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김기춘 비서실장

2016-12-08 11:04:45 게재

최순실 "들었지만 접촉한 적 없다" 말 바꿔 … 세월호 사고 당시 대통령 행적도 '모른다'

김기춘(77)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모른다'는 말만 남발했다.

자신이 위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위기에서는 최소한의 부분만 인정했다. 청문회 내내 '최순실'의 존재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발언으로 일관하다 후반부에서야 '들어봤지만 직접 접촉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답할 뿐이었다.

'세월호 사고 당시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서도 자세한 건 모른다는 입장이었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이번 사건들에 관해 밝혀지지 않은 진상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 들을 수 있는 내용은 어떤 것도 없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나온 김 전 실장은 '바보' 전략 태도를 취했다. 지난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으면서도 그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모른다'라고만 답했고, 의원들은 그의 태도에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김 전 실장은 최순실의 존재를 아느냐는 수차례의 질문에 "전혀 모른다" "본 일도 없다" "모르니까 모른다고 하는 거다" 등의 답만 늘어놓았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김 전 실장이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던 200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독일에 갔을 때 최순실·정윤회 부부가 같이 갔었다. 그런데도 모른다고 할 수 있냐"라며 물었을 때도 김 전 실장은 "정말 몰랐다"고 답했다.

'최순실이 가보라고 해서 갔더니 청와대에서 김 전 실장을 만났다'는 차은택의 증언에 대해서도 김 전 실장은 "대통령이 (차은택을) 만나보라고 해서 만난 것"이라며 최순실과 자신의 관계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그나마 말을 바꾼 것은 청문회가 끝나갈 무렵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제시한 문건 사진과 예전 영상 때문이었다.

박 의원이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 당시 조응천 비서관의 보고서 제일 앞에 '최태민 목사의 5녀 최순실'이고 기재돼 있다. 이래도 최순실을 모르냐"고 추궁하자 김 전 실장은 "착각했다"며 최순실이란 이름을 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어서"라는 변명을 덧붙였다.

이후 박 의원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청문회 영상을 틀자 박근혜 캠프의 법률자문단에 속해 있던 김 전 실장이 앉아있는 모습이 나왔다.

당시 검증청문회에선 최순실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이 영상을 본 김 전 실장은 "최순실이란 이름은 이제 보니까 제가 못 들었다고 말 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최순실을 알지는 못한다. 접촉은 없었다"고 다시 최소한의 부분만 인정했다. 정윤회에 대해서는 "모른다. 접촉한 일 없다"고 답했다.

"세월호 사고 당시 대통령을 뭘 하고 있었나"라는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선 "비서실장으로서 대통령께서 청와대에 계셨다고만 알고 있다"며 자세한 것은 모른다고 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김 전 실장이) 모른다는 말을 백번은 한 것 같다"며 "무능한 비서실장이 되고자 작심한 듯하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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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기자 eas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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