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제조도시 둥관, 해외 주문량 '뚝'

2020-04-03 11:31:13 게재

코로나19 여파로 수출 주문 줄줄이 취소 … 고용시장도 함께 냉각

중국의 주요 제조업 중심지인 광둥성 둥관이 전 세계로 퍼진 코로나19로 인해 수출 주문이 사라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노동집약적 제조기업들이 모여 있는 둥관이 수출길이 막히면서 타격을 입고 있다고 전했다. 수요 부족으로 공장 운영이 힘들어지면서 이 지역의 고용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둥관에서 1990년대부터 사업을 시작한 시계 제조업체인 '굿 윌 워치'는 최근 직원들에게 자발적인 퇴사를 권했다. 이 회사의 최대 고객인 미국의 시계판매회사 '파슬'이 코로나19로 인해 북미와 유럽 내 모든 매장을 폐쇄한 이후 벌어진 일이다.

노동집약적 제조기업들이 모여있는 중국 광둥성 둥관 지역이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수출 수요 부족을 겪고 있다. 사진은 둥관의 한 공장 모습. REUTERS=연합뉴스


이곳에서 18년간 장난감 제조를 해오고 있는 '판타스틱 토이즈'도 주문이 없어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 한때 직원이 1200여명까지 근무했던 이 회사도 코로나19가 가져온 2차 충격은 피하지 못했다.

이 지역에서 10년 동안 신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재이 왕 사장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재이 왕 사장은 "2월 말에 신발 주문이 9만 켤레가 들어왔었는데 지난주에 8만 켤레가 취소됐다"고 말했다. 생산 재개를 위해 공장 소독을 마치고 공장을 가동하려고 했지만 그 사이 주문이 대부분 취소되는 상황을 맞닥뜨린 것이다.

둥관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저우핑 사장 역시 "현재 상황은 매우 비관적"이라면서 "많은 외국 바이어들이 지난 2주 동안 주문 취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4월 3일날 이탈리아에 있는 주요 고객에게로 발송해야 할 업무를 준비중이었는데 1일날 그 거래처에서 발송을 보류해달라고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바이어가 주문한 물량은 아직 생산중이지만, 주문을 취소할까봐 전화를 걸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두 회사 모두 해외시장 상황이 악화돼 4월 중순이나 5월 중에 직원을 최저임금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저우 사장은 "우리 같은 많은 공장들이 원자재 구입을 위해 이미 선불을 한 상태인데 수주 취소가 계속되면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노동집약적 제조기업들이 모여있는 둥관의 해외 수요 감소는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 후난성 출신인 리디안씨의 경우 8시간을 운전해 둥관으로 일자리를 구하러 왔지만 채용 시장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리디안씨는 "좋은 공장을 찾고 있는데 많은 공장들이 채용을 중단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안정적인 공장을 찾고 싶지만 많은 회사들이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둥관의 구직자 수는 평소보다 훨씬 적지만 채용 수가 더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임금 수준도 낮아지고 있다. 둥관 지역의 임금 감소는 최근 10년 동안 이곳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둥관의 고용중개업체에서 근무하는 장시씨는 "2분기는 납품 준비를 위해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통 채용 성수기"라고 말했다. 그는 "통상 임시직으로 많은 인력을 고용하지만 올해는 고용을 동결하거나 아예 감원을 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임시직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이 16위안(약 2700원)에서 최근 1주일 사이 13위안(약 2200원)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중국의 공식 실업률은 2월말 현재 6.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게다가 이 실업률 통계에는 고향에서 타지로 떠나온 농민공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코로나로 인해 수출 주문이 계속 감소할 경우 50만개의 중소기업과 공장이 등록돼 있는 둥관은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다.

쉬샤오니안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중국이 해외시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경기 침체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은 식량이나 석유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주문도 부족하다"면서 "중국의 1인당 국민총생산(GDP)은 미국의 5분의 1, 유럽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중국의 국내 구매력으로는 거대한 제조 규모를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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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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