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환경 ESG

"환경·경제 상생시대, 전혀 다른 수준의 논의 필요"

2023-11-27 11:11:56 게재

ESG(환경·사회·투명경영) 중요도 커져, 백년 천년 기업 되는 필수조건 '환경' … 국민에게 데이터 공개 등 탄소중립 디지털전환 앞당길 터

인터뷰 - 안병옥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과거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논의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22일 최근 환경문제가 지나치게 산업이슈로 치우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는 기자의 얘기에 안병옥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대학 시절 해양학을 전공하고 학계와 시민과학에 한평생을 바쳐온 그에게 나온 예상치 못한 말이다.
안병옥 한국환경공단 이사장│△환경보전협회 회장(2021년 4월 ~ 12월)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2019년 4월 ~ 2021년 4월) △국회기후변화포럼 부설 기후변화정책연구소 소장(2019년 2월 ~ 2021년 8월) △환경부 차관(2017년 6월 ~ 2018년 8월) △독일 에센대학교 대학원 응용생태학 이학박사(2002년 6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해양생물학 이학석사(1986년 2월) △서울대학교 해양학 학사(1984년 2월) 사진 이의종


"종전에는 환경과 경제가 상생한다는 말이 슬로건에 그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라졌죠. 환경이라는 지렛대를 사용하지 않으면 경제적인 성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국민들도 과거와 달리 본인들이 직접 정책에 참여하며 구체적인 성과를 느끼고 싶어 합니다. 정책을 현실화하는 주체로서 실천에 나서는 거죠. 이러한 변화를 잘 감지하고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공공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의 높아진 환경의식을 반영한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는 것. 혁신을 촉진하는 규제는 살리되 잘못된 부분은 가려내는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안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환경공단 여의도교육장에서 이뤄졌다.

한국환경공단은 2010년 설립 이후 △기후·대기 △물 △자원순환 △화학물질 안전 등 다양한 영역의 환경정책을 현장에서 집행하는 역할을 한다. 향후 10년간 새로운 가치의 절반 이상이 데이터와 플랫폼에서 창출된다는 미래학자의 전망이 있듯이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중립 디지털전환' 달성을 앞당기는 게 목표다.
■환경과 경제는 함께 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지 않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면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다. 특히 국민들 관심사 달라졌다. 2000년대만 해도 수질개선 문제가 중요했다. 2010년대가 되면서 대기오염과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 2020년에 들어서면서 자원순환 문제가 핵심이 되는 분위기다.

시대별로 국민 관심사가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 환경정책이 발전하고 국민 요구가 과거보다 커지면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게다가 전세계적으로 환경과 경제는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기업가치사슬에서 환경문제를 배제하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사회가 되고 있다. 환경과 경제가 하나의 묶음으로 변해가는 분위기다. 사실 그리스 어원으로 따진다면 생태학과 경제는 뿌리(ecology와 economy는 모두 그리스어 'oikos-집(house)'를 어원으로 하는 영어 어근 'eco'를 포함한다)가 같다.

■지나친 규제완화 우려도 있다.

규제 자체가 아니라 적절한 규제인가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할 때다. 환경의제가 주류화하는 세상이다. 경제가 완전히 지배하는 세상에서 환경이 외딴 섬처럼 되는 분위기가 아니라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과거처럼 명령과 통제만으로는 더 높은 차원의 환경개선을 달성하기 어렵다.

물론 환경의 본질적인 가치를 잊으면 안 된다. 규제 없이 혁신적인 환경 아이디어가 생기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으면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전세계적으로 환경·사회·투명경영(ESG)이 화두지 않나.

사실 ESG 개념은 옛날부터 이름만 다를 뿐 계속 있어왔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기업들이 체감하는 정도는 확실히 달라졌다. ESG는 결국 기업의 본모습을 찾아가는 방향이자 목적지다. 기업은 환경을 생각하며 환경에 부담을 적게 주면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줘야 한다. 물론 기업인만큼 당연히 수익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처럼 환경오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과거에는 수익성만 재무제표에 넣었지만 이제는 환경 등 비재무적인 요소도 중요하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추세다. 한 기업이 백년기업 천년기업이 될 수 있는 조건으로 '환경'이 자리 잡는 분위기다.

