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경선이 본격화된 가운데 검찰의 ‘명태균 게이트’ 수사에 관심이 모아진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 상당수가 명씨와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어 검찰 수사에 따라 국민의힘 경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서다.
21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국민의힘 경선에 나선 후보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양향자 전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 등 8명으로 이 가운데 안 의원과 이 지사, 한 전 대표, 홍 전 대구시장 등은 명씨 의혹과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 중 명씨와 가장 깊게 연관됐다는 의혹을 받는 건 홍 전 시장이다. 홍 전 시장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명씨에게 여러 차례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측근인 박 모 전 경남개발공사 사장이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하도록 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또 2021년 6월 국민의힘 복당과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명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비용은 홍 전 시장 아들의 친구이자 선거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한 최 모씨 등이 대납하도록 했다는 의혹도 있다.
명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언론을 통해 최씨 등으로부터 홍 전 시장을 위한 여론조사 의뢰를 받고 비용도 지불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홍 전 시장이 최씨가 대납한 여론조사를 선거에 활용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홍 전 시장은 그동안 실무자들이 서로 연락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자신과는 털끝만큼도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최씨도 검찰 조사에서 공을 세우고 싶어 사비로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지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대구경찰청은 최근 서울중앙지검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명씨는 국민의힘 첫 경선 후보 토론이 열린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준표 귀엽다’는 글을 적었다.
안 의원도 명씨로부터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았다는 의심을 받는다.
안 의원은 지난해 9월 명씨와 연루 의혹이 제기되자 “명태는 알아도 ‘명태균’은 모른다”고 부인했는데 명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안철수 의원님, 나를 잊으셨나요? 나는 명태가 아니고 명태균입니다”라고 했었다.
이 지사도 명씨를 통해 윤 전 대통령과 여러 차례 접촉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선 기간 경북 안동에서 이 지사, 경북지역 국민의힘 소속 기초단체장들과 저녁 자리를 갖기도 했는데 이를 명씨가 마련했다는 것.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명태균과 함께 윤석열 후보를 만난 적이 한번도 없다”며 “도지사 선거는 아무도 후보로 출마하지 않아 공천에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명씨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을 접촉한 적도, 공천에 도움을 받은 일도 없다는 것이다. 명씨도 페이스북에서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이철우 지사, 명태균 삼자 회동은 없었다”고 밝혔다.
명씨측 변호인인 남상권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한방에 날릴 내용도 쥐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한 전 대표가 명씨와 어떻게 연관됐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지난 9일 보석으로 풀려난 명씨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명씨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경우 대선 경선이 본격화된 정치권에 적지않은 파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지난 18일 김상민 전 검사를 불러 조사했다. 김 전 검사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지난해 4.10 총선을 앞두고 김 전 검사가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공천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명씨측이 공개한 김 여사와 명씨의 통화 복기록에 따르면 김 여사는 “김상민 검사 조국 수사 때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라며 “김상민이 의창구 국회의원이 되게 도와주세요”라고 명씨에 부탁했다.
다만 김 전 검사와 창원의창 지역구를 내주고 김해갑으로 출마한 김영선 전 의원 모두 공천을 받지는 못했다.
검찰은 김 전 검사를 상대로 김 여사가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 관여했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