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대법원장 "법조인 사명위해 로완 중위처럼…"

2013-01-22 03:50:59 게재
21일 826명의 사법연수원 수료생들 앞에 선 양승태 대법원장, 사법부 최고수장으로서 법조인의 길에 첫발을 디딘 수료생들 가슴에 한마디를 새겼다. "로완 중위처럼 일하라."

양 대법원장이 꺼낸 귀감은 같은 직역의 법조인이 아닌, 19세기 말 쿠바에서 벌어진 미국과 스페인의 전쟁장교 이야기였다.

양 대법원장은 얘기했다. "미국 대통령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중요한 전갈을 쿠바의 산속,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반군 지도자 가르시아 장군에게 전달해야 하는 긴급 상황을 맞았다. 로완 중위는 적진을 뚫고 가르시아 장군을 찾아 편지를 전달함으로써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1898년 미-스페인 전쟁 때, 매킨리 대통령의 메시지를 들고 무작정 떠났던 로완 중위 이야기는 곧 책으로 출간돼 15년간 4000만부나 팔렸다고 한다. 러일전쟁 때 러시아병사들의 배낭에 그 책이 들어있었고, 일본천황까지 '황국신민'에게 보급하라고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오늘날에는, 지식이나 능력보다도 무한책임감을 지닌 인재를 얻는 게 제1원칙이라는 경영원리의 예로 회자되는 인물이다.

양 대법원장은 '국민들의 만족할만한 신뢰를 얻는 존경받는 지도자가 될 때까지 무한히 노력하라'는 의미로 이를 인용했다. 또 "그가 영웅으로 칭송받는 것은 중요한 임무를 완수하였기 때문만이 아니라,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묻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그 해결책을 찾아 즉각 실행에 옮겼다는 점"이라며 새 법조인들의 사회 첫출발을 격려했다.

로스쿨 도입에 따른 양적 팽창, 법률시장 개방, 법조일원화 등 근본이 변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동시에 법조인의 사명을 수행해 갈 길은 무엇일까. 양 대법원장은 신입 법조인들에게 "사명만을 아로새기고 길을 떠난 로완 중위처럼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자"고 독려했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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