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워라밸 이끄는 강소기업들 (주)위드이노베이션
월요병이요? 우리 회사에선 사라진 지 오랩니다
'주 35시간제' 근무시간 단축 파격 실험
워라밸 실천하니 매출·고객수 2배 껑충
일손 부족, 기업 성장시켜 고용확대 기회로
'주 35시간 근무제' '연간 50만원 여가비 지원' '삼시세끼 무료 식당'.
직장인들의 꿈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 더구나 생긴 지 3년밖에 되지 않는 직원 수 300명 중소기업에서 실제 진행 중인 제도다. 국내 5만개 숙소와 월 200만명이 사용하는 숙박정보 제공 앱 '여기 어때(법인명. (주)위드이노베이션)'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d. 일·생활균형) 문화를 선도하는 강소기업이다.
지난 23일 강남구 삼성동 여기 어때 본사를 방문해보니 회사에서 제공하는 사원복지는 이 뿐이 아니었다. 회사 앞 휘트니스센터에서는 아무 때나 몇 시간이든 운동을 즐길 수 있다. 도서구입비는 무제한으로 지급된다. 연차 휴가 신청 시에 '사유'는 아예 적지 않는다. 음식맛이 좋아 방송에도 소개된 구내 식당은 직원은 물론 가족·친척·친구까지 모두 공짜다. 회사 카페에서 판매하는 아메리카노 커피는 한잔에 '800원'이다.
'여기어때'가 유명 숙박앱이란 사실은 알았지만 직원 수 300명의 중소기업에서 제공하는 복지제도 치고는 너무 '폼'을 잡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일 주 35시간 근무 도입 1주년을 맞아 근로시간 단축제 운영 결과를 발표했다. 2016년 246억원 매출에 130억원 적자였던 경영 상황은 518억원 매출, 61억원 흑자로 반전됐다. 무엇보다 고객이 늘었다. 근로시간 단축을 실험한 지난 1년 사이 '여기어때' 앱 사용자 수가 지난해보다 2배로 급증했다. 숙박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고 젊은층의 숙박업소 이용 행태가 바뀐 것도 영향이 있었다. '여기어때' 관계자에 따르면 요즘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들 중에는 모텔을 동아리 모임, 스터디 그룹 공부방, 저렴한 비용으로 휴식과 샤워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
◆월요일엔 오후 1시 출근 = 저비용·고효율을 추구하는 기존 기업 논리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 이같은 성과의 비결은 뭘까. 심명섭 위드이노베이션 대표는 "흉내가 아니라 진짜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니 구성원도, 고객도 심지어 회사마저 웃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 35시간 근무와 함께 위드이노베이션이 진행하는 실험은 월요일 오후 1시 출근이다. 직원들에게 금요일 오후와 월요일 오전 시간 중 택하라고 하자 대다수가 월요일 오전에 쉬는 것을 택했다. 직원 70%가 미혼이라 '불금'을 택할 줄 알았지만 반대였다. 일요일 저녁까지 휴식과 여가를 충분히 즐기고 월요병에 걸리지 않도록 오후 출근을 원한 것이다.
직원들은 새로 얻은 월요일 오전 시간을 만끽한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기도 하고 헬스클럽에 가거나 주말에 붐비는 관람 시설을 호젓하게 이용하는 등 만족도가 매우 높다. 문지형 '여기어때' 홍보이사는 "제도가 알려지자 월요일마다 눈물 흘리며 출근했던 워킹맘들이 많이 입사했다"고 전했다.
한달 도서구입비로만 800만원이 넘게 지출되는 등 사원복지에 큰 돈이 들어가지만 회사는 쉽게 이 제도를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파격적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데에는 그만큼 절실한 회사의 이해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문 이사는 "인재들이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어때'는 숙박정보 제공 사업을 하지만 본질은 IT기업이다. 모든 서비스가 앱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최고의 인력들이 국가대표 IT기업이 아닌 위드이노베이션으로 직장을 옮기고 싶은 '차별화된 이유'가 필요했다. 큰 기업에서는 제공하기 어려운 워라밸(일·생활균형) 을 승부처로 삼았고 격무에 지친 우수 인력들이 '여기어때'의 문을 두드렸다. 올해 상반기 채용 결과 기술 인력 채용 경쟁률은 지난해의 8배에 달했다. 문 이사는 "저도 SK플래닛과 KT같은 대기업을 다니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주도적으로 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이곳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주 35시간 근무로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자 인력 부족이 발생했다. 실험은 의미있지만 회사 규모가 커지면 지속성을 갖기 어려운 것 아니냐며 이제라도 정상적인 근무 시간으로 되돌리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심 대표와 리더들은 부족한 인력을 '청년고용 확대로 풀자'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기 위해선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문 이사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쟁이 있겠지만 우리는 '결국 성장하려면 우수한 인재가 와야 하고 우수한 인재가 성장을 만들 것'이라는 믿음으로 직원들이 일과 가정의 조화 속에 행복한 삶과 직업적 성취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회사 만들기를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재 선발 과정에서 서울형 강소기업 인증이 도움이 됐다. 창업 초기 '숙박정보제공'이라는 생소하고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서울시 인증이 한몫을 했다. 시에서 받은 근무환경 개선금은 휴게시설 보강에 사용했다. 안마의자, 노트북, 스크린 등을 구입했다.
숙박정보제공에서 출발해 중저가 호텔 직영 등 종합숙박회사로 성장한 '여기어때'는 올 여름 한단계 도약을 준비 중이다. '액티비티'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로 했다. 액티비티는 숙박 뿐 아니라 워터파크, 동물원, 미술관, 스파 등 휴식을 즐기는 이들에게 숙박과 함께 필요한 다양한 활동과 공간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숙박을 넘어 레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심명섭 대표는 "구성원이 행복해야 서비스 품질이 향상되고 고객 만족도 커진다"며 "4.5일 근무제를 유지·발전시켜 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는 행복한 직장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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