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코로나 최악의 정점 맞은 미국 '재개방 놓고 반쪽 분열'

2020-04-27 11:39:46 게재

미국의 코로나19 사태는 최악의 정점에 도달한 후에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미국 내 사망자는 4월 26일(현지시간) 현재 5만 5000명을, 확진자는 95만명에 근접하고 있다. 여전히 사망자와 확진자는 매일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하루 사망자가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200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어 적어도 최악의 정점은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하루 사망자가 최고치를 기록했던 날은 지난 4월 14일로 무려 6147명이었다. 하지만 20일에는 1859명으로 급감했고 21일에 2874명으로 다시 크게 늘더니 22일 2271명, 23일에는 1857명, 24일 1989명으로 이틀 연속 2000명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다가 25일에는 다시 2120명으로 소폭 올랐다. 이에 비해 확진자들은 하루 2만5000명씩 늘어나다가 23일과 24일, 25일에는 하루 3만명 내지 3만5000명 이상 증가했다.

미국 오하이오의 '코로나19 봉쇄 반대' 시위대 | 미국 오하이오주 주도 콜럼버스의 주의회 의사당 앞에서 20일(현지시간) 한 시위 참가자가 5월 1일까지 연장된 코로나19 자택 대피령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며 경제활동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콜럼버스 AP=연합뉴스


◆조기개방 vs 점진재개 논란 = 미국의 코로나19 사태는 이제 각 주별로 제한조치를 완화하고 재개방하는 시기를 놓고 거센 논란을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보수적인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은 서둘러 재개방에 나서고 있다. 반면 공화당 중도파와 민주당 주지사들은 주민건강 우선을 내세우며 점진적, 단계적 재개방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유행 전염병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당파적 분열로 미국이 다시 반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동남부 애틀랜타가 있는 조지아주의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3단계 연방가이드 라인에 의한 평가나 보건전문가팀과의 논의도 거치지 않고 가장 빠르게 주내 비즈니스 영업을 재개시킨 기록을 세웠다. 조지아주에서는 지난 4월 24일부터 주내 실내 운동 시설, 미장원 등 영업을 재개시켰다. 조지아주는 현재 사망자가 900명에 확진자는 2만2000여명이나 되고 감소세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연방지침이나 전문가들 의견도 무시한채 조기개방을 결정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까지 이례적으로 나서 14일간 감소세가 뚜렷해야 1단계 재개가 가능토록 한 연방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성급하게 개방한 것이라고 켐프 조지아 주지사를 강하게 성토했다.

코로나19에도 미국 서부 해변에 몰린 인파 |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헌팅턴 비치가 코로나19 우려에도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미국 서부 일대에 때 이른 열파(Heat wave·더운 기단이 밀려 들어와 고온이 되는 현상)가 찾아오면서 이날 일부 해변에 수만명이 몰렸다. 로스앤젤레스 AFP=연합뉴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공화당 소속 헨리 맥매스터 주지사는 가장 늦게 자택대피령을 내리고선 가장 먼저 재개방에 나서 주내 백화점, 꽃집, 뮤직숍 등의 영업을 허용했다. 오클라호마의 공화당 소속 케빈 스티트 주지사는 미장원과 이발소, 스파, 애완동물 그루밍 등의 영업을 재개시켰다.

반면 민주당 소속인 캘리포니아의 개빈 뉴섬 주지사는 '주민건강 우선'을 내걸고 재개방 시기는 정치가 아닌 과학과 헬스 데이터에 근거해 결정될 것이며 6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제한조치를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인 미시건의 그레첸 휘트머 주지사는 스테이 홈 자택대피령을 5월 15일까지 연장했다.

◆15개주 자택대피령 4월 말 끝나 = 코로나19 사태의 위험이 아직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나 각 주별로 재개방을 시작한 미국에서는 15개주가 자택대피령을 4월 말 끝내고 5월 초에는 문을 다시 열 채비를 하고 있어 재개방이 봇물 터지듯 할 것으로 보인다.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오클라호마 등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이 재개방 선두에 나선데 이어 텍사스, 플로리다, 미주리, 테네시 등 다수의 공화당 주지사들이 5월 1일부터 일부 비즈니스 영업을 허용하는 등 재개방에 돌입할 채비를 하고 있다.

특히 사업장 폐쇄,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병행 시행해온 자택대피령, 외출자제령이 15개주에서 4월 30일 만료된다. 이에 맞춰 5월 1일부터는 재개방시키려는 주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자택대피령에 대해서도 공화당 보수파 주지사들은 4월 30일 그대로 만료시키고 5월 1일부터 대부분 사업장 영업을 재개시킬 채비를 하고 있는 반면 공화당 중도파들과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은 보름간의 추이를 보고 점진적으로 재개시키겠다며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텍사스주는 27일 공화당 소속 그렉 애벗 주지사가 행정명령을 발동하는데 5월 1일부터는 주내 비즈니스의 부분 재개를 시작하게 될 것으로 예고했다. 텍사스주관계자는 "세계에서 10번째 큰 텍사스 경제를 너무 늦게 재개하면 정유업계 등 경제와 일자리를 파괴시킬 것이므로 부분 재개에 나설 수 밖에 없다"면서 "다만 재개돼도 예전의 방식은 더 이상 없고 사업장에서 접촉을 최소화하며 발열검사를 실시하는 등 뉴노멀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테네시주의 공화당 빌 리 주지사는 27일부터 전국 대부분 주에서 금지돼온 식당 홀 식사를 다시 허용 하는 등 재개방 대열의 선두에 서려하고 있다. 공화당의 마이크 파슨 주지사가 이끄는 미주리주는 5월 4일부터 거의 대부분 사업장의 영업을 허용할 채비를 하고 있다.

