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없이 피부 빠르게 치유하는 기술 개발

2024-01-16 11:01:08 게재

분당서울대병원 허찬영 교수팀

국소항생제 사용량 줄이는 혁신

항생제 없이 피부 상처를 빠르게 치유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이 금속유기구조체(MOF)로 상처 치유 방해하는 주요 염증 매개체 조절을 성공했다.

산소 종(ROS), 질산 산화물(NO), 사이토카인 효과적인 제거로 상처 치료 효능을 2배로 높인 것으로 확인됐다. 항생제 없이 상처 치유 가능한 원천기술 개발로 항생제 내성균 억제에도 큰 기여할 전망이다.

허찬영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왼쪽), 최경민 숙명여대 교수(오른쪽).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15일 허찬영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연구팀(남선영 연구교수·숙명여대 최경민 교수)은 금속유기구조체를 활용해 항생제 없이 피부 상처를 빠르게 치유하는 원천기술을 고안하고 그 효과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세균과 박테리아 감염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항생제는 인류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는 데 큰 공헌을 한 약품으로 꼽힌다. 하지만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으로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의 발생 비율이 증가하며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균을 세계 공중보건의 최대 위협이라고 밝히고 인식 개선과 대응을 촉구한 바 있다.

피부에 바르는 국소항생제(연고)나 경구용 알약, 주사 등 다양한 형태의 항생제가 오남용 문제에 직면해 있는데, 이 중 국소항생제의 경우 일반인이 쉽게 구비할 수 있어 자연히 아물 작은 상처에도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또한 의료기관조차도 피부 조직검사, 단순 절제술 등 감염 위험이 낮은 상황에서도 국소항생제를 대부분 사용할 정도로 경각심이 낮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미국·유럽 피부과 학회에서도 이러한 예방 목적의 국소항생제 사용을 추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식 전환에 한계가 있고항생제 사용 시 상처가 빠르게 치유되는 이점을 대체할 만한 수단이 마땅치 않은 점도 현실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연구팀은 기체 분자 등의 저장과 분리에 주로 응용되는 금속유기구조체를 활용, 상처 치유를 방해하는 주요 염증 매개체의 양을 조절해 항생제 없이 피부 상처를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동물실험 결과, 연구팀은 생체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적용 가능한 '지르코늄 금속유기구조체(Zr-MOF)'를 통해 산소 종(ROS), 질산 산화물(NO), 사이토카인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상처 치료 효능이 2배 가량 향상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항생제 없이 빠르고 효율적인 상처 치유가 가능한 원천기술을 고안하고 그 효용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인체적용 가능한 치료제 개발까지 이어진다면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항생제 내성균 억제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허 교수는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국소항생제 오남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라며 "과발현 물질을 제거하는 원리이기 때문에 비슷한 접근이 필요한 다른 치료에도 확장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지원사업, 기초의과학연구센터(MRC)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독일 와일리(Wiley) 출판사에서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티리얼즈(Advanced Healthcare Materials, IF=10.0)'에 최근 게재됐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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