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돌려도 물건 살 사람이 없다

2020-03-24 11:25:20 게재

중국 '공급 충격'에서 '수요 충격'으로 번져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여 공장 재개에 집중하고 있는 중국에서 코로나 여파로 인한 '2차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 이동 제한으로 중국 공장들이 가동을 멈춘 게 1차 충격이었다면 공장을 돌려 물건을 만들어도 이를 살 수요자가 사라진 게 2차 충격이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해외시장 폐쇄로 수출에 타격을 받고 일자리 감소로 내수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중국이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라는 두번째 파도를 맞닥뜨렸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초기에는 공급 충격으로 인해 중국의 제조 엔진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앞으로 몇 달 동안 공급 충격보다 더 큰 수요 충격이 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통제 정책을 취하면서 중국 경제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수출이 받는 타격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중국 수출은 1~2월에 이미 전년 동기 대비 17.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전문가들은 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더 많은 국가에서 코로나가 발병하고 있고 국제 금융시장이 혼란스럽기 때문에 소비자와 기업들의 소비심리는 위축되고 중국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를 억제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읽힌다. 리펑의 해외사업부 부문장인 제이슨 청은 "우리는 해외 수요의 100%를 공급할 수 있는 상태가 됐지만 안타깝게도 시장은 문을 닫거나 문을 닫으려 하고 있다"면서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고객들은 지불 연기 또는 주문 취소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8년과 2009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는데, 그때 해외사업 매출은 전년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 베트남 등지 공장에서 휴고 보스, 필라 등의 의류를 생산하는 레버스타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홍콩에 본사가 있는 이 회사의 CEO 스탠리 스제토는 평소 항상 출장을 다니지만 최근 몇 달 동안 코로나19로 인한 통제 때문에 사무실에만 있어야 했다.

스탠리 스제토는 "각 공장 상황에 따라 70~90%까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지만 지금은 수요가 사라졌기 때문에 너무 많이 생산하는 게 돼버렸다"면서 "해외에 있는 많은 고객들의 매장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고객들은 그동안 제품 생산이 지연되는 걸 걱정했는데 지난주부터는 제품들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주문을 취소할 수도 있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사실 지금은 공급량은 너무 많고 수요는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해외 수출 문이 좁아진데다 내수 시장도 얼어붙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1~2월 중국의 소매 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0.5% 감소한 상황이다.

경기 침체로 실직자가 늘어나면 이 감소율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1~2월 실업률은 6.2%로, 지난해 12월 5.2%보다 1%p 증가했다. 이는 실직자가 500만명 더 늘어났다는 얘기다. 정식 계약을 하지 않은 농민공들의 숫자를 더하면 충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교수는 "공급 측면 제약은 상당히 빨리 없어지겠지만 수요 회복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면서 "소득이 줄지 않은 사람도 더 많이 저축하고 덜 쓰는 방식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문화대혁명 말기인 1976년 이후 처음으로 이번 분기에 중국 경제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불황은 단지 중국에만 그치지 않고 전세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나틱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아태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엄청난 수준의 충격이며 대공황"이라면서 "이것은 이제 다른 중국이며 다른 세계"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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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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