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민간외교관 안용복 사업' 필요하다

2017-09-05 10:52:33 게재

필자는 지난주 한국에서 유학중인 102개국 160여 외국학생들과 함께 독도에 다녀왔다. 1990년대 중반 백두산의 푸른 천지를 처음 보았을 때의 그 감동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기후와 바다 사정에 따라 입도(入島) 가능성이 세 번에 한번뿐이라는데 운이 좋았다. 포항에서 울릉도를 거쳐 수 시간 배를 타고 힘들게 찾아간 보람이 있었다.

TV로만 보았던 독도에 실제 올라 거닐며 우산국(울릉도와 독도)을 복속시킨 신라장군 이사부의 마음을 상상해보았다. 상륙작전을 지휘하는 이사부의 위엄과 우리 해군의 상륙함 독도함의 위용이 겹쳤다.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어부들의 불법입항을 항의하고 울릉도가 조선의 영토임을 알렸던 어부 안용복의 활약도 떠올랐다. 안용복은 일본과의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했다는 점에서 한국역사상 최고의 민간외교관 이었을 법하다.

외국학생들은 동아시아, 여타 아시아, 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 등 다섯 개 팀으로 나뉘어 대륙별 갈등과 분쟁의 평화적 해결 사례와 원인을 비롯해, 평화정착을 위한 국가의 역할과 청년의 기여를 뜨겁게 논했다. 학생들의 행사 명칭은 <독도 비정상회담>이었지만 일본은 틀리고 한국은 옳다는 식의 얘기를 듣기보다 현장 방문을 통해 독도의 현황과 관련 평가를 스스로 내리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론 한국의 입장에 더 큰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였다. 즉 '독도는 우리 땅'이라 목청 높일 필요도 없이 백문이 불여일견인 셈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행사의 백미는 학생들이 직접 만장일치로 채택한 평화선언문이었다. 첫째, 어떤 갈등과 분쟁 상황에서든 평화가 가장 중요하다. 둘째, 청년들의 평화정착을 위한 비전 수립과 행동 실천의 책임감이 막중하다. 셋째, 특히 청년들의 다양성과 개방성에 기반한 평화 활동과 교육의 참여는 중요하다. 넷째, 청년들 간 온·오프라인 채널을 적극 활용·소통한다. 다섯째, 청년들을 위한 플랫폼이 더 다양하게, 더 많이 필요하다.

평화선언문에 직접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학생들은 청년들의 깨어있는 정치 인식과 실천을 위한 캠페인에도 주목했다. 국가와 민족 간 다양성을 인정하고 개방성을 견지하며 차이점을 극복하기 위한 실천적 행동이 강조되었다.

학생들은 평화를 위한 시작은 자기가 속한 지역과 사회에서부터이며, 국제관계 및 국내 정치·사회 변화에 대한 이해도 심화되어야 한다. 갈등과 분쟁을 조장한다면 자국 정부의 국내외 정책에도 과감히 비판하는 동시 대안의 제시에도 인색해서는 안된다. 청년들은 글로벌 사회의 차세대 지도자들로서 리더십을 연마하고 청년조직을 확대하며 국제사회의 여타 청년조직들과 연대함으로써 평화정착을 위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문하였다.

필자는 평화선언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한국외교에 몇 가지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독도 비정상회담 같은 기제는 우리 공공외교의 다각화 차원에서 더 많이 필요로 한다. 외국에 있는 학자와 학생들을 초대하고 교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에 와있는 학생과 외국인들과의 상호 교감이 더 시급하다. 한국에 대한 호감은 멀리서보다 가까이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한류와 K-팝처럼 한국의 호감도를 제고하는 것과 함께 한국을 제대로 바로 알리는 노력도 지금보다 배 이상이어야 한다.

21세기는 공공외교의 시대이며, 이번 신정부도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외교부가 앞장 서는 전통적 외교 대신 다양한 민간 행위자들이 참여하는 공공외교가 시대적 추세다. 학생들은 자국의 차세대로서 순수한 이상과 열정을 가진 연령층이다. 외부세계와 사람과의 소통에 열려 있는 세대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공감하는 '절친'이 되도록 하기 위한 '민간외교관 안용복 사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국인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마음을 얻고 감동을 주어 한국의 진정성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한일관계에 있어 우리의 유용한 우군을 확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제 이미지와 영향력 향상에도 훌륭한 인프라 자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재호 교수 한국외대 국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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