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이하 허가구역) 번복 후폭풍이 거세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 차기 경쟁자들까지 “황당하다”며 비판을 쏟아낸다. 비판은 오 시장과 함께 조기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다른 광역단체장들로까지 확산될 태세다. “단체장들은 대선 욕심에 선심성 정책을 내놓기 십상인 만큼 출마를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오 시장의 허가구역 번복에 대한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비판이 거세다. 오 시장은 지난달 12일 잠실·삼성·대치·청담동을 허가구역에서 해제한다고 발표했다가 서울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35일 만인 19일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 전체를 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오 시장의 차기 경쟁자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서울시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허가구역을 해제한 것인지, 이런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 황당하기 그지없다”고 지적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오쏘공(오 시장이 쏘아올린 공)’이 ‘대선용’이었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인사는 20일 “오 시장이 허가구역을 해제한 건 서울 표심을 노린 계산 아니었겠냐. 단체장이 대권 욕심을 내니 선심성 정책을 서슴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오 시장의 허가구역 해제 결정을 겨냥해 “서울 주택 시장을 부양해 대권 도전에 활용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한 무책임한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의 행태가 ‘대선용’이었다는 비판은 대선 도전을 꿈꾸는 다른 광역단체장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다른 단체장들도 대선 도전을 위해 자신의 권한을 오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조기 대선이 실시되면 출마가 점쳐지는 광역단체장은 전국 17개 시도 단체장의 절반가량 된다. 오 시장을 비롯해 홍준표 대구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사실상 출마 의지를 굳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김태흠 충남도지사, 이장우 대전시장 등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0일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지자체장들이 단기적 정치 효과를 위해 특정 계층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을 추진할 경우, 지방 재정은 본래의 목적이 아닌 개인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한다”며 “오 시장이 잠실·삼성·대치·청담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후, 한 달 만에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전체를 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한 정책은 부동산시장 불안정을 초래하며 정책 일관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대선 욕심을 가진 단체장들은 ‘선심성 정책’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경실련은 “단체장들이 지방행정보다는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를 노골화하고 있다”며 “단체장의 대선 준비는 지방행정의 공백, 선심성 정책 남발, 지방 정치의 중립성 훼손, 지방정치의 중앙 예속화 등의 측면에서 대단히 우려스러운 행태”라고 비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