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6
2024
중동지역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6개월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이란이 그동안 금기처럼 지켜온 ‘그림자 전쟁’이라는 게임의 규칙을 벗어나 상대방 영토를 공습하는 ‘직접 충돌’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상호 절제된 대응으로 일단 극단적 상황은 피하고 소강상태에 들어갔으나 지금까지의 교전 방식이 바뀐 획기적 사건으로서 향후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는 위험성은 더 커졌다. 양국의 복잡한 국내 정치 상황에 비추어 정세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게 되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극우세력과의 연정을 통해 개인 비리 혐의를 벗어나기 위한 사법부 개혁 추진과 하마스와의 전쟁 과정에서 인질 구출 실패와 인도적 재앙 초래로 퇴진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전시내각 지속을 통한 정권 유지를 도모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란의 강경 보수파 지도부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경제의 비효율적 운영으로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3월 1일 시행된 의회와 최고지도자 선
04.19
5월 15일 싱가포르에는 새로운 총리가 탄생한다. 리센룽 현 총리는 4월 15일 성명을 통해 다음달 15일 총리직을 사임하고 같은 날 로렌스 웡(Lawrence Wong) 현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차기 총리에 취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싱가포르에 4세대 지도체제가 출범하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국부로 추앙받는 리콴유 전 총리가 자치정부 시절인 1959년부터 총리직에서 물러난 1990년까지를 1세대 지도체제, 고촉통 전 총리가 재임한 기간(1990~2004)을 2세대, 현 리센룽 총리의 재임기간(2004~2024)을 3세대, 그리고 그 뒤를 이을 총리 체제를 4세대 지도체제로 일컫는다. 올해까지 20년을 집권한 리센룽 현 총리와 31년을 집권한 부친 리콴유 전 총리의 재임기간을 모두 합치면 부자가 반세기 이상을 한 국가 총리로 재직했다. 그 사이 싱가포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1965년 독립당시 517달러에서 2022년 기준 8만2807달러로 160배 이상 증가했다. 리센룽 총리의
04.12
인류의 생존적 위협인 핵무기 확산의 속도와 폭이 심상치 않다. 이제는 지구의 공간을 넘어서 우주까지 확대될 기세다.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하려는 러시아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직접 대화는 물론 러시아와 가까운 중국과 인도에도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러시아는 부인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부각된 인공위성 활용의 열세를 상쇄하려는 전략일 개연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렇게 되면 우주에 대량살상무기 배치를 금지한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 1967)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 되고 인류공영에 기여하는 평화적 공간이어야 할 우주가 군사화되는 기폭제가 될 위험이 크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위험이 우주에 국한되지 않는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강대국 간 패권경쟁이 다시 불붙으면서 통제되지 않는 신기술의 발전 속도가 가팔라지는 반면 위험을 줄이기 위한 통제 규범 마련에 필요한 글로벌 리더십의 적자는 확대된다. 이러한 구조적
04.05
동남아 언론에서 한국에 관한 뉴스가 크게 줄어들었다. 그마저도 연예인 자살, 의료계 파업,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부정적인 뉴스가 태반이다. 이러한 보도 경향은 한국-아세안 관계가 뒷걸음질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첫째, 한-아세안 정상외교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년간 국제회의 개최지 두 나라를 포함해 아세안 10개국 중 3개국을 방문했다. 미국을 5차례, 유럽을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중국은 방문하지 않았다. 아세안 정상 중 지난해 방한한 이는 한명도 없다. 미국 위주의 ‘가치외교’ 성향이자 결과다. 둘째, 한-아세안 경제교류가 정체상태다. 아세안은 미국 중국과 함께 우리 경제의 3대 파트너이지만 인적교류와 건설진출이 크게 감소했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 다음으로 선호하던 투자(FDI) 지역인 아세안에 대한 투자도 제자리걸음이다. 무역만 유일하게 상승했다. 이는 대중국 무역의 퇴조를 아세안에서 만회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건설 진출 부진이 특히 안타깝다
