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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수면 밑에 있던 ‘행정수도특별법’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31일 국회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상정된 65개 법안 가운데 5개 행정수도특별법안을 마지막에 배정해놓고 심사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행정수도특별법안은 세종시가 지역구인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안과 김종민 무소속 의원안, 최근 세종시장 출마를 선언한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안 등 모두 5개다. 이들이 발의한 특별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 △국회·대통령 집무실 등 헌법기관 이전 △중앙행정기관 추가 이전 등을 담고 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30일 국토위 법안심사소위 위원들을 만나 특별법의 조속한 심사와 처리를 요청했다. 최 시장은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 건립사업이 흔들림없이 추진되려면 행정수도특별법을 제정해 법적 근거를 갖춰야 한다”며 “선거 때마다 행정수도 완성을 공약했던 여야 정치권이 실천의지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세종시는 그동안 여야 이견이 없는 만큼 특별법에 대한 심사를 앞당겨 실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소위는 5개 법안을 심사 마지막에 배정했다. 사안의 중대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종시 등 충청권은 일단 행정수도특별법이 심사의 테이블에 올랐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세종시를 찾아 “세종의 행정수도로서의 명확한 법적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행정수도특별법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혀 기대를 키우고 있다. 이재명정부는 ‘행정수도 완성’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 이 같은 기대에도 특별법이 지방선거 이전에 통과할지는 의문이다. 수도권과 마찰이 예상되고 사안의 중대성으로 보아 공청회 등 공론화 절차도 밟아야 한다. 국토위 법안심사소위는 계속 회의를 열겠다는 입장이지만 “순서를 바꾸지 않는 한 이번에 처리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행정수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법안 주요 내용을 유지하는 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다시 받을 가능성이 크다. 2004년 헌재가 당시 국회를 통과한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해 관습헌법 상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인 만큼 수도의 위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개헌을 해야 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충청권에서는 헌재 판결 이후 20여년이 지났고 여건도 달라진 만큼 다시금 헌재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22년 전과는 다른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다. 특별법이 그 수단인 셈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여야 모두 이에 대해 이견이 없는 만큼 일단 신속하게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며 다시 제동이 걸렸다. 30일 부산시에 따르면 국회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을 심사 안건에 포함하지 않았다. 앞서 2년간 표류하다 지난 주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와 상임위를 잇따라 통과하며 입법 절차가 속도를 내는 듯했지만, 최종 관문인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반면 같은 날 강원특별법과 전북특별법은 법사위를 통과했고, 31일 오후 본회의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다. 국가균형발전과 지역 특례 확대라는 동일한 취지의 법안임에도 부산만 제외된 셈이어서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역에서는 이번 보류 배경을 두고 정치적 해석도 제기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해당 법안이 박형준 부산시장의 핵심 성과로 부각되는 것을 견제하려는 더불어민주당 의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박형준 시장은 30일 SNS를 통해 “부산 시민의 간절한 염원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라며 “정쟁이 아닌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법안이 다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부산시장 경선에 나선 주진우 의원도 “부산만 제외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부산시는 법안 처리가 지연될 경우 글로벌 물류·금융·첨단산업 거점 구축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별법은 4월 임시회에서 다시 다뤄질 지 주목된다. 법사위 여당 간사이자 법사위원장직을 대행한 김용민 의원 측은 “원내에서 숙려기간 미도래 원칙에 따른 계류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국회법상 체계·자구 심사를 위해 법사위에 회부된 법안은 5일의 숙려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31일부터 법사위에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은 22대 국회가 개원한 2024년 5월 여야 합의로 부산 국회의원 18명이 공동 발의했으나 2년 동안 표류했다. 그러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23일 국회에서 삭발 투쟁에 나서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인 전재수(부산 북갑) 의원도 가세하며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등과 회동했고, 지도부가 조속한 통과를 약속하면서 특별법 처리는 급물살을 타는 중이다. 