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일자리 지키기' … 각국 정부 고용유지에 '총력'

2020-04-21 11:34:59 게재

국제노동기구 "2분기 정규직 1억9500만명 해고 수준 충격"

미 3500억달러 등 주요국 재정에서 막대한 고용지원금 투입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소비와 공급의 급격한 추락에 이어 기업의 실적 악화와 고용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수 천만명이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줄을 서있고, 해고가 비교적 어려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에서도 실업의 공포가 몰려오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수습대책의 일환으로 막대한 재정을 고용유지 지원금으로 쏟아붓고 있다.

◆미국에서 불어닥친 해고 바람 = 미국은 전세계에서 해고가 가장 자유로운 국가의 하나이다.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는 기업이 근로자를 해고할 때는 경영상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고,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한 이후에나 정리해고가 가능하다. 미국은 다르다. 기업실적이 악화하면 바로 사람부터 자르고 시작한다. 그런 미국에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실적이 악화하자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해고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주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주의 체류연장 명령에 항의하기 위해 수백명이 모여든 가운데 한 시민이 높은 실업률을 가리키는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지난 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524만5000건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중순까지 4주동안 미국 전역에서 일자리를 잃고 실업수당을 신청한 노동자는 2200만명을 넘어섰고,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수준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소프트웨어업체인 토스트는 지난주 1300명을 해고했다. 식당 등의 후기를 공유하는 리뷰 전문 사이트인 옐프도 1000명을 해고했다. 미국의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달 내로 실업률이 20%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1930년 대공황 이래 최고치이며 2009년 금융위기 때도 실업률은 10%를 넘지 않았다.

유럽도 실업의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달 중순까지 실업수당 신청자가 900만명에 달했다. 단축근무를 하거나 휴직상태인 근로자도 이달 15일까지 140만명을 웃돌고 있다. 프랑스 언론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현재 900만명이 실업 또는 부분 실업 상태로 실업급여 지출은 240억 유로(약 31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필리프 총리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프랑스의 가장 강력한 경기 침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앤드컴퍼니가 발간한 보고서를 근거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과 영국에서 전체 근로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5900만명이 해고와 무급휴직, 임금삭감 등의 위험에 처했다고 했다. 특히 외식과 숙박업 종사자 840만명과 도소매업 1460만명, 예술분야 170만명 등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실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는 아직 미국과 유럽에 비해서 실업난이 전면화하고 있지는 않다. 중국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6.8%를 기록해 심각한 경제적 충격이 가시화하고 있지만 정확한 실업통계는 공개가 안되고 있다. 다만 중국 내에서 지난 1~3월 기간 코로나19가 창궐해 자동차와 전자 등 주요 제조업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는 등 일시적인 반실업 상태의 근로자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도 정확한 통계로 실업이 확산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숙박업과 외식업, 백화점 등 서비스업종의 판매 부진이 심각해지면서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고용불안이 가시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일 파견직 노동자들부터 해고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5월 위기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경우 파견직은 계약을 해지하기 1개월 전에 통지해야 하는 데 현재 일하고 있는 파견사원들이 대체로 지난 2월 말에 계약이 경신된 경우가 많아 3개월이 돌아오는 다음달이 위기라는 분석이다.

더구나 이번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상태가 더 심각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에는 제조업 위기에서 반년 후에 유통업 등 내수형 산업에도 영향을 줬지만, 이번에는 해외 관광객의 급감으로 호텔과 백화점이 타격을 입고, 곧바로 제조업에 영향이 미치는 상황이다.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의 아마세 코오지 부소장은 "리먼 위기 때에는 비제조업이 제조업에서 해고된 사람을 받아 안는 측면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한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리먼 쇼크 이상으로 해고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본, 고용지원금 받으려 12만건 상담 대기중 = 실업의 공포가 확산되면서 각국 정부는 고용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재정을 적극 투입하고 나섰다. 미국은 3500억달러(429조원) 규모의 고용지원금을 쏟아 붓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중소기업 근로자 인건비의 2.5개월치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급여보장프로그램(PPP)'제도를 도입했다.

미국의 PPP는 중소기업의 고용유지를 위한 대출자금의 성격이지만 실제로 일정한 요건을 구비하면 상환의 의무가 없어져 지원금의 성격을 갖는다. 대출액의 75%이상은 인건비에 쓰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고, 대출받은 금액을 급여나 보험료, 집세 등으로 사용하면 상환을 면제해준다. 다만 대출을 받고도 종업원을 해고하거나 급여를 일정액 이하로 삭감하면 감면액이 축소된다. 지난달 조성한 PPP는 이미 예산을 소진한 상황인 데다 대출을 받으려는 기업이 수십만개 이상 대기중이어서 미국 정부는 추가적인 자금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독입이 조업시간 단축을 한 기업에 정부가 종업원의 임금 감소분을 보전해주는 '시간단축수당'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미 신청 건수는 4월 중순까지 72만5000개 기업으로 늘어난 데다 보조금 대상자 수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40만명)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독일은 기업의 실적악화로 10% 이상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으면 12개월까지 단축조업의 실시가 가능하고, 이에 대해서는 근로자 임금의 60%를 지원해 준다. 임시직과 파견직 근로자에 대해서도 혜택을 주기로 했다.

프랑스는 도산 위험에 처한 기업에 대해 추가적으로 1인당 2000유로(266만원)을 지원한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세금과 공과금 등의 납부를 유예하거나 감면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에 대해서는 사회보험료의 납부를 최대 3개월 유예하는 조치를 내렸다.

일본도 고유유지지원금의 대상과 액수를 크게 늘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존에 고용보험을 6개월 이상 납부한 근로자만 대상으로 했던 것에서 보험료 납부와 무관하게 비정규직과 신입사원에 대해서도 적용한다고 보도했다. 보조금 규모도 중소기업은 급여의 2/3, 대기업은 1/2을 지원했던 것에서 중소기업은 9/10, 대기업은 3/4까지 늘려서 지원한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는 고용지원금을 받으려는 기업이 줄을 서 대기하고 있는 데 이를 처리하는 속도가 너무 느려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부터 확대된 기준에 따라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받고 있는데, 지난 13일까지 약 11만8000건의 상담이 쇄도했다. 기업이 이를 신청할 때는 노사간 합의와 함께 휴업한 종업원의 수와 일자 등 구체적인 휴업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이처럼 수속절차가 까다로워 어려움이 따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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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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