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인, 보청기 처음 착용 시 알아두면 좋은 상식

2023-11-10 17:55:05 게재

하루는 안산 반월공단에서 자동차부품을 제조하는 40대 중반의 중소기업대표가 찾아왔다. 소음이 많은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귀가 점점 안 들리더니 지금은 난청이 심해진 것 같다며 보청기를 하나 하고 싶다고 했다. 검사를 마치고 보청기를 처방해서 착용을 시작한지 하루 만에 다시 찾아와 “이렇게 시끄러운 걸 어떻게 끼냐” 며 화를 냈다. “왜 나한테만 이렇게 세상의 모든 소리가 다 들려서 귀찮아 죽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소리는 다 없애주고 말소리만 들리게 해달라고 하소연했다. 처음엔 황당했지만 이젠 하도 많이 들어서 그러려니 한다. “왜 나만 겪는 고난이냐고” 라는 복음송이 있다. 이 가사는 난청인들이 보청기를 처음 착용하면 대부분이 하는 말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난청인들이 보청기를 처음 착용하게 되면 평소에 못 듣던 소리들이 들리게 된다. 평소 전혀 안 들리거나 작게 들리던 소리들이 정상적으로 들리는 것인데, 남들보다 훨씬 큰 것처럼 느껴지고 나만 크고 시끄럽게 들린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매일 듣고 살기 때문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지내지만 난청으로 귀가 잘 안 들리던 사람에게는 매우 생소하게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갑자기 보청기를 착용하게 되면 평소에 듣고 싶지 않았던 작은 소리나 귀에 거슬리는 소리 등 세상의 오만가지 소리가 다 들리기 때문에 피곤을 느끼거나 소리 자체를 귀찮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특히 난청이 심각한 상태이거나 소음 환경에서 오랜 기간 작업을 하여 생긴 소음성난청으로 고생하던 사람들은 청신경손상으로 작은 소리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작은 소음이 있어도 말소리를 분별하지 못해 소음이 있는 환경을 매우 싫어하게 된다. 심지어 음식을 씹는 소리처럼 그다지 크지 않은 소리에도 민감해 한다. 하지만 과자나 김을 먹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면 식감이 뚝 떨어지게 된다. 정반대로 빗소리와 자동차소음을 듣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종종 보게 되는데, 만사 긍정의 마음을 가지면 모든 게 감사하고 행복하게 느껴진다. 평소 못 듣던 빗소리나 주변소리가 들리면 크게 감사할 일이 아닌가. 다리골절로 수술을 하면 바로 걸을 수 없어 재활치료를 하듯이 보청기도 착용 후 재활과정이 필요하고 주변소리를 익히고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부분 2주 이내에 모두 적응하며 일상에 불편함이 사라지게 된다.

자료제공: 안산연세난청센터

방희일 원장
내일신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