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트라우마'로 남은 세월호

2017-08-16 10:08:24 게재

“공적 시스템에 신뢰 없어진 것도 트라우마”

청년세대, 스스로 ‘세월호 세대’라고 불러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남긴 트라우마의 흔적은 여전히 쉽게 찾을 수 있다.

김혜진 4.16연대 상임위원은 “공적인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많이 사라졌다는 점이 국민들에게 여전히 남아 있는 세월호 트라우마를 보여준다”면서 “참사 당시 전원구조했다는 소식 듣고서 당연하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나서 얼마나 놀랐느냐. 그 이후 사회적 신뢰감이 사라지다 보니 이제는 개개인들이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 고민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여론 추이를 보면 참사 이후 증폭된 안전에 대한 불신감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중이다. 참사 1주기 때 한국일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8.7%는 참사 이후 국민이 느끼는 안전 체감도에 대해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고 대답했다. '이전보다 위험하다고 느낀다'는 응답(18.5%)까지 합하면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은 87.2%에 달했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난 4월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세월호 참사 후 대한민국의 안전이 변화없거나 악화됐다고 답한 사람이 86.2%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증폭된 ‘우리 사회는 안전하지 않다’는 불신감이 사라지지 않은 셈이다.

참사 당시 희생자들과 또래였던 청년세대들이 스스로를 ‘세월호 세대’라고 부르는 점도 세월호 참사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 볼 수 있는 사회현상 중 하나다. 지난 1월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추모하는 집회에 몰려든 젊은이들은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자신들을 세월호 세대에 넣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내일신문 1월 9일자 참조)

1월 7일 세월호 1000일 추모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일부러 친구들과 함께 왔다고 밝힌 김현희(21·전북 전주) 씨는 "세월호 참사에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을 세월호 세대라고 한다면 저희는 모두 세월호 세대"라고 말했다. 전북 군산에서 올라와 세월호 추모 집회에 참석한 김진수(15)·범수(14) 형제는 "그때 학교에 갔다 집에 돌아 오니 나라가 뒤집힐 정도로 난리가 났던 기억이 난다"면서 "(학생들이 배에 갇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슬펐다. 그 이후로도 세월호에 대해 생각을 참 많이 했는데 지금도 슬프고 분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입장과 세월호 관련 이슈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입장이 맞서며 갈등하는 모습이 나타난 것도 참사 이후 우리 사회가 입은 상처가 치유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김 상임위원은 “당시 희생자들과 비슷한 나이대였던 세대는 세월호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보게 됐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면서 “세월호를 잊으려고 하거나 잊지 않으려고 하거나 모두 세월호 참사의 영향권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세월호를 잊으려 하거나 비난하는 사람들은 나라가 이렇게 엉망이라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아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외치는 사람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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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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