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교직원·행정공제회 '탈석탄 선언'

2019-12-03 11:53:53 게재

국내 탈석탄 금융기관 5곳

운용자산 규모 111.5조원

"탈석탄 금융은 금융자산을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지키고 증대시키는 방안입니다."

제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DB손해보험이 민간금융기관 최초로 '탈석탄 금융선언'을 했다. 한국교직원공제회, 대한지방행정공제회도 탈석탄 투자를 천명했다. 이번 선언으로 국내 탈석탄 금융기관은, 지난해 10월 최초로 선언했던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포함해 모두 5개(공적금융 4개, 민간금융 1개)로 늘어났다. 이들의 자산운용 규모를 합치면 국내 탈석탄 금융 금액은 111조4512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리스크는 기후변화에서 파생되는 위험이라며 국내 금융기관들의 탈석탄 금융 선언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민간 보험사의 탈석탄 선언은 의미있는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피터 보스하드 '석탄과 친구 끊기' 캠페인 코디네이터는 "DB 손해보험의 이번 결정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빠르게 커져가는 국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며 "다른 한국의 보험사들, 특히 삼성화재는 DB손해보험과 같은 결정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석탄 자산은 빠르게 좌초자산으로 변해가고 있는데 삼성화재가 여전히 석탄 프로젝트에 보험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며 "전 세계 주요 보험사들은 이미 석탄에 대한 보험 제공을 중단한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얀 에릭 사우게스타드 스토어브랜드 자산운용부문 대표는 "태양광 및 풍력을 비롯해 배터리 저장 공간을 늘릴 수 있는 현대 에너지 시스템에서 석탄은 결코 깨끗하거나 '효율적'이지 않다"며 "DB손해보험, 교직원공제회, 대한지방행정공제회 등의 대담한 결정으로 한국은 청정에너지 분야의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금융기관들은 당장의 이익에만 초점을 맞추어 국내는 물론 동남아 등의 석탄발전 건설에 자금을 공급해왔다"면서 "하지만 전 세계는 탄소 배출에 대한 거의 모든 산업에 대해 규제를 확대하고 있어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는 어느 나라이던지 수익자산에서 통제가 되지 않는 위험성 자산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아 석탄과 관련된 밸류체인 전반과 관련된 투자는 전면적으로, 빨리 포기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선언식에서 김정남 DB손해보험 사장은 "손해보험업은 기후위기에 가장 민감하고 타격이 큰 업종"이라며 "회사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정부 당국과 함께 환경·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이번 탈석탄 금융 선언을 계기로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DB손해보험은 유엔환경계획금융이니셔티브(UNEP FI) 회원사이자 지속가능보험원칙(PSI) 참여기관으로, 자산운용에 환경 및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고 동시에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를 하는 등 지속가능투자를 이행하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등에 대한 책임투자를 통해 친환경적 가치도 창출하고 있다.

차성수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은 "미래세대를 키우는 교직원들이 가입자인만큼 이번 탈석탄 금융 선언을 계기로 기후위기와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사회책임투자 확대를 위한 공감대 형성 및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2017년부터 투자대상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하는 사회책임투자 유형을 신설해 주식 위탁운용자산의 일부에 적용하고 있다. 또 같은 해 9월에는 기관투자자로서 수탁자 책임 강화를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위한 규정도 개정한 바 있다.

한경호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은 "공공성의 토대 위에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공적금융기관에게 탈석탄 금융은 당연한 방향"이라며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투자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탈석탄 금융선언을 계기로 기후변화를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지방행정공제회는 지난해 사회책임투자를 시작했고 기관투자자로서 의결권 행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향후 투자자산 포트폴리오를 고려해 사회책임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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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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