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주, K진단키트 50만회분 샀다

2020-04-21 11:18:13 게재

'한국 사위' 호건 주지사 "한국에 큰 빚 졌다" … 한국계 아내 적극 역할

'한국 사위'란 별칭이 붙은 미국 메릴랜드주의 래리 호건 주지사가 부인인 유미 호건 여사의 모국 한국으로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 50만회분을 사들였다.

트럼프 백악관과 보수단체들의 조기 개방 압력에 대다수 주지사들이 검사능력 확충을 선결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메릴랜드주처럼 한국산 검사키트를 구입하려는 요청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호건 주지사는 2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한국 회사로부터 코로나 감염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테스트기기 50만회분을 900만달러에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가 20일(현지시간) 한국계 부인 유미 호건 여사와 함께 애나폴리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호건 주지사는 부인이 한국 기업과의 협상을 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를 대량 확보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애나폴리스 AP=연합뉴스


호건 주지사는 그러면서 "메릴랜드주는 한국인에 감사의 큰 빚을 졌다"고 했다. 그는 한국 정부 대표로 브리핑에 참석한 주미 한국대사관 홍석인 공공외교공사 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검사 50만회가 가능한 진단키트는 지금까지 검사 건수가 7만건 정도인 메릴랜드주로서는 상당한 분량이다.

한국산 진단키트는 토요일인 지난 18일 대한항공 여객기에 실려 볼티모어-워싱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호건 주지사와 한국계인 아내 유미 호건 여사가 직접 공항에 나가 맞았다.

호건 주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50만회 검사가 가능한 진단키트를 한국에서 살 수 있었던 과정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한국 진단키트 확보를 위한 노력은 지난 3월 28일 시작됐다. '오래가는 우정'이라는 작전명까지 붙일 정도로 절실한 상황이었다.

호건 주지사는 이수혁 주미대사와의 통화에 유미 호건 여사를 동참시켜 한국 진단키트를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진단키트 물량 확보가 쉽지 않고 연방정부와의 조율도 녹록지 않아 주마다 아우성을 지를 때였다.

한국쪽 파트너와 메릴랜드 당국 간 논의가 시작되면서 거의 매일 밤 통화가 이뤄졌다. 13시간의 시차와 언어 장벽 때문에 종종 밤을 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진단키트를 실은 대한항공기가 메릴랜드에 착륙할 때까지 꼬박 22일이 걸렸다. 호건 주지사는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에서 우리를 지원해준 한국 파트너들에게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호건 주지사는 "개인적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 이수혁 대사, 홍 공사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지난 2월 전미주지사협회 리셉션이 주미 한국대사관저에서 열렸을 때 문 대통령이 영상 메시지를 보내 자신을 한국 사위라고 칭할 때 영광이라고 생각했지만 두달이 지나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진단키트를 내준 랩지노믹스사를 비롯해 이번 '작전'에 기여한 이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사의를 표했다. 특히 아내를 "이번 작전의 챔피언"이라고 치켜세우며 고마움을 보였다.

미국에서는 각 주지사가 경제정상화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충분한 검사가 이뤄지느냐가 관건인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단키트가 충분하다고 주장하면서 주지사들에 경제정상화 결단을 압박하는 한편 주별로 알아서 진단키트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라고 재촉해왔으며 호건 주지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히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있다고 각을 세워왔다.

메릴랜드주가 공수한 진단키트에 대해서는 미 식품의약국(FDA) 등 당국의 승인이 이뤄졌으며 메릴랜드주 각지에 설치된 진단센터에 배포될 예정이다.

메릴랜드주는 지금까지 7만1500여건의 검사를 실시했으며 500여명의 사망자와 약 1만4000건의 감염사례가 나온 상태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50만회의 테스트가 신속히 환자를 가려내는 메릴랜드주의 능력을 극적으로 늘리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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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