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식 저출산 탁상 정책

저녁이 없는 삶으로 출산율 높이기 어렵다

2016-11-28 10:05:04 게재

#퇴근하고 나서 아이도 안아주고 말을 주고받고 눈을 맞추며 호응을 해주는게 너무 힘들어요. 감정적으로 유대가 되는데 그게 에너지 소비가 너무 커요.밥버거 하나 사 가지고 들어가 급히 먹고 아이 이 닦이고 우유 하나 먹이고 9시반 쯤 재우다 피곤해서 같이 자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책 좋아해 읽어 주고, 씻기고 재우고…. 주중에 아무 것도 못해요 진짜. (35세 장 모씨)

#첫째는 결혼 전에 승진을 이미 했기 때문에 승진을 고려하지는 않았는데, 지금 둘째 임신중인데 둘째는 승진을 위한 인사고과 관리 시기와 육아휴직 시기가 겹쳐서 고민을 하고 있기는 했는데 계획보다 일찍 생겨서 더 머리가 아프지요.(33세 강 모씨)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커요. 얼마전에 전세금이 5000만원을 올렸거든요. 모아 놓은 돈 다 털고 빚까지 졌어요. 열심히 돈 벌어야죠. 아이한데 들어 갈 돈도 엄청난데, 두 번째 이유는 저 자신을 위한 것도 있어요. 출산 휴가 3개월을 썼는데 뭔가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생각도 들더군요.(35세 황 모씨)

 

저출산에 대한 사회적 경고음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그리 급하지 않고 정책집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1~2015년 저출산극복을 위해 정부는 60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을 2011년 1.24명에서 2015년 1.24명로 증가시키지 못했다. 더욱이 출생아수는 되레 줄었다. 2011년 출생아수가 47만1000명이였지만 2015년 43만8000명이었다. 이런 인구감소 위기 속 정부는 제3차 저출산기본계획 목표를 2020년 출산율 1.5명으로 잡고 다양한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지난해 10월 밝혔다.

그런데 2016년 출산율에 경고등이 켜졌다. 올해 8월까지 출생아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7000명이나 감소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8월25일 첫째 자녀갖기 대책 강화, 일가정 양립 선순환 체계를 강화 등 출산 보완대책을 서둘러 발표했다. 특히 워킹맘 출산 제고와 관련해서 남성육아휴직 수당(아빠의 달 휴직급여) 상한액 둘째 자녀부터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인상 적용(2017년 7월 출생 둘째부터), 남성 육아휴직 조기 확산, 재택 원격근무를 위한 중소 중견기업 인프로 구축 지원 신설(2017년)을 갖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내용은 제3차저출산 기본계획에서 제시된 방향에서 벗어 나지 않았다. 앞서 정부는 공공부문, 대기업의 남성육아휴직 참여 선도를 위해 남성육아휴직 사용률을 기관평가에 반영, 대기업과 남성육아휴직 실천 협약을 체결하거나 남성육아휴직 홍보 실천캠페인, 아빠학교 프로그램을 대폭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이 또한 저출산극복 인식개선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약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 남구에 위치한 릴리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재미난 놀이 학습'을 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저출산 대책이 시급함에도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해 놓고,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하나 둘씩 정부가 일을 하고 있다는 보여주기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일하는 여성들 특히 워킹맘의 마음을 읽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시간 근무제 시급히 개선해야 =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워킹맘의 행복지수는 매우 낮다. 통계청의 '2012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에 따르면 삶에 만족한다는 워킹맘은 24.1%로 27.9%인 전업맘보다 낮았다. 실제로 직장생활에 가사·육아부담까지 '이중고'를 겪는 워킹맘의 고통은 상당하다. 사단법인 여성·문화네트워크가 여성가족부와 여성신문 후원으로 30~40대 워킹맘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 워킹맘 고통지수' 조사 결과, 워킹맘 90.9%가 '힘들다'고 응답했다. 2013년 73% 응답보다대폭 늘었다.

정부가 '아빠의 달' 제도를 확대하며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도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은 5.2%(2015년 기준)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워킹맘에게는 아이의 성장을 돌보고 기뻐하며 자기발전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생활(저녁이 있는 삶)은 한낱 꿈에 지나지 않다라는 불만이 쏟아진다.

더욱이 일·가정양립의 근본적 장애요인으로 지목된 장시간근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로시간 단축 법제화 추진이 더딘 상태이다. 근로기준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저출산극복기본계획에서는 근로자 1인당 평균 근로시간은 하루 9.7시간이다. 2020년 하루 8.4시간으로 줄이겠다는 방향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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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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