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여풍 릴레이 인터뷰 │⑤김성미 기업은행 부행장

"창의성은 절박함에서 나와요"

2014-03-05 11:16:47 게재

김성미 기업은행 부행장의 첫 인상은 정장차림인 것을 제외하면 '은행원 스타일'은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젊었을 적 예술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고, 은행에 다니면서도 그런 미련을 떨치지 못했다고 한다. 보수적인 은행 내에서 예술가를 꿈꿨으니 본인 말을 빌리면 은행의 '이단자'같은 존재였던 셈이다.

재미있게도 전형적인 은행원 스타일이 아닌 것이 영업에는 오히려 도움이 됐다. 집과 은행만 오가는 '은행원스러운' 생활보다는 각 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AMP)을 찾아 다니며 인맥을 쌓았던 것이 대표적이다. AMP를 하나만 다니는 것도 쉽지 않은데 김 부행장은 지점장 시절 사비를 들여가며 3개의 AMP 과정을 마스터했다.

"고객들은 어떤 지점장을 가장 좋아할까요? 제가 생각하기엔 금융 쪽에서 뭔가 새로운 정보를 주는 지점장이에요. 그러려면 은행과 집을 오가는 생활에 만족할 게 아니라 여러 곳에 다니면서 인맥도 쌓고 모임도 가지면서 정보를 취득해야 합니다. 지역본부장이 됐을 때 지점장들에게 항상 했던 말이 스스로를 상품화하라는 말이었어요. 정보와 인맥으로 스스로를 무장해서 고객들에게 다가가라는 이야기였죠."

김 부행장이 지금까지 버텨온 동력에는 자존심과 예의도 있었다. 본인이 하는 일에서 성과를 못 낸다는 일은 참을 수 없다는 자존심, 또 그것이 녹을 먹고 있는 조직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강했다.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시화반월공단 내 위치한 지점에 지점장으로 임명됐던 때가 그런 자존심으로 버텨냈던 때다. 제조업체들이 몰려 있어 주로 남성지점장이 임명되던 곳이었지만 조준희 전 은행장은 무슨 생각에선지 김 부행장을 지점장으로 임명했다. 반월공단 내 지점 중에서도 가장 실적이 좋지 않던 반월중앙지점에 김 부행장이 임명되자 행내 시선이 모두 쏠렸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는 테스트하는 듯한 시선 가운데 김 부행장은 보란듯이 1등을 차지했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1년만에 지역본부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

개인고객본부 부행장으로서의 포부를 물었다.

"기업금융 중심이던 기업은행이 100만 개인고객을 순증하면서 볼륨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시중은행들과 비교하면 힘든 점이 많습니다. 이 때 영업점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서는 본부의 역할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보고요. 애매모호한 지침을 내려서 영업점에서 두번 세번 일을 더 하게 하는 게 아니라, 지침을 받으면 영업점은 바로 행동에 옮길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부행장에서 행장으로 승진한 권선주 행장에 이은 두번째 여성 부행장이라는 점에서 느끼는 책임감도 크다.

"대한민국 첫 여성은행장 하에 있는 여성 부행장이기 때문에 더 책임감이 막중한 것 같습니다. 금융권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온 나라가 우리들의 성과를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더 역동적으로 적극적으로 일하고 행장님이 더 잘하실 수 있도록 보필하는 역할도 크다고 생각해요."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부탁했다.

"절박해야 창의성이 나오는 거거든요. 그런데 여성들은 아무래도 남편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다 보니 경쟁에서 살아남아야겠다는 절박함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어요. 여성 직원이든 아니든 근성을 키우고 절박함을 가지고 고민을 하라고 항상 주문을 하고요. 절박하게 치열하게 고민을 하면 창의적인 방안이 나오고 결국 성공하게 돼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네요."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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