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사회 덴마크, 농장기록 모두 공개

2015-11-27 11:20:12 게재

29세 덴마크 양돈후계농 킴 쿤드슨 … 교육받지 않으면 농업 불가능

양돈후계농 킴 쿤드슨은 덴마크 오덴세에 2곳의 양돈장을 운영하며 어미돼지 1300마리와 비육돈(고기용 돼지) 2000마리를 각각 키우고 있다. 올해 스물아홉살이다.

올해 스물아홉살인 킴 쿤드슨은 농촌에서 농업인들이 하는 일을 도시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양돈을 위해 태어났다고 말하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덴마크 오덴세 = 정연근 기자

그는 농장에 딸린 토지(농지) 1150ha에서 밀 보리 귀리 등을 재배해 사료로 사용한다. 농장에서 필요한 곡물의 60%는 이곳에서 재배하고 40%는 구입한다. 1년간 곡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시설도 갖고 있다.

오덴세가 있는 곳은 덴마크 국토 가운데 있는 큰 섬이다. 코펜하겐에서 서쪽으로 달려 북해를 가로지르는 긴 다리를 건너면 나온다. 이곳에서 또 서쪽으로 달려 북해를 건너면 세계적 양돈협동조합 '대니쉬 크라운'이 나온다. 킴은 대부분 덴마크 양돈농장주들처럼 대니쉬 크라운 조합원이다.

지난 17일 방문한 킴의 농장은 앞서 방문했던 달름농업대학에서 교육한 내용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었다. 1886년 창립한 달름농업대학은 덴마크 9개 농업대학 중 최고 교육기관이다. 그곳에서 양돈전문교수 마틴은 한국에서 온 방문단에게 덴마크 양돈이 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기초를 보여줬다.

한국에서 양돈은 악취로 기피대상이다. 달름대학은 '지속가능한 양돈을 위해' 1999년부터 분뇨냄새 줄이기를 시작했다. 암모니아 방출을 줄이는 방식과 암모니아 냄새를 줄이는 방법 등 두 가지로 접근했다. 암모니아는 돼지가 사료를 먹은 후 단백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마틴 교수는 "방출량을 감소하기 위해선 사양개선, 돈사바닥 개선, 슬러리(돼지분뇨) 냉각, 슬러리 산성화, 공기정화 등의 방법을 쓰고 냄새를 줄이기 위해선 돈사바닥을 콘크리트로 하고 바이오공기정화 등의 방식을 사용한다"며 "농장에 맞게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엔 슬러리저장조에 황산을 넣어 암모니아를 줄이고 이다. 킴은 달름대학이 아닌 다른 농업대학을 졸업했지만 교육과정은 비슷하다. 동생은 달름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악취감소 시스템을 설치해 암모니아 발생을 90% 줄였다. 돈사(돼지를 기르는 방)에 들어갔는데 날카로운 악취는 덜했고 빛이 밝았다. 바닥에서 지붕까지 높이가 11m에 이른다. 환기와 자연광을 위한 장치다.

폐사율은 줄어들어 어미돼지 한 마리당 연간 생산하는 돼지수가 33마리에 이른다. 한국은 최고 수준이 25~26마리다.

달름대학은 사육과정도 꼼꼼히 기록하고 통계를 분석해 경영에 활용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가르친다. 전국 농장정보가 연결된 홈페이지도 있다. 킴도 농장기록을 모두 전산화해서 방문객이나 보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공개한다.

'투명성'은 덴마크가 강조하는 덕목이다. 마영삼 주덴마크한국대사는 "덴마크는 투명성 부문에서 세계 1위이고, 국민의 98%가 사업부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킴은 돼지고기 가격이 좋았던 2006년까진 독일로 수출했지만 2007년부터는 전량 대니쉬크라운에 납품하고 있다. 그는 "대니쉬크라운이 다른 곳보다 kg당 0.5크로네(1크로네는 약 132원) 더 줘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니쉬크라운에서 영국시장으로 수출하는 기준에 맞춰 돼지를 기르고 출하한다. 대니쉬크라운은 돼지고기와 육가공품을 영국으로 가장 많이 수출한다.

킴은 돈을 많이 벌지만 농촌에서 돼지를 키우는 생활에 만족하고 있을까? 그는 "나는 태생이 농부다. 양돈을 위해 태어났다"고 말했다. 또 "도시사람들에게 우리가 하는 일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농업을 하려고 해도 실력과 자본이 없으면 하기 어렵다. 대부분 농업이 후계자들로 이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달름대학 에릭 부학장은 "농업을 하려면 최고 5년 걸리는 5단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에는 법으로 '녹색자격증'이 있어야 농업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2010년 이후 의무사항이 아니다. 에릭 부학장은 "하지만 농장을 운영하려면 관련 지식이 필요하다. 교육을 안받으면 초기에 필요한 자금을 금융기관에서 빌릴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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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오덴세 =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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