03.29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우리나라는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공교롭게도 올해에는 전세계 74개국에서 선거가 실시돼 세계 80억 인구 중 40억명이 선거에 참여한다. 가히 ‘지구촌 선거의 해’라 할만하다. 1월에는 대만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이달 중순에 실시된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11월에는 지구촌 전체의 정치 지형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데, 벌써부터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상 최대의 민주주의라고 일컬어지는 인도에서도 다음달 5년마다 치러지는 총선거가 있다. 2014년 처음 집권해 2019년 연임에 성공한 모디 총리의 3연임 여부가 주목된다. 인도의 총선거는 첫 투표일인 다음달 19일부터 마지막 투표일인 6월 1일까지 약 6주간 진행된다. 그 이유는 광활한 국토와 엄청난 규모의 유권자에 대한 선거관리를 위해 지역별로 7
03.22
3월 15일부터 3일간 진행된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은 87.3%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2030년까지 6년을 더 통치하게 되면 소련 스탈린 서기장에 버금가는 최장기 집권 지도자가 된다. 이번 대선으로 러시아는 서구식 자유민주주의와는 달리 권위주의적 ‘관리 민주주의’를 한층 강화하게 됐다. 이번의 높은 득표율은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푸틴 대통령이 서방과 투쟁과 전쟁 중에 국민을 단합시키고 국가를 수호한다는 메시지를 통제된 언론을 통해 널리 확산시켰다. 크렘린에 정치적으로 도전하지 않는 야당 후보들만 내세워 유권자들 선택을 제한했으며, 전시경제인데도 재정을 대폭 풀어 경제호황을 유지하면서 일부 투표거부 활동을 통제했다. 앞으로 6년 간 푸틴은 우크라이나전쟁 등 자신의 정책에 대해 정당성을 주장하며 국정을 이끌 수 있게 됐다. 푸틴 대통령이 3.18 압승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밝힌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러시아의 현재 상황이 국
03.15
2024년 들어 북한은 남북관계를 새롭게 규정했다. 이른바 1민족 2국가 개념에서 출발하면서도 ‘1민족’ 의미는 축소하고 ‘2국가’를 부각시켰다. 이미 1980년대 동독이 동서독 관계를 국가 간 관계로 규정한 바 있으니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분단 당사자 간 경쟁이 한편의 일방적 우위로 기울어지는 경우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독일은 자국의 패전으로 1민족 2국가로 전락했고 한반도는 일본의 패전으로 1민족 2국가로 독립했다. 1990년대 미소 관계의 전환기에 동서독은 하나가 됐으나 한반도는 그러지 못했다. 국제정세의 흐름과 분단 당사자의 대처에 따라 시작과 끝 모두가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세계질서 전환과정에서 탄생한 유라시아의 투르크 1민족 5국가 사례도 맥을 같이 한다. 한반도 분단 상황과도 유사한 점이 있으면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동서양 사이에서 하나의 제국을 이루었던 투르크 민족은 18~19세기 청나라와 러시아의 점령으로 국가가 소멸한다. 1세기가 지난 무렵 소
03.08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3월 10일~4월 8일)이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되고 있다. 하마스의 기습으로 개시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벌써 여섯달째 접어들었고 사상자가 10만명을 훌쩍 넘겼다. 아직도 생사 여부를 알 수 없는 인질들이 무장단체 손에 억류돼 있다. 가자지구에서는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인도적 구호도 쉽지 않다. 전장은 인근 지역으로 확대되었고 홍해는 자유항해 위협,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는다. 최근 도하 파리 카이로에서 연달아 협상이 열렸지만 인질석방과 휴전을 전망하기는 어렵다. 설령 성사된다 해도 임시방편일 뿐이고 종전까지의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종전을 위해서는 가자지구에 대한 전후 처리 방안이 우선 제시돼야 하지만 이스라엘로서는 확실한 출구전략이 없는 듯하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반대,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에 의한 가자지구 통치안을 제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에 반대하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안보통제권을 이스라엘이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
02.23
지난해 11월 30일부터 12월 13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가 열렸다. 154개국 정상들을 포함해 8500여명이 참석한 최대 규모의 총회였다. 두바이 COP28은 2015년 파리협정의 이행정도를 점검하는 첫 총회로 주목받았다. 지구온도 상승을 1.5℃ 내로 억제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COP28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3배로 늘리고 배출가스 저감이 미비한 석탄 화력발전소를 신속히 폐기하고 신규 허가를 제한한다는 등의 ‘아랍에미리트 컨센서스’에 합의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이 공식 출범되는 등 가시적 성과가 있었다. 대규모 국제회의 성공의 또 다른 포인트인 행사 준비와 운영 측면에서 한국의 경험이 숨은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두바이 COP28은 최대 규모의 행사였는데도 과거 어느 총회 때보다 혼란없이 원활하게 진행된 것으로 평가됐다. UAE정
02.16
