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덮친 이태원발 코로나19 쇼크

2020-05-12 11:13:22 게재

문 열려던 38곳 중 29곳 전면 취소 … 확진자 중 20대 비율 높아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으로 전국 초·중·고교가 등교개학 일정을 일주일 연기한데 이어 대면수업을 재개할 계획을 세웠던 대학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부 대학은 대면수업 일정 연기를 결정했고 나머지 대학들의 비대면수업 유지 결정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학생들도 20대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어 감염을 우려하며 대면수업 연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별적 대면 수업' 시작│충북보건과학대학교가 정부의 코로나19 대처 방안이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됨에 따라 일부 교과 대면 수업을 시작했다고 11일 밝혔다. 사진은 충북보건과학대 입구에서 직원들이 방역검문소를 설치하고 발열 체크, 손 소독,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절차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 충북보건과학대 제공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조사에서 38개 대학(19.7%)이 11일부터 일부 과목을 대면수업으로 전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9개 대학은 코로나19 감염자가 다시 늘어나자 대면수업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이날까지 대면수업을 시작한 학교는 총 23곳(11.9%)이다. 특히 1학기 전체를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겠다고 결정한 학교도 7일 62곳에서 이날 71곳으로 9곳 더 늘었다.

인천대는 이날부터 실시할 예정이던 모든 대면수업을 일주일 연기하기로 했다. 앞서 인천대는 지난달 온라인수업 기간을 올해 1학기 전체로 확대하고 실험·실습·실기가 포함된 교과목만 대면수업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에 따라 긴급대책 회의를 열고 이달 15일까지 모든 강의를 온라인수업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인천대 관계자는 "원래 일부 과목은 오늘부터 대면 수업이 예정돼 있었으나 모두 취소했다"며 "상황을 지켜보면서 실험·실습·실기가 포함된 교과목에 대한 추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대도 11일부터 대면수업으로 전환하려 했던 일부 과목에 대해 종전처럼 비대면 수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국민대는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안정적인 상황을 보이자 실험ㆍ실습 과목 등에서 필요한 경우 학생들의 동의를 거쳐 대면수업을 할 수 있도록 공지했다. 국민대는 긴급공지를 통해 "5월 초 서울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이 급반전하고 있다"며 "5월 11일부터 16일까지 예정된 모든 대면수업을 잠정 연기, 취소한다"고 밝혔다.

한라대의 경우 6일부터 대면수업을 실시했지만 나흘 만에 수업운영 방침을 변경했다.

이런 결정의 배경은 20대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어 자칫 캠퍼스내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이태원 클럽 관련 감염자 중 대학생이 속속 확인되고 일부는 신촌 대학가를 방문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서강대 등 일부 학교는 "지난달 24일~이달 5일 이태원 소재 클럽을 방문한 교직원과 학생은 출근과 외출을 자제하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11일 현재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86명이며 이중 클럽 방문자가 63명이다. 확진 당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던 무증상 확진자는 30명(34.8%)이었다.

연령별로 나누면 20대가 58명으로 가장 많았다. 30대 18명, 40대와 50대 각각 3명, 60대 이상 1명 등이다.

정은경 방역대책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지난 10일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 중 무증상 상태에서 확진을 받은 경우가 30% 정도 된다"며 "아무래도 클럽 방문자여서 20~30대 젊은 층이 많은데 그 클럽을 방문한 이들은 모두 다 검사를 해서 무증상 상태에서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면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들도 김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발열검사를 강화하고 마스크 착용과 학생간 안전거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려대는 11일부터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을 병행하는 조건으로 대면 강의를 시작했다. 30명 이하 소규모 강의는 학생들이 동의할 경우 거리두기 방식을 적용해 대면강의만 하는 것도 허용했다. 한국외대도 이날부터 과목 특성상 불가피하다고 판단될 경우 수강생 30명 이하 강의에 한해 대면수업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대면수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려대 온라인게시판에는 '집단 감염이 먼 곳도 아니고 서울인데 대면강의를 취소해야 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서울대 온라인 게시판에도 '확진자 동선 보니 관악구 곳곳을 돌아다녔고 솔직히 클럽 간 사람들 중에 말하지 않고 학교에 오는 학생들도 있을 것 같아 불안하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한편 방역당국도 대면수업과 관련해 가급적이면 지양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학 판단에 따라 부득이하게 대면수업을 할 경우 마스크 착용, 강의실내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엄격히 준수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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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 연합뉴스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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