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해외농업개발 현실성 있게 다시 짜야"

2013-11-05 11:50:20 게재

국내 반입 전제로 하면 어려워 … 농업인 해외진출 돕는 방식으로 고민

이상무(64)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농업부문 대선공약을 두 차례(2007년, 2012년) 총괄했고 지난 9월 농어촌공사 사장으로 공직에 다시 등장했다. 지난달 열린 농어촌공사의 국정감사에서 그는 공사업무나 농업정책에서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시인하고 개선책을 밝히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일 농어촌공사 집무실에서 "공사 사장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의 농어업·농어촌공약을 앞장서 실천하겠다"는 그를 만났다.

■농어촌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해외농업개발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들이 많았는데
공사 일은 농림축산식품부와 연관된게 많은데 해외농업개발도 그렇다. 공사 잘못으로 지적받은 것은 코리아통상에 대한 72억원 부실대출 사건인데, 해외개발에 써야 할 정부융자금을 국내 부동산투자에 사용한 일이다. 지난 6월 언론에 보도된 직후 신속히 확인해서 융자지원계약을 해지하고 환수통보했다. 현재 담보물 3건에 대해 경매절차를 밟고 있는데 대출금을 환수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자 결정은 해외개발심의위원회에서 하고, 위원은 농식품부가 위촉하지만 공사 책임이 없다고 할 순 없다.

■해외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국내로 들여오는 게 어려운게 현실이다. 해외농업개발 계속해야 하나
정부의 정책과 연관된 것이어서 공사 사장으로서 말하는데 한계가 있다. 다만, 민간기업의 해외농업을 지원하고, 현지 생산곡물을 국내로 들여오는 지금 방식은 지난 2008년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에서 논의했던 결론과 다르다. 당시 내가 농특위원장이었는데, 해외농업으로 곡물자급에 도움이 되면 좋지만 그것을 기준이나 원칙으로 삼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 많다고 지적됐다.

해외에서 생산한 것을 국내로 가져오면 식량자급률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논리가 있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국제시장가격 변동이나 물류비용 등을 감안하면 그때그때 현지에서 처분하는게 맞지 국내로 들여오는 것을 목표로 할게 아니다.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는 현상) 때도 확인됐지만 우리가 필요한 때 곡물생산국에서 못 가져가게 통제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해외농업개발은 우리 농업인과 수산인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는게 당시 결론이었다. 우리 농업인이 현지에 정착해 네트워크도 형성하고, 개발도상국에 진출하면 우리 농업기술을 전수하게 돼 공적개발원조(ODA) 효과도 생긴다. 조건이 맞으면 국내로 농산물을 수출할 수도 있다. 국정감사에서 이완구 의원도 지적했지만 정부가 민간기업에 장기·저리의 좋은 조건으로 융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재검토해야 한다. 농식품부에 해외농업개발의 방향을 재검토하자고 건의했다.

■베트남과 농업협력사업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쯔엉 떤 상 베트남 국가주석과 '공동번영을 위한 정상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이 내년 안에 높은 수준의 포괄적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농어촌공사는 농업·농촌분야의 협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고자 하는데 지난 10월 베트남을 방문해 쯔엉 떤 상 주석과 만나 농업협력 사업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상 주석은 농어촌공사가 수자원이나 농촌개발, 식품생산, 공간정보 활용 등의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기반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는 이번에 베트남 주재사무소도 개설했다.

■베트남 주석과 남다른 인연도 화제인데
상 주석과 인연은 2008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당시 정치국원일 때 현재 베트남 국회의장의 소개로 만나 한국농정의 경험과 베트남 농정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 나눈 게 계기였다. 당시 베트남은 3농(농업·농촌·농민)정책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의결한 상태였다. 그 뒤 매년 베트남을 방문해 두 분을 만나 농정에 대해 얘기를 나눴고 주석으로 내정된 상태에서도 만났다.

■농어촌공사의 정부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있다.
공사는 지금까지 대형국책사업 위주로 정부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대형국책사업이 점점 줄고 있어 대체할 일을 찾는 게 초미의 과제다. 공사의 수익 중 95% 이상 정부에 의존하고 있어 자체 사업을 많이 개발하는 게 초점이다. 역대 사장들도 이를 위해 노력했다.

■새롭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농·산·어촌을 개발할 때 도시계획처럼 계획수립단계부터 개발하는 일을 생각할 수 있다. 마을단위 리모델링사업은 규모가 작고 효율도 낮으니까 시·군단위로 크게 계획부터 시행하는 방식이다. 특히 어촌에 대한 사업을 적극 개발해 수산자원관리공단이나 어촌어항협회 등과 선의의 경쟁을 해보려 한다. 해양수산부와 체결한 업무협약도 더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 해외사업도 지금까지는 설계, 감리, 컨설팅 등 기술·용역 수출 정도였는데 시공과 사업주체도 맡아서 하는 식으로 키울 것이다. 5일엔 미얀마로 출국하는데 농업장관을 만난다. 박 대통령이 다녀오신 곳 후속으로 다니면서 실질적인 협력으로 이어질 사업들을 해보려 한다.

마지막으로, 언젠가는 남북농업협력이 될 것인데 북한농업의 인프라를 재구축하는 것부터 농어촌공사가 선도적으로 할 수 있다.

■우리 농업기반을 보면 논에 비해 밭기반 정비는 많이 뒤쳐져 있는데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한다. 땅에서 나오는 부가가치는 논보다 밭이 더 많다. 밭작물이 농가소득에 더 많이 기여한다. 논은 기반정비가 다 돼 있어 노후시설을 개·보수하는 게 초점이다. 그러나 밭은 안 돼 있다. 밭기반정비를 시급히 해야 한다. 논농사는 20 ~ 30ha 규모로 크게 해야 경쟁력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크게 할 수 있는 곳은 제한적이다. 논도 밭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범용화해야 한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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