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국민에 "해외여행 하지 말라"

2020-03-20 12:15:59 게재

국무부, 4단계 '전세계 여행금지령' … 한국도 3단계 여행재고에서 격상

코로나19에 미국정부가 자국민들에게 전 세계 어느 곳에도 가지 말라는 여행금지령을 발동했다. 지난주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여행경보를 3단계 '여행 재고'로 상향한 데 이어 이번에는 아예 해외여행을 하지 말라며 최고 등급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미 국무부는 19일(현지시간) 권고문에서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미국인에게 모든 해외 여행을 피하라고 권고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또 현재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인들은 상업용 항공기 출국이 가능하다면 하루속히 귀국 일정을 잡아 본국으로 귀환하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기자회견서 질문자 지정하는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중 질문자를 지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전시 대통령'이라 지칭하며 코로나19 물자 공급을 늘리는 데 필요한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을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 AP=연합뉴스


해외 미국인을 향해서는 "미국에 거주하는 미국인은 무기한 해외에 머물 준비가돼 있지 않은 한 즉시 미국으로 돌아올 준비를 해야 한다"며 "해외에 거주하는 미국인도 모든 국제 여행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부는 다른 국가들의 여행 제한, 강제격리, 국경폐쇄 조치와 항공사의 비행 취소 등을 언급한 뒤 "해외 여행을 선택한다면 여행 계획은 심각한 지장을 받을 수 있다"며 "무기한으로 미국 밖에 머물러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가 여행경보를 최고 등급인 4단계 '여행 금지'로 격상하면서 그 대상을 특정국가가 아니라 글로벌 전체에 발동한 것이다. 4단계 경보는 분쟁, 자연재해에 휘말리거나 미국인이 위험에 직면한 특정 국가들을 대상으로 취해진 조치인데,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이런 조처를 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무부 여행 경보는 4단계로 이뤄져 있으며 △1단계 '일반적 사전주의' △2단계 '강화된 사전주의' △3단계 '여행 재고' △4단계 '여행금지'로 나뉜다.

미 국무부는 코로나19가 창궐한 국가들이 많고 외국인들에 대한 입국을 금지하거나 국경을 폐쇄하는 국가들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지구촌 전체에 가지 말라는 여행금지령을 발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또 항공기 운항이 대거 취소되고 있고 각국의 제한조치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해외여행은 아예 가지 말고 해외거주 미국인들은 본국 귀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의 여행 경보는 자국민들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출국자체를 막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차원에서 여행금지, 즉 DO NOT TRAVEL을 공표한 것이어서 상당한 여파를 미치게 된다.

더욱이 미 국무부는 중국과 이란에 4단계 여행금지령을 발동하고 한국에는 한 단계 낮은 3단계 여행 재고령을 적용해왔는데 이번에 한국을 포함한 지구촌 모든 국가들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 등급으로 일괄 격상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서 한국을 방문하는 미국인들과 재미동포들의 발걸음이 거의 끊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오려는 미국시민권자와 영주권자, 그 직계가족들은 한꺼번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 국무부는 미국 방문과 체류에 필요한 비자발급 업무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00여개국에서 전격 중단했으며 무비자 방문만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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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