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끝없는 추락세

2020-03-19 13:09:26 게재

전 세계 부양책 쏟아내도 금융시장 '패닉'

유가 하락으로 에너지기업 부도가능성 증가

원달러환율 1260원 돌파 … 1300원까지 예상

미국 정부와 연준에 이어 전 세계 주요국이 잇따라 공격적인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글로벌 증시는 끝없는 추락세다. 증시 전문가들 조차 현재는 바닥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투자자들은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모두 팔아치우며 현금 확보에 나섰다. 오직 달러화만이 강한 랠리를 보여주며 신흥국의 외환위기 우려를 높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약 10년 만에 최고를 기록한 데 이어 또다시 급등하며 1260원을 돌파했다.

◆한국증시 4%대 급락 중 = 19일 오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장 초반 상승 출발했다 바로 하락세로 돌아서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전일보다 34.89p(2.19%) 오른 1626.09로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개인과 외국인의 매도에 밀려 하락세로 전환했다. 오전 9시 58분 현재 코스피는 1536.93으로 전일대비 54.27p(3.41%) 떨어졌다. 코스피 지수는 한때 1519선까지도 떨어졌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16.23p(3.34%) 떨어진 468.91에서 거래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775억원을 순매도, 개인도 161억원을 순매도했다. 코로나19 확산 공포로 글로벌 증시가 연일 폭락국면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 증시 역시 안정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간밤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1,338.46p(6.30%) 떨어진19,898.92에 마감하며 2017년 이후 3년 만에 20,000선이 무너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5.18%)와 나스닥지수(-4.70%)도 동반 급락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각국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해 경제 타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코로나19의 경제적 피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불확실한 가운데 문제의 원인인 코로나19의 확산도 몇 주 동안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패닉의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유가 급락 직격탄 = 여기에 국제유가 급락도 글로벌 증시에 큰 충격을 줬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선물옵션 만기일 (20일)을 앞두고 국제유가가 24%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된 점도 큰 영향을 줬다"며 "국제유가 급락이 신흥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자극하면서 한국 증시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또 최근 국제유가 급락으로 미국 내 에너지 기업의 자금 상황 악화 우려가 부각되고 있가도 경고했다. 김 연구원은 "코로나에 따른 수요 둔화와 함께 국제유가 급락으로 미 셰일 기업을 중심으로 신용 리스크 부각 가능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유가 급락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에너지관련 기업 스프레드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HY 스프레드가 확대. 등급하향, 부도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1267.5원, 연일 급등 = 이날 오전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한 원화값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으로 세계적으로 달러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시장 불안심리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1300원대에 근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245.7원)보다 11.3원 오른 1257.0원에 출발했다. 이후 상승폭을 넓혀 1260원대를 돌파했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미쳤던 2010년 5월25일(1277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이달 들어서만 원화값은 64원 급락(환율 상승)했다.

전날 정부가 외화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 선물환 포지션 한도 확대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의 불안심리를 막아내진 못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외국인의 매각자금 환전 등을 위한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서 단기 유동성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또 글로벌 주가 폭락에 따른 국내 금융기관의 헤지 수요 등이 늘어난 점도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달러 초강세 흐름 속 환율 급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심리적 저항선인 1250원을 상회한 다음 저항선이 2010년 5월 고점인 1277원, 그 다음이 1300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재정 부양과 유동성 공급을 천명했는데도 코로나19 사태와 그 부작용에 대한 공포에 밀려 금융 불안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달러에 대한 맹목적인 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경기침체 우려" =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연구원은 "미국에서 금융위기 당시와 버금가는 각종 정책이 쏟아지는데도 현금화 수요만 강해지는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촉발될 경기 침체의 폭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선진국의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진정되지 못하면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경기 침체, 심각한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2월 중국 경제 지표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박 연구원은 "중국의 경우 올해 1∼2월 산업생산과 투자, 소비 지표가 과거 경험하지못한 두 자릿수의 감소율을 기록했다"며 "경험하지 못한 지표의 충격은 미국이나 유로존 지표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미국과 유럽이 사실상의 봉쇄 정책을 추진하면서 제조업 가동이나 소비가 2월 중국처럼 마비될 수 있음을 고려하면 3∼4월 경제지표 추락 폭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낼 수 있는 금융시장 안정책과 경기 부양책이 실시되고 있고 추가로 더욱 강력한 정책이 나올 수 있다"며 "다만 이런 정책의 약효가 나타나려면 코로나19가 진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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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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