드디어 한국과 쿠바 간에 외교관계가 수립됐다. 14일 저녁 10시 한국과 쿠바 외교부는 양국이 외교관계를 수립했다고 동시에 발표했다. 주유엔 한국대사와 쿠바대사는 유엔본부가 위치한 미국 뉴욕에서 수교를 위한 외교공한을 교환했다. 이번 수교 후속조치로 조만간 서울과 아바나에 각각 상주공관을 개설하는 문제와 고위급 인사 교류 등을 위한 협의가 시작될 것이다. 쿠바와의 전격 수교로 중남미 외교에서 큰 걸림돌이 치워진 것 같은 기분이다. 이번 수교는 대중남미 외교뿐만 아니라 우리 외교에서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쿠바는 북한과 형제국이라는 이유로 한국에 쉽게 접근하지 않으려 했다. 우리는 그동안 이념과 체제를 넘어 세계 모든 국가와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원칙에 입각해 외교관계 수립을 위해 노력해왔다. 양국의 수교 관련 협의는 2016년 우리 외교부장관이 쿠바를 최초로 방문해 수교의사를 전달한 이후 물밑에서 이어져왔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가 성과를 낸 것이라 더욱
02.02
최첨단시대를 살면서도 ‘아프리카’는 여전히 먼 곳이다. 그 이미지도 막연한 희망이나 잠재력 같은 상투적인 클리셰(표현)에 국한되어 있다. 전세계를 누비는 외교관들조차 소위 ‘험지’인 아프리카 발령을 피하려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거대한 대륙 아프리카는 급격한 인구증가와 도시화를 겪으며 변화의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7월 뉴욕타임스는 유엔 미래인구전망을 토대로 2050년 아프리카 인구가 현재의 두배인 25억명으로 늘어나고 세계청소년인구의 1/3을 차지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가 보유한 자원에너지만이 아니라 인류 원동력으로서의 에너지가 넘치게 된다는 의미다. 아프리카 유엔회원국은 54개로 전체(193개)의 25%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유엔 내에서 아프리카는 미약한 분담금과 여러 정치·경제적 문제들로 인해 제대로 된 권리행사를 못하는 상황이고, 때문에 약자의 이니셔티브를 잡기 위한 내적 연대가 강하다. 부산 엑스포로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국제박람회기구(BIE)
01.26
한동만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 전 필리핀 대사 1월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미 반중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제16대 총통으로 당선됐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 필리핀과 싱가포르가 친미·독립 성향 후보의 대만 총통 선거 승리를 축하하면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충돌하고 있는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1월 15일 엑스(X, 옛 트
01.19
얼마 후면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지 3년이 된다. 2021년 쿠데타 발생 당시 미얀마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었으나 곧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2022년 우크라이나전쟁이 발발한 이후 미국 등 서
01.12
3개월 넘게 지속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주변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북부지역 전투가 마무리되고 남부지역 하마스 토벌작전이 지속된 가운데 이스라엘과 친이란·반이스라엘 '저
01.05
싱가포르는 2022년 국제 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전세계 18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부패인식지수에서 덴마크 핀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에 이어 스웨덴과 공동 5위를 기록했다. 그간 줄곧
12.29
2023
김원수 경희대 미래문명원장, 전 유엔 사무차장 2024년 새해가 성큼 다가왔다. 경외의 대상인 용(龍)의 해답게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국내외 정세는 팬데믹 여파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벌어진 동유럽과 중동의 연이은 전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격화하는 강대국간 경쟁 사이에 놓인 지정학 단층대가 갈수록 활성화되고 있다. 흔들리는 국제질서 속에서 유동성을 키울 불확실성 변수들도 도처에 꽈리를 틀고 있다. 새해는 세계
12.22
이선진 전 인도네시아 대사 지난달 태국인이 한국의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한 사례들이 태국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이 나라 언론에 '한국여행 금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100만건 이상 올라왔고 태국 총리가 사실 조사를 지시했다. 필자는 20년 전 유사한 피해당사자(여성)를 직접 만난 적이 있다. 그녀는 태국-캄보디아 국경 관문에서 일하는 태국 이민국 간부로 남편은 한국인이었다. 이 관문을 통해 매일 한국
12.15
최근 우리 기업들의 인도 투자가 활발해졌다. 삼성전자는 인도에서의 휴대폰 생산 규모를 늘리기 위해 2억달러 투자를 추진하고 있고 LG전자는 6000만달러를 투자해 세탁기 등 가전제품 생산능력을 대폭 늘렸
12.08
우크라이나는 올해 대공세에서 영토회복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실패 이유에 대해 "서방의 과도한 기대 속에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작전 기획에서 큰 이견과 오판으로 러시아군이 겹겹
12.01
세계적인 한류 열풍으로 한류팬은 지난 10년 동안 19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118개국 149개 재외공관과 공동으로 조사해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세계 한류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