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 부자가족 집값 걱정없이 자립준비

2023-09-12 10:54:58 게재

성동구 왕십리 '선재누리'

서울 유일 단독 주거시설

'아빠에게 사랑을 아이에게 행복을' '아빠에게 건강을 아이에게 사랑을' 지난 6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성동구청 대강당. 양성평등주간 행사 직전 '아빠에게 OO을 아이에게 OO을'이라는 문장을 채워달라는 호소에 주민들이 길게 줄을 선다. 주민들은 제각각 사랑과 건강, 꿈과 행복, 사랑과 자신감, 꿈과 도전을 기원했다. 한부모 가정 가운데 아빠와 아이로 구성된 부자(父子)가족을 위한 응원이다.
선재누리 관계자들이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시설 홍보에 나섰다. 사진 성동구 제공


12일 성동구에 따르면 도선동에 위치한 선재누리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무주택 저소득 부자가족 단독 주거를 지원하는 복지시설이다. 서울시와 여성가족부 진각복지재단이 힘을 합쳐 마련한 공간이다. 성동구는 동주민센터 등을 통해 입소를 희망하는 주민 상담과 시설 연계, 후원 연계 등을 지원한다. 이재남 사무국장은 "부자가족 복지시설은 전국에 셋, 서울에 둘뿐인데 그나마 한곳은 공동생활 가정"이라고 설명했다.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이 국장과 석현우 사회복지사 등 선재누리 운영진들이 대거 성동구청으로 향한 이유는 더 많은 부자가족들에게 시설을 알리기 위해서다. 선재누리는 여느 한부모 가족복지 시설처럼 주거비 걱정 없이 최대 5년까지 머물 수 있다. 관련 법이 바뀌어 오는 10월부터는 무상 거주기간이 기본 5년에 1년씩 2회 연장이 가능해진다. 최대 7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셈이다. 기한이 만료돼 시설을 떠날 때 지원하는 자립정착금도 지난해 500만원에서 올해부터 1000만원으로 확대됐다.

선재누리에 입소하면 방 2개에 거실과 주방 등을 갖춘 13~14평 공간을 단독으로 사용할 뿐더러 식당 세탁실 독서실 건강누리실 옥상텃밭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다. 자원봉사자를 통해 도배·장판 시공, 자녀 학습지도와 여가·문화 프로그램 등도 지원한다. 원장과 사무국장 복지사 이외에 영양사와 생활지도원이 함께 생활하며 아버지가 출근해 있는 동안 아이들 식사를 챙기고 학습과 일상 활동을 돕는다. 취업 건강 여행 자조모임 등 지원은 물론 퇴소 후에도 자립생활이 가능하도록 살핀다.

하지만 전체 20실 가운데 현재 60%만 가동 중이다. 곧 입주할 두가족을 포함해도 8실이나 비어있는 셈이다. 인근에서 비슷한 규모 셋집을 얻으려면 보증금만 3000만원 이상에 월세가 80만~100만원에 달한다. 5년간 충분히 자립 가능한 셈이다. 이 국장은 "왕십리역에서 도보 5분거리로 교통은 물론 아이들 교육환경 등 입지가 좋은데 낙인효과 등을 우려해 입주를 기피하는 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성동구도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선재누리에 홍보공간을 내줬다. 선재누리 관계자들은 가족프로그램 등 활동사진을 선보이고 입소 가족들을 위한 응원글을 받으며 홍보와 후원을 요청했다. 석 복지사는 "한부모 가정이라고 하면 모자가족만 생각하게 마련"이라며 "부자가족도 염두에 두고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 선재누리를 알려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누구도 차별 없이 공정한 대우를 받고 모두의 잠재력이 마음껏 발휘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우리 사회에 양성평등 가치와 문화가 더욱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02-6959-6858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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