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문 여는 미국, 경제 재개방 폭 제각각 … 뉴노멀 시작

2020-05-18 12:01:22 게재

미국이 5월 15일을 넘기며 일제히 재개방에 돌입했으나 그 폭은 공화, 민주당 소속 주지사별로, 대도시와 시골지역별로 큰 차이가 난다.

50개주와 워싱턴DC 중에서 민주당이 주지사와 시장을 맡고 있는 미시건, 일리노이, 뉴저지 등 3개주와 워싱턴DC는 자택대피령을 연장해 폐쇄조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47개주에서는 지역별, 또는 부분이거나 큰 폭의 재개방에 착수했다. 미시건은 5월 28일, 일리노이는 5월 31일, 뉴저지는 6월 5일, 워싱턴DC는 6월 8일까지 셧다운 기간을 연장했다.

의료용품 업체 시찰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의 앨런타운을 방문해 의료용품 업체 오언스 앤드 마이너를 시찰하고 있다. 앨런타운 AP=연합뉴스


첫 단계 재개에 착수한 47개주에서는 주로 공화당 주지사들일 경우 큰 폭으로 재개한 반면 민주당 주지사들은 일부 업종에서 수용능력까지 제한하는 부분 재개에 나섰거나 대도시는 금지, 시골지역부터 허용하는 지역별 재개조치를 취했다. 주내에서도 시골지역부터 재개하고 대도시 지역들은 연기하는 지역별 재개를 선택한 주들은 거의 모두 민주당 주지사들이 이끄는 12개주에 달한다.

4000만 인구의 캘리포니아에서는 시골지역 7개 카운티에서의 비즈니스만 허용했을 뿐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들은 계속 거의 폐쇄시키고 있다. 뉴욕주도 뉴욕시와 그 근교를 제외하고 업스테이트 5개 지역부터 부분재개에 나섰다. 버지니아에선 15일부터 1단계 재개에 돌입했으나 한인들이 몰려 살고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북버지니아는 제외돼 29일로 2주 연기됐다. 메릴랜드에서도 이날부터 1단계 재개에 착수했으나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수도권과 볼티모어 일대는 모두 제외돼 주전체의 30%만 부분 재개방됐다.

이에 비해 민주당 주지사들이 있는 콜로라도와 노스캐롤라이나, 루지애나, 하와이, 공화당 온건파 주지사가 있는 오하이오 등 14개주는 1단계 재개방에 돌입했으나 식당 영업에서 실내는 불허하고 야외 식사만 허용하고 고객의 수를 수용능력의 25%내지 50%로 제한하는 등 부분재개시켰다.

'해변 개방' 요구하는 플로리다 주민 |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14일(현지시간) 도랄에서 코로나19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도중 한 주민이 회견장 밖에서 '해변을 개방해 달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도랄 AP=연합뉴스


반면 조지아, 텍사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21개주는 주전체 지역의 매우 광범위한 업종에서 와이드 오픈시킨 사실상의 전면 재개에 돌입해 있다. 이 주들은 식당 홀 식사, 소매점, 이발소와 미장원과 같은 퍼스널 케어 등의 사업장 영업을 거리두기 등 안전조치를 준수하는 선에서 허용했고 해변과 공원, 도서관 극장 등 시설들을 대폭 오픈시켰다.

◆미국 새로운 일상과 사업 시작 = 미국이 거의 전역에서 문을 다시 열면서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고 있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아직은 실망과 안도, 공포로 뒤섞여 혼란스럽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30만 한인들이 몰려 살고 있는 북버지니아와 수도권 메릴랜드 등 워싱턴 수도권 일원의 경우 주차원에선 5월 15일부터 1단계 재개에 착수했으나 한인거주 지역들은 모두 제외돼 적어도 2~3주 연기됐다. 지역별로 재개시기를 달리한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캘리포니아, 뉴욕주 등 12개주에선 한인들을 포함해 대도시 지역 거주민들 중에서 일터 복귀와 주말여행은 시기상조라며 재개연기에 안도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재개지역으로 주말 드라이브에 나선 상춘객들로 나뉘고 있다. 실제로 자택대피령이 해제된 지역의 미국인들 중에 외출에 나선 사람들은 10%도 채 늘지 않았다. 아직은 코로나19 사태 재악화를 두려워해 대규모로 이동하지는 않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의 여론조사에서도 미국인 10명중 6명은 성급한 재개방 조치로 일터에 복귀해서 코로나19에 노출되고 자신의 가족들에게 전염시키지나 않을지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두 달 이상 손발이 묶인 일부 주민들은 재개방된 지역으로 드라이브에 나서는 등 기지개를 펴는 모습을 보였다. 워싱턴 수도권에서는 지난 주말 청명하고 따뜻한 날씨에 맞춰 재개방 지역으로 가족들끼리 드라이브를 가서 신선한 바람도 쐬고 간단한 외식까지 즐긴 사람들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였다. 한산했던 주요 도로의 교통량이 눈에 띄게 급증했다. 북버지니아와 수도권 메릴랜드는 여전히 셧다운돼 있지만 메릴랜드의 오션 시티와 델라웨어의 러호보스 비치 등 해변가는 재개장했기 때문에 가족들끼리 3~4시간 드라이브 가서 해변의 신선한 바람을 쐬고 온 상춘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영업이 재개되더라도 예전 방식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어 새 사업 스타일을 개발하는데 전력투구하는 장면도 연출되고 있다.