■ESG는 민간이 주도할 수밖에 없는데, 한국환경공단의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ESG 규범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환경공단 내의 ESG뿐만 아니라 민간 영역을 도와야 한다. 우리만 ESG를 잘한다고 칭찬받는 게 아니다. 특히 중소기업을 도와야 한다. 중소기업이 ESG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하고 뜻을 잘 펼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ESG는 우리 심장이다. 하지만 심장만으로 새가 날 수는 없다. 탄소중립과 디지털전환이라는 두 날개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기후와 대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 자원순환 모든 영역에 걸친 일이다. 디지털전환위원회 ESG위원회 탄소중립위원회 등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국환경공단 직원들의 전문성은 뛰어나다. 하지만 정책 의사결정자가 아니다 보니까 과거 잘못을 그대로 답습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해서 직원들과 늘 얘기한다. 전문가인 만큼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2023년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소외·취약계층 아이들의 소중한 보육공간, 석면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로 모범실패 사례 분야 최우수상을 받은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라 생각하다. 지역아동센터는 기초생활수급자 등이 주로 이용하는 아동복지시설로 대부분 노후화됐다. 하지만 예산부족과 석면관리 법적 의무 비대상 시설로 안전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한국환경공단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당 문제를 해결했고 제도 개선까지 이어지도록 노력 중이다.

■시민과학을 강조해 왔는데, 국민 정책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디지털시대에 데이터는 먹는 쌀과 같은 존재다. 과거 제한된 정보를 보다 많은 이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새로운 기회를 열어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국민은 물론 기업이 공공데이터를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API(인터넷 서비스나 특정 애플리케이션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인터페이스) 비중을 대폭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올해 한국환경공단은 설립 이후 최초로 전사적 관점에서 통합적 데이터 관리를 위한 실행체계와 인프라 구축을 추진했다. 2023년 행정안전부 국가중점데이터 개방과제에 지원해 단일기관으로는 최다 7종이 선정됐다. 올해 신속한 기능 테스트를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한국환경공단의 모든 데이터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정부 중장기 개방 로드맵에 따라 2025년까지 전면 개방될 방침이다.

■일찍이 수소경제 중요성을 알려왔다. 한국환경공단에서는 이를 어떻게 풀어냈나.

윤석열정부에서 새로운 수소경제 정책 방향으로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과 세계 1등 수소 산업 육성'을 제시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수소 생산기지와 공급망 구축, 수소 인프라 및 수소 활용 확대, 수소 산업 생태계 기반 강화가 핵심 내용이다.

한국환경공단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역할을 확대하는 중이다. 지난 5월부터 수소충전소 소통창구인 '헬프 데스크(Help Desk)'를 운영하고 있다. 수소충전소에 관심을 갖는 다양한 주체들이 충전소 구축에 참여하도록 촉진하고 사업화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10월말 기준 51건의 컨설팅을 통해 2개소 사업화로 국고보조금 112억을 확보하도록 지원했다.

바이오가스 기반의 지역자립형 수소 생산·유통 출자회사(SPC)설립 추진도 검토 중이다. 전국에 있는 바이오가스 생산시설을 활용하고, 지역에서 생산된 수소를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자립형 수소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다. SPC 설립을 통해 출자 수익(987억원) 외에도 지방세 증가와 취업 및 고용 유발 효과(1만5723명)가 있을 수 있다. 또한 3조9000억원 규모의 경제적 유발 효과도 기대된다. 바이오가스에서 생산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활용함으로써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

서산바이오가스화 시설. 사진 김아영 기자


알기쉬운 용어설명
바이오가스 = 음식물쓰레기 하수찌꺼기 가축분뇨 등 유기성 폐자원을 분해(혐기성 소화)할 때 생산되는 수소나 메탄 등을 통칭한다. 이 바이오메탄을 개질해서 수소를 만들 수 있다. 수소는 궁극적으로 에너지원이라기보다 에너지 전달자 역할을 한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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