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 성공사례 시사점은

테스트 과정, 중소기업에 막대한 부담

2019-09-18 11:47:05 게재

불량 발생 책임도 져

개발과정 문턱 낮춰야

소재부품장비의 기술독립을 위해서는 수요기업(대기업)과 공급기업(중소기업)간 긴밀한 산업생태계 구축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국제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나선 중소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에칭가스를 분사하는 샤워플레이트. 미세구멍으로 에칭가스가 나온다. 양극산화피막기술로 성능과 효율을 높였다. 사진 포인트엔지니어링 홈페이지

1998년 창업한 포인트엔지니어링(대표 안범모)은 세계무대 진출을 염두에 두고 일본제품과 차별화한 전략으로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부품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포인트엔지니어링은 창업 초기부터 반도체 제조공정과 같은 특수환경(고온, 부식성)에서 부품을 보호하는데 사용하는 양극산화피막 기술력을 확장하는데 주력했다.

초기에 삼성전자와 협력해 기술을 개발하려 했으나 예전방식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해 사실상 협력관계를 접어야 했다.

이후 포인트엔지니어링은 세계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글로벌 반도체장비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전략을 견지했다.

반도체 제조공정 가운데 금속산화물 증착에 사용하는 샤워 플레이트 제조기술은 그동안 일본이 선두였다. 샤워 플레이트는 샤워 헤드처럼 에칭가스를 미세구멍을 통해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이 부품은 전량 일본에서 수입했다. 일정 시간 사용 뒤 재표면처리해 사용하는데 신규 제작제품은 일본에서 수입하고 재처리 제품은 국내업체들이 맡는 식이었다.

포인트엔지니어링은 기존 제품 성능을 따라하지 않고 기존 제품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선한 표면처리 기술(양극산화피막 알루미늄)로 제작해 국산화하는 차별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부식성 유해가스 침투와 반응으로 피막이 파괴되고 부산물이 실리콘 웨이퍼에 떨어져 불량이 발생되는 것을 방지한 것이다.

박승호 포인트엔지니어링 연구소장은 "개발과정에서 어려움은 제품 현장테스트"라며 "수요기업에서 테스트가 중요한데 해당부품을 적용한 테스트를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포인트엔지니어링은 글로벌 장비회사와 접촉해 성능 프로모션을 진행해 우수한 결과를 얻었다.

포인트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수요기업은 부품이 국산화할 경우 원가절감을 목표로 한다"며 "소재부품 국산화를 추진하는 업체에서는 제한된 환경, 제한된 정보, 실제공정 테스트 진행에 대한 비용부담이 가중된다"고 호소했다.

특히 공정 테스트 진행 중 제품 불량이 발생하면 수요기업이 공정비용을 포함한 불량제품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같이 중소기업에 지우는 막대한 부담은 국산화 개발과 생태계 조성을 저하시킨다는 것이 중소기업의 우려다.

이덕근 한국기술거래사회 수석부회장은 "대기업이 개발동반자를 선택해 일정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동반자적 개발과정을 유지해야 한다"며 "양산단계에서도 웬만한 조건변경이 없으면 수급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요기업인 대기업이 이같은 개발협력체계를 유지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이 소재부품파워가 강한 배경에는 연구개발을 함께 하는 수급기업 간 협력체제를 들 수 있다. 도요타자동차 강판 대부분은 신닛테츠가 공급하지만 이는 두 기업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양사가 공동으로 개발하고 정보를 교류해 품질 높은 강판을 만든다. 생산현장과 연구개발이 일체가 된다.

미국의 대기업은 자체 연구보다 벤처기업들이 좋은 연구개발을 해내면 그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방법을 즐긴다.

중국은 정부가 발주하는 프로젝트에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 조달시 자국산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Buy China'지침을 실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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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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