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광풍으로 한국 증시·환율변동성 큰 폭으로 확대

2020-03-24 11:25:20 게재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경기침체

글로벌 환율 유가 변동성 '전시상황' 수준

달러 광풍이 지속되면서 한국 금융시장은 주식, 채권, 원화 등 가격이 모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를 보였다. 최근 달러강세는 강(强)달러 넘어 킹(King)달러 현상이라는 진단이다. 코로나19와 유가 급락 등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달러 수요 급증으로 글로벌 외환시장 변동성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외국인, 14조4200억원 순매도 =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월 24일부터 이달 23일까지 21거래일 동안 외국인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서 14조2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 시장에서만 14조1992억원을 팔아치웠다. 달러가 필요한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현금인출기(ATM)로 적극 활용한 모습이다.


미국 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 소식에 코스피가 반등 출발한 24일에도 외국인 순매도행진은 14일째 계속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27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3.39p(3.61%) 오른 1536.05를 가리켰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24p(4.11%) 오른 462.00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은 여전히 순매도 행진을 벌이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 이시각 현재 100억원어치를 순매도 중이다. 전일에는 6422억원을 팔아치웠다. 이에 전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3.69p(5.34%)나 급락한 1482.46에 마감했다. 지난 20일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약발로 가까스로 반등했던 주가지수가 1거래일 만에 급락세로 돌아서며 상승폭을 반납한 것이다. 코스닥지수는 23.99p(5.13%) 내린 443.76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장 직후부터 선물가격이 급락하면서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날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 행진은 이어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422억원, 361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효과로 지난 20일 급락했던 원달러 환율도 다시 급등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20.0원 오른 달러당 1266.5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36원 급등한 1282.5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국채값은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금리 상승)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로나 19 공포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유동성 선호 심리가 여전히 높다"며 "달러화 유동성 우려가 해소되기까지 유동성 확보를 위한 채권 매도 등 채권시장의 변동성 리스크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반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환율 안정이 필요하다"며 "환율이 주가 급락세 진정의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외환시장 '살얼음판'= 현재 달러 가치는 코로나19 공포로 계속 급등하는 추세다. 달러를 차입한 정부나 기업들의 상환 부담이 가중됐다. 특히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의 디폴트 확산 우려에 따른 신용경색은 미 달러 유동성 확보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든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경기침체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점은 달러화 보유 수요를 당분간 자극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확대 정책과 일부 국가 간 통화스와프가 그나마 유동성 경색 현상을 일시적으로 완화시켜줄 수 있지만, 달러 경색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소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성 장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박 연구원은 "글로벌 외환시장은 살얼음을 걷는 불안한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한국 시장 역시 유동성 경색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트리플 약세(주가, 채권가격, 원화가치 동반 하락) 현상이 빈발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달러 강세 여파로 지난달 20일 이후 신흥국 통화가치는 4.8% 하락했다. 신흥국 자금흐름지수는 29.1%나 급락했다.

◆신흥국 통화가치 4.8% 하락 = 달러인덱스는 103pt를 돌파, 3월 이후 약 +3% 가량 상승했다. 지난주에는 전세계 무역량을 고려해 발표하는 명목 실효환율 기준 달러화 가치가 플라자합의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MSCI 신흥국 통화는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 루블과 멕시코 페소의 경우 연초 이후 -20% 절하됐으며, 호주달러 또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연초만 해도 5년래 최저점 수준을 보였던 주요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또한 변동성이 높아진 상태다. 특히 브라질(+213bp), 인니(+186bp), 러시아(+138bp) 등 원자재 국가 및 터키(+169bp) 등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국가들의 CDS 프리미엄이 급등하고 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동안 위기 때 마다 통화절하폭이 컸던 이머징국가는 경상수지 적자국과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채무 비중이 큰 나라들"이라며 "최근에는 유가 하락이라는 변수가 새롭게 등장해 원자재 수출국 통화 또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는 대외여건에 취약한 국가들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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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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