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

국내 확진자 4명 추가 … 중국인 관광객 포함 23명

2020-02-06 11:23:08 게재

접촉자·가족 '2∼3차 감염' 추정 … 서울 일부지역 휴교령 내리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4명 추가로 발생했다. 국내 확진환자는 완쾌돼 퇴원한 2번 환자를 포함해 총 23명이다. 또한 교육당국은 대학에 개강 연기 권고하고 서울의 일부지역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대해 휴업 명령을 내렸다.

6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새로운 확진자 4명 중 3명은 앞서 발생한 확진자의 접촉자와 가족으로 한국인이다. 나머지 1명은 관광 목적으로 입국한 중국 여성이다.

20번 환자는 15번 환자의 가족으로 국군수도병원에, 59세 여성인 21번 환자는 6번 접촉자로 서울대병원으로 격리 조치됐다. 22번 환자는 '슈퍼 전파자'로 의심받고 있는 광주 16번 환자 남편으로 양성 판정을 받고 조선대병원에 격리 조치됐다. 23번째 환자(58세 여성, 중국인)는 지난달 23일 관광 목적으로 입국했다가 보건소 조사에서 발열이 확인돼 검사를 시행했으며 이날 양성으로 확인돼 국가지정격리병상으로 입원할 예정이다.(6일 오전 8시 현재)

'힘든 하루' 그대들 있음에 |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의료진, 방역 봉사단원, 질병관리본부 관계자 등이 최일선에서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맨 윗줄 왼쪽부터) 서울 한 재래시장에서 방역봉사단원, 서울의료원에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 검사하는 의료진. (가운뎃줄 왼쪽부터)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한 의료진, 서울 한 재래시장에서 방역봉사단원. 아래는 광주 한 병원에서 환자 이송 업무를 맡은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이 방호복을 서로 점검해주는 모습. 연합뉴스 윤동진 임화영 류영석 조남수 기자


보건당국은 새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에 대한 역학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전날 환자가 3명 추가된 데 이어 이날 환자가 4명 추가되면서 국내 확진환자 발생 속도가 빨라지는 모양새다.

◆대학 4주 이내 개강연기 요청 =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 수가 늘어나면서 보건당국뿐 아니라 학교내 전파를 막기 위한 교육당국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중랑구와 성북구 관내 유치원과 초·중·고교 42개교에 대해 6일부터 13일까지 휴업 명령을 내렸다. 서울지역에서 교육당국이 직접 휴업을 명령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휴업 명령을 내린 지역은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거주하거나 이동·체류한 곳이다. 휴업 명령 대상학교 42곳 중 5곳은 5번 확진자 자택 인근에있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이며 37곳은 확진자가 장시간 체류한 장소 반경 1㎞ 이내 유초중고교다. 이중 4곳은 이미 자체적으로 휴업 중이다. 휴업 기간은 이 지역을 방문한 확진자의 확진 판정일(1월 30일) 이후 14일 잠복기를 고려해 이달 6일부터 13일까지로 결정했다.

33세 남성인 5번 확진자는 지난달 30일 신종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업무차 중국 우한시를 방문하고 지난달 24일 귀국한 뒤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일주일간 이 지역 영화관과 잡화점, 식당, 슈퍼마켓 등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교육청은 학교 휴업 기간에도 유치원과 초등학교 돌봄교실은 차질 없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확진자 발생 이후부터 서울 시내 유치원과 초·중·고 모든 학교에서 등교 시 발열 확인을 하고 마스크 착용, 손 소독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5일 현재 전국에서 휴업 중인 학교는 총 372개교로 전날과 같다. 경기지역이 203개교로 가장 많았다. 전북이 144곳, 강원이 10곳, 서울이 9곳, 충남이 4곳, 인천과 충북이 각 1곳이다. 중국 후베이성 방문 후 별도 의심 증상은 없으나 입국 후 14일이 지나지 않아 자택에 머무르는 학생과 교직원은 13명으로 집계됐다.

교육부는 또 5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요 대학 총장 20명이 참석하는 '범부처 유학생 지원단 확대 회의'를 열었다. 교육부는 이날 전국 대학에 4주 이내 개강 연기를 권고했다. 개학 연기로 인한 학사일정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격수업, 집중이수제를 적극 활용할 것도 요청했다. 교육부는 또 중국에서 입국한 모든 국적 유학생에 대해선 '자율격리'(등교 중지)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입국 후 14일간 대학에 오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을 방문한 한국 학생과 교직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특히 교육부는 현재 우한 거주 등 이유로 입국이 어려워진 중국인 유학생을 위해 대학이 유연하게 원격·온라인 수업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하기로 했다. 일부 대학이 자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신·편입생의 첫 학기 휴학도 허가할 예정이다. 개강 연기 때문에 유학생이 신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거나 체류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 대비해 법무부와 함께 관련 절차 간소화를 논의하기로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3일 현재 최근 2주간 중국에서 입국한 외국인 유학생은 9582명이다.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지 2주가 지나지 않아 자율격리 중인 학생·교직원은 117명이다. 이 중 유학생이 48명, 한국 학생이 56명, 교직원이 13명이다.

◆"신종 코로나 전파력, 메르스 수준" = 한편 국제 의료계에서는 신종 코로나의 전파력이 메르스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감염질환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 최신호(1월 30일자)에 따르면 홍콩대 연구팀은 지난달 10∼24일 중국 내 신종 코로나 환자 발생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재생산지수를 최소 2.24명에서 최대 3.58명으로 추산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24일 신종 코로나의 재생산지수를 1.4∼2.5명으로 추정한 것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앞서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팀과 중국 광저우질병예방통제센터는 신종코로나 환자의 재생산지수를 각각 2.6명, 2.9명으로 제시했다.

'재생산지수'(R)는 보통 감염병 환자 1명이 다른 사람한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감염력을 말한다. 이 수치가 1이면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만 바이러스를 감염시킨다는 의미다. 재생산지수가 높아질수록 감염력이 강하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재생산지수는 각각 0.4∼0.9명, 4명이었다. 메르스의 경우 2015년 한국에서 유행할 당시만 보면 재생산지수가 4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광범위한 검역과 이동제한, 감염예방활동(손씻기 마스크착용 장갑착용 등), 빠른 진단과 격리 치료 등이 유행 초기에 확실히 이뤄지지 못해 중국 내 신종코로나 재생산지수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제갈동욱 서울성모병원 교수(진단검사의학과)는 "감염병 발생에 늦게 개입하면 같은 조처를 해도 유행이 확산하고, 심지어는 막기 힘든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면서 "더욱이 보통의 재생산지수 계산에 빠진 슈퍼전파자까지 포함한다면 유행 기간이 길어질수록 재생산지수는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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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장세풍 기자 · 연합뉴스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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