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경제 사정에 사이버·금융사기 확산

2023-11-23 11:14:39 게재

국가수사본부, 사기범 등 2만7천명 검거 … 피의자 절반 20대, 10명 중 7명은 무직

#1. "임영웅 콘서트 티켓 팝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해 4월부터 지난 8월까지 약 1년 4개월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옛 트위터)에 이 같은 글을 게시해 745명으로부터 약 2억7000만원을 가로챈 피의자 3명을 붙잡혔다. 도박사이트를 통해 서로 알게 된 피의자들은 범죄수익을 모두 도박으로 탕진했다.

#2. A씨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가짜 유명 가전제품 쇼핑몰사이트를 개설한 후 "할인행사를 진행 중인데 현금으로 결제하면 10%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속여 돈만 받고 물건은 보내지 않았다. 이들은 피해자 639명으로부터 총 5억 1915만원을 대포 통장으로 송금받거나 인터넷 중고 물품거래를 빙자해 가로챘다.

#3. "저희 결혼합니다. 축하해주세요." B씨 등 피의자 2명은 불특정 다수에게 이런 내용이 담긴 '가짜 모바일 청첩장'을 대량으로 배포했다. 첨부된 링크를 누른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이 설치됐고, 이들은 이 앱으로 개인정보를 탈취해 피해자들 명의로 4000만원을 대출받았다.


경찰이 올해 온라인 직거래 사기 등 사이버 사기·금융범죄 사범 2만7000여명을 붙잡았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3∼10월 8개월간 사이버 사기·금융범죄를 집중 단속해 2만7264명을 검거하고 이 중 1239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피의자들이 벌어들인 범죄수익 중 782억1828만원은 현장에서 압수하거나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 조치했다.

'사이버 사기' 피의자 2만3682명(구속 1019명)을 범죄 유형으로 구분하면 직거래 사기(40.2%), 투자 빙자 가상자산 등 이용 사기(38.3%), 게임사기(6.7%), 가짜 쇼핑몰·이메일 사기(1.6%) 순으로 나타났다.

또 '사이버 금융범죄' 피의자 3582명(구속 220명)은 범죄 유형 중 메신저 피싱이 54.8%로 가장 많았으며 누리소통망·메신저 계정 등 불법 유통(21.9%), 스미싱 등 문자메시지 이용 피싱범죄(17.1%), 몸캠피싱(6.1%)이 뒤를 이었다.

피의자 연령대로는 20대가 48.49%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22.95%), 19세 미만(14.14%), 40대(9%), 50대(3.82%), 60대 이상(1.6%) 순이었다. 직업별로는 무직 또는 특별한 직업이 없는 경우가 71.75%로 가장 많았다. 서비스직(12.29%), 학생(9.17%), 사무직(3.6%), 전문직(2.66%), 공무원·군인(0.53%) 등이 뒤를 이었다.

사이버 공간은 인터넷·스마트폰 등 첨단 기술을 매개로 사람들간 소통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기존 오프라인상 범죄가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수법이 기술적으로 진화한 대표적인 범죄가 바로 '사이버 사기·금융범죄'라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사이버 사기는 어려운 경제 사정에 편승해 저가 구매, 고수익 알바, 원금 보장 투자 등의 광고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메신저에 대량 게시하는 수법이 흔히 이용된다. '폰지(Ponzi) 사기'로 불리는 다단계 투자사기도 빈번히 발생한다

'폰지 사기'는 신규 투자자들을 지속해 모집해 이들로부터 편취한 투자금 중 일부를 기존 투자자들의 이익으로 배당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초기에는 투자자들이 일정 기간 이익을 볼 수 있지만, 신규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하면 투자금을 모두 잃게 된다.

사이버 금융범죄는 개인·금융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불특정한 여러 사람에게 이메일·문자메시지·누리소통망·메신저 등을 보내는 수법이다. 특히 해당 메시지를 받은 피해자들의 잠재적인 공포심이나 사회·경제적 관념을 역이용하며 다양한 형태의 변종 수법들이 지속해서 출현하고 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피해자가 범죄자 대면 및 신원 확인을 통해 피해를 예방할 수 있지만, 사이버 공간에서는 '신분증·여권·통장·신용카드 사진' '비밀번호' '인증서' 등을 결합해 쉽게 타인 명의 '본인인증'을 할 수 있으므로 손쉽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친밀성·신뢰성을 무기로 피해자들에게 계획적으로 교묘하게 접근하는 피싱(Phishing) 범죄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메신저 피싱은 지인이나 가족을 사칭해 도용 계정을 친구 등록하게 한 뒤,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하거나 신분증 사진을 전송하게 하는 수법이다.

실제로 경기남부경찰청은 피해자들의 자녀를 사칭, 원격프로그램 설치를 유도해 개인정보를 빼돌려 피해자 110명으로부터 46억원을 편취한 피의자 95명을 검거했다.

개인정보 유출이 의심되는 경우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운영하는 '털린 내 정보찾기 서비스'에서 조회할 수 있다. 금융정보 노출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에서 신규 계좌 개설과 신용카드 발급을 제한할 수 있다.

경찰청은 "인터폴·유로폴 및 해외 수사기관·정보기술(IT) 기업 등과의 국제공조수사를 강화하고 있으며, 해외에 거점을 둔 사이버 사기·금융범죄 본범과 가담자들을 끝까지 추적·검거하기 위해 사이버 수사역량을 더욱 집중하는 등 범죄 근절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청은 △모르는 사람이 전화·문자·SNS로 투자를 권유할 경우 무조건 의심하기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메시지 내 URL 클릭 또는 앱 설치 금지 △스마트폰 내 사진첩 또는 클라우드에 신분증·신용카드·통장·여권사진 보관 금지 등의 피해 예방 수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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