전 의원은 “여야 이견이 없어 숙려기간이 지나 4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바로 처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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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글로벌 원유 수급이 불안정해지며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미국 셰일업계는 증산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3~27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세라위크'(CERAWeek) 현장에서 주요 에너지기업 경영진과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탐문한 결과를 최근 보도했다. ◆섣부른 투자 확대에 따른 리스크 경계 = 보도에 따르면 미국 석유·가스 기업들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했음에도 신규 시추나 생산 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중소 독립 셰일업체부터 대형 메이저 기업까지 공통적으로 “고유가가 수개월 이상 지속되지 않는 한 의미 있는 증산은 어렵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고유가 시기에 나타났던 ‘셰일 증산에 따른 가격 안정’ 메커니즘이 이번에는 작동하지 않을 수 있음을 예고한다. 중동의 원유·가스 공급이 차질을 빚을 때 미국은 시추부터 생산까지의 리드타임이 짧아 상대적으로 단기간 내 생산을 늘릴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앞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퍼미안 분지를 중심으로 원유와 셰일가스 생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며 향후 생산량 확대를 전망한 바 있으나 이는 중동전쟁 발발 전의 예측이다. 현재 셰일업계는 유가 수준이 실제 공급 차질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섣부른 투자 확대에 따른 리스크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특히 전쟁의 지속 기간과 확산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투자 결정을 지연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뉴욕타임스는 “셰브런과 셸의 최고경영자(CEO)들은 현재 원유 선물시장이 실제 물리적 거래의 혼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우려한다”며 “특히 항공유와 경유 등 제품 시장의 교란 상황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셰일업계, 성장보다 수익 우선 = 아울러 셰일업계의 전략 변화도 뚜렷하다. 과거 생산 확대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과 재무 안정성 확보를 우선하는 기조가 자리 잡으면서, 단기 유가 상승에 즉각 대응하지 않는 구조로 전환됐다. 일각에서는 카타르 에너지 시설 타격 이후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출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LNG 가격 상승이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 실제 시장 확대 여부는 전쟁의 장기화 수준에 좌우될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을 포함한 에너지 수입국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이번 국면은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공급 대응력이 제한된 구조적 위기”라며 “수입선 다변화와 비축 확대를 비롯해 에너지 절약·효율, 에너지 믹스 등 근본적인 에너지 안보 전략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에너지 담당 부처가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원화돼 있어 종합적인 대응이 어렵다”며 “석유·가스는 산업부가, 재생에너지와 절약은 기후부가 담당하다 보니 시야가 한정되고 대응도 한 박자 더디다”고 지적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의 공매도 잔고가 가파르게 증가하며 사상 처음으로 23조원을 넘어섰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순보유 잔고액은 16조970억 원으로 집계됐다. 공매도 잔고가 16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 들어서만 8180억원이 늘어났다. 코스닥시장의 공매도 순보유 잔고액도 7조2000억원을 넘었다. 공매도의 선행 지표로 불리는 대차거래잔고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대차거래잔고는 150조2372억원을 기록했다. 18일엔 154조원까지 증가했다. 대차거래는 외국인이나 장기 보유 성향의 기관투자자가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주식을 빌려주는 거래다. 공매도는 대차잔고에 쌓인 주식을 빌려 시장에 매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대차잔고가 많을수록 공매도를 실행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NSDS)을 가동한 지 약 1년 동안 76건의 공매도 관련 위반 의심 사항을 적발해 금융 당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NSDS는 시간대별 잔고 산출 기능을 통해 공매도 투자 법인의 매도 주문을 상시 점검함으로써 불법 공매도를 즉시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 이후 지난 27일까지 전체 공매도 거래 대금은 289조3239억원으로 집계됐다. 거래소는 NSDS 참여 기관의 매도호가를 하루 평균 약 1500만건 감시했으며 76건의 공매도 관련 위반 의심 사항을 적발해 당국에 통보했다. 거래소는 “호가를 매일 적출하고 분석해 혐의 통보 건수는 증가했지만 대부분 소액 단계에서 조기 차단했다”며 “위반 의심 금액이 1억원 미만인 사항의 통보 건수가 52건(68.4%)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동 전쟁으로 증시가 급락한 이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 대금은 약 2400억원으로 전월 1700억원 대비 증가했다. 하지만 NSDS 참여 기관 중 불법 공매도 의심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거래소는 전했다. 거래소는 “NSDS 전산화 규제 체계를 통해 불법 공매도를 구조적으로 근절했다”며 “잔고 적정 확보 여부를 철저히 검토해 무차입 및 호가 표시 위반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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