행정가들은 이미 이같은 방식의 정책 설계가 갖는 효용성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깊은 인식(Deep Recognition)' 전략도 이에 기반했다. 정치전략·여론조사 전문가인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오바마의 핵심 지지층은 흑인계층이 아니지만 그가 흑인을 얘기할 때 히스패닉 여성 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가 모두 반응하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한 분야를 깊이 다루면 연관된 다른 분야와 지지가 연속으로 뒤따라 오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성공하는 정책, 감동을 주는 정책은 수혜대상자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얼마나 시민 삶을 깊게 들여다보고 이에 공감해 만들어졌느냐에 달렸다"면서 "뻔한 사업, 때 되면 하는 사업이 아닌 실제 시민 삶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이를 해결하려는 정책은 규모가 작더라도 시민들로부터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