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아시아 국가 신용위험 확대 불가피"

2020-02-06 11:50:30 게재

한기평, 신종 코로나로 세계 경제 위축 우려 … 한국 수출 감소 및 성장률 하락, 증시 변동성 커질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지속되면서 세계 경제 위축을 우려하는 보고서가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초기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타격과 증시급락을 우려하다가 증시가 점차 공포심에서 벗어나 상승세를 보이자 경제영향 또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확진 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사회 곳곳에서 이로 인한 소비 및 생산 활동의 위축이 발생하면서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이번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중국 및 전 세계의 경제적 타격은 2003년 사스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해 신용위험이 확대될 것이며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받게 될 영향 또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용평가사들 또한 중국 및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국 경제적 의존도 높은 국가들 성장률 동반 하락 = 6일 한국기업평가는 신종 코로나의 확산이 세계 경기둔화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면서 신용도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문영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확산은 인구 이동 및 소비의 감소, 제조업, 부동산업 등 공업 생산활동의 저하, 수출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여행업, 교통운송업, 요식업,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실적 저하 폭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둔화되더라도 과거 실적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산업별로는 항공, 호텔 및 면세 업종을 비롯하여, 화장품, 소매유통 등의 소비재산업에 미칠 단기적 영향이 예상된다. 만일 이번 사태가 장기화 되는 경우엔 중국의 경기 부진으로 부정적인 영향은 소비재산업을 넘어 중간재산업(석유화학,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전반에 걸쳐 확산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특히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쳐 신용등급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중국 GDP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41%에서 현재 53%로 높아졌다. 이번 바이러스 확산으로 운송업, 관광업, 음식숙박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데, 해당 업종들이 전체 경제,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보다 높아졌다. 또 2003년의 경우 중국의 WTO 가입으로(2001년) 경제성장이 모멘텀을 얻는 시기였고 고정투자 확대를 통해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높은 부채수준과 미중 무역갈등, 고령화 등 다양한 리스크에 직면해 있어 회복의 속도가 과거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GDP 비중은 2003년 4%에서 현재 16%로 확대됨에 따라 중국의 경기둔화는 전 세계에 더 큰 파급력을 갖게 됐다. 중국의 경기둔화는 중국에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성장률을 동반 하락시키는 요인이다.

정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확산이 미중 무역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새로운 무역 분쟁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미중 무역협상이 장기화되는 경우 전세계 교역량 감소로 이어져 중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기평에 따르면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와 유효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GDP, 세계 수입, 세계 원유 소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9%, 14%, 14%에 달하며, 철광석, 구리, 알루미늄 등 세계 금속 수 요의 5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생산·소비 둔화는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1분기에는 중국이 정상적인 생산·소비를 재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 되면서 원유, 금속 등 주요 원자재가격도 급락했다.

◆확진 환자 급증으로 소비·생산 활동 위축 = 신종 코로나의 확산은 국내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코스피지수 또한 홍콩 항셍지수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송수범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입국객 감소, 공항 및 시내 면세점 방문 기피 등으로 면세업계는 상반기에 일정수준 실적 저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과거와 달라진 면세시장 고객 구성을 감안하면, 면세업계 실적 저하 폭은 메르스 사태보다는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메르스 또는 사스 이슈 발생시에는 국내 면세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이 급감하면서 업계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재는 중국인 대리구매상(따이공)이 국내 면세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중국인 입국객 감소에 따른 면세매출 감소 폭은 과거에 비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상황이 안정화되면 따이공 구매 수요는 재차 확대될 것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문제가 생긴다. 이때는 유통업체들의 영업수익성 저하 폭이 확대될 것으로 판단된다.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저조한 마진을 기록하고 있는 온라인 채널의 매출 비중이 상승하는 동시에 오프라인 고객 감소로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신평사들도 신용하락 '우려' =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5일(현지 시각) '코로나바이러스의 중국과 세계 경제 및 신용 영향'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아시아·태평양 신용등급 하락의 위험요소로 문제가 장기화되면 자동차업체와 은행 등의 신용등급에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이 문제를 즉각 억제하지 못할 경우, 아시아·태평양 다수 국가가 직면한 재정상태가 경기하강으로 한층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또 S&P는 "중국은 서비스 소비가 10% 줄어들며 올해 성장률이 1.2%p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했다.

S&P는 중국의 은행업의 경우 보건 문제가 지속되면 부실채권 비율이 6%를 웃도는 수준으로 상승하고 자동차 업체는 생산부진이 이어지며 신용등급 하방압력이 커진다고도 분석했다.

무디스 또한 중국 여행객의 미국 관광감소가 신종 코로나와 직접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신형 코로나 확산이 성장위협으로 작용하면서 중국의 그림자금융 규제 완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피치에 따르면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는 지난 3년간 1조7000억달러 정도로 축소됐지만 신종 코로나 감염 확산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리스크가 높은 그림자 금융의 규제를 풀고 긴급한 문제 대응에 주력할 방침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영국의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신종 코로나 확산은 중국 1분기 성장률을 크게 둔화시킬 것"이라며 "공장가동 중단이 연장될 경우 특히 신흥아시아 및 산유국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중국 여행객의 미국 내 지출감소가 올해 103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하면서, 미국경제에 타격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5일(현지시간) 라가르드 ECB(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미 널리 퍼져 있는 보호무역주의의 여파가 더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중국은 신종 코로나 여파를 반영한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대출 금리를 오는 20일에 인하할 가능성이 높고 예금준비율도 향후 수주 안에 내릴 확률도 크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중국 지도부는 고용 여파를 최소한 억제하기 위해 세 부담 경감, 재정지출 확대를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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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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