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위기 촉발한 ‘대우·기아 사태’ 재발 막아야

2020-03-18 12:33:36 게재

미 연준 ‘현금비상’ 기업에 유동성 지원, CP 매입 나서

2008년 금융위기 때 파산한 GM도 직접 지원으로 회생

문대통령 “자금난 기업 유동성 공급 적기에 이뤄져야”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O금리’와 7000억달러 양적완화(QE)에 이어 기업어음(CP) 매입과 1조달러(원화 1240조원) 규모의 개인 현금지급, 소상공인 대출 지원 등의 재정지출 부양책을 긴급 시행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미국 월가 금융시스템 내부에서 발생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미국내서 220만명이 사망할 수 있고, 충격이 제2차 세계대전에 필적할 수 있는 위기일 가능성’(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보고서 등)을 인지하면서 대응 방향을 긴급 전환했다.

연준은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코로나 사태로 기업과 가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어음 시장이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CP매입기구(CPFF)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매입 대상은 3개월짜리 달러표시 CP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도 포함된다. CPFF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업체의 CP를 사들이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용된 장치다. 연준은 원칙상 민간기업에 직접 자금을 지원할 수 없지만 ‘예외적이고 긴급한 상황’에서 발동되는 특별권한을 근거로 재무부의 사전승인을 거쳐 CPFF를 설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 2월 미 의회를 통과한 금융권과 기업 지원을 위해 시행된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은 7000억달러 규모였다. 기업에 대한 직접지원 제도로 당시 파산으로 해체위기였던 제너널모터스(GM)는 기사회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한국도 코로나19의 팬데믹 공포로 생산 소비 투자가 패닉상태에 빠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자금 조달 경색이 심화하고 있다.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사채를 상환해야 하는 두산중공업 등 두산계열사를 비롯한 일부 대기업, 저가항공사(LCC)와 석유화학 관련 기업 등은 현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32개 주요 기업에 대해 신용등급 하락을 경고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경색국면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차입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들의 잇따른 디폴트 선언도 불가피할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대기업의 디폴트가 IMF 외환위기 당시 한보나 기아, 대우 부도 사태처럼 자금시장의 트리거(방아쇠)가 되어 시장 전체에 도미노처럼 번지는 사태를 우려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코로나19의 비상경제상황을 인식 17일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불안에 신속히 대응하면서 기업들이 자금난으로 문을 닫는 일이 없도록 필요한 유동성 공급이 적기에 이뤄져야 한다”며 “경제기반이 와해되거나 더 큰 사태로 악화되는 것을 막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비상국면을 타개하는 데 필요하다면 어떤 제약도 뛰어넘어야 한다. 이것저것 따질 계제가 아니다”라며 경제·금융을 망라한 전방위 대책을 총동원할 것을 지시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경제 부처는 이와 관련 기업부문 지원과 증권시장안정대책, 소상공인지원방안 등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 준비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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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수 이경기 김영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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