버지니아를 비롯한 상당수 주지역에선 식당 홀 식사가 아니라 야외 좌석 식사부터 허용되고 실내 식사가 허용되더라도 거리두기 때문에 수용능력의 25~50%로 제한될 것이므로 식당밖 파티오 뜰이나 테라스에 간이 테이블과 의자를 설치하는 곳이 크게 늘고 있다. 주차장 등 식당 밖 공간만 있으면 파티오에 급히 만든 간이 테이블과 의자, 또는 홀 내에서 이동가능한 테이블과 의자를 밖으로 내다가 설치하고 빛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우산을 씌어 놓고 있다. 건물 옥상 위에 야외 식당을 차린 식당도 있다. 야외 좌석을 설치할 공간이 없는 식당들에서는 고객들이 간단하게 먹다가 손쉽게 가져 갈수 있는 메뉴들만 골라 기존의 메뉴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새로운 생존방식을 고안해 내고 있다.

그리고 페이스북과 같은 SNS로 주문해 픽업을 해갈 수 있는 온라인 영업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상품을 만들거나 제공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식당이나 소매점에서는 직접 방문하는 고객들에게도 자신들의 차안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준비되면 야외좌석이나 차량으로 가져다 주고 밖에서 결제하는 영업 방식에 주력하고 있다. 이발소와 미장원 등에서는 예약손님에 한해 영업이 허용되는 추세이므로 단골 고객들은 물론 고객들의 전화리스트와 예약명부를 잘 정리해 놓고 메시지로 소통하는 체계를 갖추려 애쓰고 있다.

◆코로나19 위기탈출 멀었는데 당파싸움 =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미국의 실업대란은 워싱턴의 긴급 처방과 부분재개 돌입에도 불구하고 아직 진정되지 않고 있다. 미국 내 실업수당 청구는 지난 한주에도 271만건이 추가됐다. 당초 298만건으로 발표됐으나 코네티컷에서 10배나 많게 잘못 보고하는 바람에 27만건이 하향 수정 됐다.

1주에 690만건의 최고치를 기록한 후 6주연속 감소한 것이지만 전주 318만건에서 기대보다 많이 줄어든 게 아닌데다가 경제분석가들의 예상치 250만건을 웃돈 것이어서 실업대란 우려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예상보다 많이 실업수당 청구건수를 기록한 것은 계약직 또는 임시직 근로자들인 긱 워커들도 신청자격이 생겨 전주 100만명에 이어 지난 한주에도 84만2000명이 신청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써 두달간 실업수당을 신청한 실직자들은 무려 3623만명으로 늘어났다. 미 전역에서는 조지아,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뉴욕주 등이 모두 20만건 넘게 실업수당 청구가 추가됐다.

실업수당을 청구해 실제 수당을 받고 있는 실직자들은 지난 2일 끝난 한주에 2280만명을 기록했다. 이 수치만 반영해도 미국의 실업률은 4월의 공식 14.7%보다 높은 15.7%를 기록한 것으로 계산됐다. 게다가 미 전역에서 실업수당을 청구한 실직자들 중에 1300만명 정도는 각 주의 적체현상으로 아직 수당을 받지 못한 채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13개주는 주당 600달러씩 추가해주는 연방차원의 특별실업수당을 아직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실업대란과 실업률 급등은 적어도 5월과 6월까지 지속되면서 현재 14.7%에서 대공황 때의 최악 기록인 25%까지 도달할 것으로 골드만 삭스 등의 경제분석기관들은 우려하고 있다

◆3조달러 구호법안 하원통과, 상원서 제동 =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워싱턴의 4단계 5번째 코로나 구호 패키지 법안이 연방하원에서 통과됐으나 연방 상원과 백악관이 즉각 제동을 걸고 나섰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이끄는 하원 민주당은 15일 3조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코로나 구호 패키지 법안인 '히어로즈 법안'을 안팎의 반대에도 본회의에서 가결시켰다.

1800쪽이 넘는 하원 민주당의 히어로즈 법안에는 2차로 미국인 개인들에게 현금 지원을 하되 자녀들도 같은 액수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하원 민주당안은 연 조정소득이 개인 7만5000달러, 부부 15만달러 이하이면 성인 1인당 1200달러씩, 17세미만 자녀들도 1인당 500달러가 아닌 1200달러씩 제공하되 가구당 상한선을 6000달러까지 현금 지원하게 된다.

또한 1주에 600달러씩 연방차원에서 추가해주고 있는 특별 실업수당이 7월 말 종료되기 때문에 이를 내년 1월까지 연장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렌트비를 못내고 있는 세입자들에 1000억달러, 주택모기지 페이먼트를 미루고 있는 주택소유자들에게 750억달러를 지원하겠다는 방안도 들어있다.

또 종업원 급여지원 PPP 프로그램 혜택을 못 받은 중소업체들에게 100억달러의 재난구호금을 제공한다. 병원과 방역, 코로나 테스트 등 의료시스템에도 1750억달러를 추가 지원한다. 여기에 민주당안은 주정부들에게 5000억달러, 로컬 정부들에게 3750억달러 등 모두 8750억달러를 지원하려고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화당 상원과 백악관은 "민주당 하원 안은 세탁물 리스트에 불과하다"며 상원에서 다루기를 거부하는 동시에 의회에서 최종 가결되더라도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공화당에서는 대규모 주정부 지원에 당론이 엇갈리고 있고 코로나 사태에 따라 업계나 사업장이 소송을 당하지 않도록 면책조항을 우선시 하고 있어 민주당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다만 대규모 추가 구호 패키지가 적시에 확정 시행돼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어 향후 협상에서 주정부 지원 규모를 다소 줄이고 업계의 면책 범위를 어떻게 반영하느냐 등에서 합의점을 찾아 이르면 5월안에 매머드 코로나 구호 패키지를 확정해 시행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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