공화당 중도파와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은 신중한 접근으로 점진적, 단계별 개방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 단체들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업계의 압력이 거세져 재개방에 착수하는 시기를 5월 초로 앞당기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공화당 중도파와 민주당 주지사 신중 = 공화당 중도파로 트럼프 대통령과는 대립각을 세워온 한국사위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앞으로 보름 후부터 3단계로 재개방시키겠다는 '메릴랜드 회복 로드맵'을 지난 24일 발표했다.

호건 주지사는 50만번이나 검사할 분량의 한국산 검사키트를 사들여 하루 1만명씩 검사할 능력을 갖춤에 따라 연방 가이드라인에 따라 14일간 환자감소세가 지속되면 1단계로 자택대피령부터 해제하고 골프나 낚시, 등산 등 야외활동부터 허용하며 2단계와 3단계로 나누어 재개시키겠다고 밝혔다.

남부 보수정서가 남아 있는 버지니아의 민주당 소속 랠프 놀댐 주지사는 앞으로 14일 후인 5월 8일부터 단계별 재개방에 착수할 것으로 시사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태스크포스에서 마련해 권고하면 최종 결정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인 콜로라도의 재러드 폴리스 주지사는 자택대피령을 만료시킨 후에 소매상들과 미장원 등부터 영업을 다시 허용하는 재개방 조치에 나섰다.

◆트럼프, 황당한 구설로 재선 날리나 =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된 실수로 백악관마저 빼앗기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매일 마이크를 잡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모두를 경악시킨 황당한 제안을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살균제가 바이러스를 1분 안에 없애버린다고 하는데 몸에 주사하는 방법이 있지 않겠어요"라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외선을 쬐어보면 어떻겠냐"고도 말했다. 국토안보부 과학기술국장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온도와 습도를 높이거나 햇빛에 노출하면 빨리 사라진다는 연구결과를 설명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황당한 제안을 내놓은 것이다.

트럼프의 황당 제안이 생중계돼 모두를 경악시켰으며 전문가들이 고개를 내저으며 경고하고 나선 것은 물론 온라인상에서는 갖가지 트럼프 조롱글과 그림, 영상들이 쏟아졌다. 의사들과 의학자들은 "살균제를 주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며 "믿기 어려울 정도로 위험하고 어리석은 제안"이라고 성토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즉각 공격에 나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통령이 사람들에게 살균제 라이솔을 폐에 주입하라고 한다"며 "대통령은 의료 전문가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누구의 말을 듣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대표는 공영라디오 NPR 인터뷰에서 "돌팔이 약장수가 TV에 나온 것 같다. 폐에 살균제를 주입하라니"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 극찬 말라리아 약도 효과 없어 = 트럼프 대통령은 말라리아 치료제를 신의 선물, 기적의 치료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극찬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중증환자들에게 투약한 결과 치명적인 심장발작 부작용을 일으키고 결국 환자사망률을 두 배로 높인 것으로 드러나 FDA(미 식품의약국)의 사용중지 경고까지 나왔다.

FDA는 24일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을 코로나19 환자 치료에는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FDA는 말라리아 치료제를 코로나19 환자들에게 투약한 결과 심장박동이 급격히 빨라지고 결국은 사망에 이르게 한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FDA는 말라리아 치료제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공식 승인하지는 않았으나 각 병원 등 의료시설에서 중증환자 등에 한해 보통 닷새 동안 단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긴급 승인한 바 있다. 그러나 치료효과가 없는 것은 물론 치명적인 부작용과 2배나 높아진 사망률을 기록하자 사용중지령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약대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보훈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했거나 숨진 환자들 370여명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을 투여한 환자 사망률이 28%, 아지트로 마이신 항생제와 함께 투약했을 때는 22%로 그렇지 않은 환자의 11%에 비해 2배나 높았다.

이로서 말라리아 치료제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해 사태를 끝낼 수 있는 기적의 치료제가 될 것으로 공개 언급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나치게 성급하게 호언장담했다가 허언한 셈이 돼 버렸다.

◆당혹스런 트럼프, 코로나브리핑 22분 만에 퇴장 = 거센 역풍을 맞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백악관 코로나19 사태 브리핑에서 서둘러 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더 이상 코로나19 관련 마이크를 잡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등 당혹스런 분위기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도 않고 22분만에 브리핑장을 떠났다.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대통령을 부르며 질문하려 했으나 그대로 떠나버렸다. 전날 브리핑에서 자신이 불쑥 꺼낸 '살균제 인체주입 치료' 발언 후폭풍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기자들의 질문에 일체 응하지 않고 퇴장해 버린 것이다. 평소 매일 오후 이뤄져온 백악관 코로나19 사태 브리핑은 트럼프 대통령이 펜스 부통령과 공중보건 책임자들과 함께 나와 상황 을 설명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하며 때론 언쟁까지 벌였다.

적어도 1시간, 길게는 2시간 넘게 진행돼온 점에 비하면 22분만에 끝나버린 전례 없던 상황이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백악관의 코로나 사태 브리핑에선 지난 몇주간 2시간을 넘나드는 '트럼프 쇼'가 연출됐지만 살균제 발언 역풍으로 힘든 하루를 보낸 트럼프 대통령은 질문을 받지 않고 브리핑장을 떠나는 극히 이례적인 행동을 했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COVID-19)' 비상" 연재기사]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