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때마다 '물갈이 0순위' 영남 … '인요한 혁신위'도 메스?
여당 의원 111명 중 영남권 56명 … 영남권 3선 이상만 16명
"고양이 키워봤자" 물갈이론 … 중진 겨냥 '험지출마론' 제기
"희생양" 반발 … 영남 출신 지도부·친윤 '셀프혁신' 불투명
국민의힘에서 또 영남권 물갈이론이 제기되고 있다. 역대 총선 때마다 영남권은 쓰나미급 물갈이가 이뤄졌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바꾸자" "험지 출마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영남권 물갈이를 혁신의 바로미터로 본다는 전언이다. 당사자인 영남권에서는 "선거 때마다 영남을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25일 여당의 역대 총선 공천을 보면 영남은 언제나 물갈이 0순위였다. 여당이 공천만 주면 당선이 유력하기 때문에 과감한 물갈이를 할 수 있는데다, 기득권 이미지가 강해 쇄신 효과를 얻기가 쉽다는 이유다. 그러다보니 총선 때마다 영남은 현역의원 절반 안팎이 교체되는 운명을 맞았다.
현재 국민의힘 부산 의원 14명 가운데 초선이 8명, 울산 5명 가운데 초선이 3명, 대구 12명 가운데 초선이 7명, 경북 13명 가운데 초선이 7명에 달하는 현실이 영남권 물갈이 수위를 짐작케한다. 영남의원 56명 가운데 초선이 절반인 28명이나 된다.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여당에서는 또 영남 물갈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우선 영남권 전반을 겨냥한 물갈이론이 나온다. "기득권을 만끽하면서 권력 눈치만 보는 영남권을 대폭 갈아야한다"는 논리다. 영남권 의원 56명 전체를 겨냥한 공세다.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 18일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에서 "대구의 많은 국회의원들은 '내가 초선이고, 재선이고, 힘이 없어서 그렇지 내가 3선, 4선 되면 나도 할 말 하고 살 거다' 비겁하게 말한다. 그거 다 고양이다. 나중에는 비만 고양이가 돼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지금 앉아서 계속 밥만 먹는 대구·경북의 고양이들, (대구) 12명 고양이 키워봤자 도움 안 된다. 호랑이 하나 들여서 키우라"고 강조했다. 대구·경북 의원들을 권력 눈치나 보면서 기득권(밥)만 챙기는 '비만 고양이'에 비유한 것이다.
영남권 중진들을 겨냥한 험지출마론도 제기된다. 텃밭인 영남에서 3선 이상 했으면 이제는 수도권 같은 당선이 어려운 곳에 도전하라는 얘기다. 영남의원 56명 가운데 3선 이상은 16명이다.
부산 3선인 하태경 의원은 이미 수도권 출마를 선언했다. 하 의원은 24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영남에서 3선하면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김기현) 대표는 결단해주면 좋겠다. 우리 당을 수도권 정당으로 만들어야 하고 수도권 승리가 목표다. (수도권 승리가) 대표의 목표이기 때문에 그걸 온몸으로 보여줘야 당의 혁신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더 강화시킬 수 있고 또 그게 인요한 혁신위를 도와주는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울산 4선인 김기현 대표가 앞장서 수도권에 출마해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장예찬 최고위원도 24일 YTN 라디오 '뉴스킹'에 나와 "왜 영남에서 3선, 4선 하신 분들은 험지 못 나가는 건가. 선배들이 먼저 솔선수범해달라"고 당부했다.
인요한 혁신위도 영남 물갈이를 핵심 혁신과제로 삼고 있다는 전언이다. 당의 최대 기득권으로 꼽히는 영남을 바꾸지 않고는 국민으로부터 "제대로 혁신했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인 혁신위원장은 24일 "이번에 다 바뀌어야 한다. 모두 다 내려놓고 하려고 한다"며 탈기득권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여당 내 커지는 영남 물갈이론이 실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영남의원들로부터 "총선 때마다 영남을 희생양으로 삼지만 달라진 게 뭐냐"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과도하게 물갈이하다보니 영남 출신 거물이나 인재가 살아남지를 못한다"는 주장이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사무총장 등 지도부와 친윤 핵심이 영남 출신인 점도 "셀프혁신이 가능하겠냐"는 회의론을 낳고 있다. 김기현 대표(울산·4선)와 윤재옥 원내대표(대구·3선), 이만희 사무총장(경북·재선) 등 주요 지도부가 영남 출신이다.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부산·3선), 박대출(경남·3선) 의원도 영남 지역구다. 당 지도부와 친윤 핵심이 먼저 "험지로 가겠다"고 앞장서지 않는 이상, 다른 영남권 중진들이 순순히 험지 출마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