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미선 희망의친구들 상임이사

"미등록 이주자 건강권이 사회적비용 줄여"

2019-11-18 14:55:25 게재
'외국인 이웃 200만명 시대'라는 구호 뒤에 감춰진 그림자가 있다. 미등록 이주자(불법체류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법부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현재 미등록 이주자는 역대 최다인 37만5000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체 외국인 체류자의 15%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이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가입도 불가능해 아파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의료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내일신문은 미등록 이주자들의 건강권 보장 운동을 벌이고 있는 '희망의친구들' 김미선 상임이사를 만나 그 대안에 대해 들어봤다.
김미선 상임이사는│서울시 복지거버넌스 외국인주민분과위원장(2018~현재)/국가인권위원회 자유권제2전문위원회 위원(현재)
■희망의친구들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80년대 후반부터 한국에 들어온 이주노동자들 대다수가 미등록 상태로 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비용문제나 추방이 두려워 아파도 참다 병을 키워 죽음에 이르는 사례도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소속 상담소들과 의료기관이 협력해 1999년 민간의료안전망으로서 외국인노동자의료공제회(현재는 WeFriends Aid)를 설립하게 됐다.

■20년간 이주민 의료지원 현황은.

지난 20년간 의료취약계층 이주민에게 총 5537건, 약 34억5060만원, 지원대상자 1인당 평균 62만원의 의료비를 지원했다. 이 금액은 협력의료기관 할인, 이주민 회비 그리고 외부기금을 합한 것이다.

■WeFriends Aid를 통해 이주민은 실제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나.

협력병원에서 평균 40% 정도 수가적용 감면을 받고 희망의친구들을 통해 약 30%의 의료비 직접지원을 받는다. 이주민 본인부담은 3분의 1까지 줄어든다.

■협력의료기관은 보험수가 적용 등의 할인으로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WeFriends Aid가 활동을 시작하자 이주민 환자를 많이 진료한 의료기관에서는 오히려 우리와 협력할 의사를 밝혀왔다. 미등록 이주민 환자가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경우 병원에서도 해결할 길이 막막하다. 이주민이 WeFriends Aid 회원일 경우는 일단 본인이 내야 할 비용 중 일부를 지원받게 되니 그만큼 병원의 손실이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협력을 꺼릴 이유가 없다.

■이주민들의 건강권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어떤가.

이주민들의 건강권 보호는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건강보험 개정으로 의료사각지대 확산, 비노동 이주민의 의료보장성 취약, 의료접근성 저하, 사회적 비용 증가, 체류 불안정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한국인이 기피하는 어렵고 힘든 작업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 또 최소한 안전장비도 지급받지 못해 사망사고 위험 속에서 일하고 있다.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신분 때문에 치료받을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이 더욱 안타깝다.

■현행 법령은 미등록 신분이라도 '피해구제가 우선적으로 필요'할 경우 출입국 당국 등에 신분 통보 의무를 면제하지 않나.

통보의무가 완전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서 언제든 통보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들도 이런 제도를 모르거나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현장에서는 피해를 입고도 사라지는 이주노동자들이 생겨난다. 교육 의료 인권 등 영역에서 체류자격보다 사람이 우선시되는 인식과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외국은 어떤가.

태국은 미등록 이주민에게도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정규 이주민은 국가사회보장제도(SSA)의 적용을 받는다. 비공식 부문에서 일하는 합법 또는 미등록 이주민과 그 부양가족에게는 이주민의무건강보험제도를 적용한다. 2014년에 160만개의 이주민건강보험카드가 발행됐고 미등록 이주민을 위한 의료서비스 관련 정책의 모범사례를 확립했다.

■이주민 건강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건강은 개인 뿐 아니라 한 사회의 지속가능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전 사회적인 건강형평성을 높이는 일은 사회발전의 근간이다. 이주민 건강은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이라는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슬로건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기준이다. 최근 연구를 통해 이주민 난민에 대한 적절한 건강보장은 오히려 건강위험을 줄이고 직간접 의료비용을 줄인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독일의 사례를 보면, 난민들이 독일 입국 직후 홍역 예방접종을 했더라면 이후 홍역 발병과 확산으로 인한 혈청검사 비용을 반으로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한국사회도 내국인과 이주민, 난민을 구분할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정책에 미등록 이주민 등을 포함하는 보건의료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전 사회적인 지속가능발전목표 아래 이주민 건강지표 개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려고 한다. 핵심내용은 세분화된 통계수립,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신체 및 정신적 건강을 향유할 권리 적극 옹호, 보편성과 비차별 원칙 강화, 사람 중심의 난민 및 이주민 및 성인지적 보건시스템 구축, 범정부적 전사회적 파트너쉽과 협력이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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